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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마트 팜’ 확산에 팔 걷어붙여 

농가 생산량과 소득 증대 효과 굿!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신음하는 농촌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마트 팜이 확산되고 있다. 농작물의 생산량 증대와 관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ICT를 온실이나 축사, 과수원 등에 접목해 원격 혹은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제어 관리하는 스마트 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 토마토 농가에서 ICT 적용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면 하나. 대형 수조에 향어와 역돔같은 담수어를 기르면 담수어의 아가미에서 암모니아가 나온다. 이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처리를 하면 식물 배양액을 추출할 수 있다. 이 배양액은 식물을 키우는 데 사용하고, 이 배양액을 필터로 정화해서 다시 담수어를 기르는 물로 사용한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나 온도와 습도 등이 모두 자동으로 제어가 된다. 아쿠아포닉스라는 수경재배 방식은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해 일반 작물은 20%, 특정 작물은 15배 이상 생산량이 증대했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박아론과 카이스트 기계과 출신의 전태병 공동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 이야기다.

장면 두번째. 전남 화순 딸기영농조합법인은 2010년 ICT 융복합 모델개발에 참여해 ICT 효과를 체감했다. 2014년 스마트 팜 확산사업으로 농가 전체면적을 스마트 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양액을 공급하고 원격 자동 관리로 온실을 최적상태로 유지하면서 생산량이 12.5%가 증가했다. 온실 관리 시간은 하루 6시간에서 1시간으로 83%나 줄었다.

스마트팜 도입으로 생산량이 증대하고 관리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본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전남 담양의 딸기농장 원스베리는 스마트팜으로 생산량이 19% 증가했고, 전남 화순의 토마토 농장인 삼천리농장은 생산량을 20%나 늘이는 효과를 봤다. 경북 성주의 도흥리 참외마을, 전북 김제의 유연영농조합법인, 경북 김천의 한빛농장, 경기도 안성의 고바우농장 등도 스마트 팜 도입으로 생산성의 향상을 일궈냈다.

농촌 인구 고령화 해결책으로 대두


▎한 토마토 농가에서 스마트 기기로 온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체크하고 있다. / 농촌진흥청 제공
ICT 기술을 농업에 도입하는 스마트 팜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 팜이란 ICT를 온실이나 축사·과수원 등에 접목해 원격 혹은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제어 관리하는 농장을 말한다. 시간과 노동력을 덜 투입해도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스마트 팜을 도입한 농가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11월 서울대학교가 전국 55개 농가를 대상으로 ‘2015년도 스마트 팜 도입효과’ 설문 조사 결과 생산성은 25.2%, 고용노동비 절감 9.5%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스마트 팜이 늘어나는 것은 농촌인구의 감소와 곡물자급률 하락 등 농촌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통계청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38만3000가구였던 농가 수는 2005년 127만3000가구, 2010년 117만7000가구, 2015년 108만9000가구로 급속하게 줄었다. 전체가구 대비 비중도 2000년 9.7%에서 2015년 5.8%로 급락했다. 2015년 12월 현재 농가 인구는 256만 9000여명으로 2010년에 비해 49만4000명(16.1%)나 감소했다. 고령화 현상도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2000년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이 58.3세였지만, 2015년에는 65.6세로 나타났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농업 경쟁력과 농지 감소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팜이 추진되는 것이다.

정부도 스마트 팜 확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해 10월 농림부는 2017년까지 시설원에 4000ha, 축산농가 700호, 과수 농가 600호에 스마트 팜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예산도 2015년 246억 원에서 2016년에는 454억원으로 늘리고, 시설원예의 경우 관련 사업 예산의 60%를 ICT 시설 중심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농업진흥청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스마트 팜 관련 기술개발을 위해 143억원을 투자하고, 시범 농장을 도별 1개소 씩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는 스마트 팜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세종시 연동면을 대상으로 추진된 세종창조마을에서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SKT는 이곳에 태양광 발전단지, 스마트팜 솔루션, 스마트로컬푸드 시스템 등을 구축한 상황이다. SKT가 구축한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은 스마트폰을 통해 재배시설을 열고 닫을 수 있고, 온도와 습도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22.7%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기가아일랜드를 구축한 KT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어린이 체험형 스마트 팜을 열었다. 실시간으로 농작물을 모니터링하고, 스마트 기기를 통해 하우스 시설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온도와 습도도 언제 어디서나 제어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 팜 솔루션과 LTE 망을 연동하는 서비스를 경기도와 강원도 등 100여 개 농가에 제공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스마트 팜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재배시설을 열고 닫고, 환풍기나 스프링클러 같은 기기를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2015년 8월 펴낸 ‘스마트팜 기술동향 및 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스마트 팜은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유럽을 비롯한 일본이 자체 개발 시스템을 적용해 재배작물 품목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은 주요 장비가 외산에 의존하고 있고, 단위 면적당 작물 생산량이 네덜란드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내 스마트 팜 정책은 생산성 증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농촌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보다는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림부는 aT 사이버거래소, Pos-Mall(수퍼마켓 Pos 단말기를 통해 신용카드로 입점된 농산물을 구매하면 산지유통조직에서 수퍼마켓으로 배송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스템),로컬푸드 통합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 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만나씨이에이 전태병 공동대표는 “농산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팜 시스템이 단순히 생산량을 높이는 데서 벗어나 유통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농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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