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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로데스 하바스 미디어 CEO 

일곱 번째 파도를 기다리는 한국의 하바스 

양미선 기자 mydearlucy@naver.com·사진 전민규 기자
하바스 미디어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커뮤니케이션 그룹이다. 2016년 가을, 오랫동안 준비했던 하바스 코리아가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하바스 미디어 그룹 CEO 알폰소 로데스. 로데스 사장은 산악 자전거, 스키 등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고 FC 바르셀로나의 엄청난 팬이다.
“한국식으로?” 그랜드 하얏트 호텔 2층 복도에서 양복을 입은 스페인 남자가 포즈를 취했다. 그는 팔짱을 끼며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한국 CEO의 모습이 무엇일지 왠지 알 것 같았다. 지난 9월 말 방한한 하바스 미디어 CEO 알폰소 로데스(Alfonso Rodes·54)가 주인공이다. 1996년 하바스 미디어의 최고기업개발책임자(Chief Corporate Development Officer)로 부임한 이후 하바스 그룹 내에서 여러 직함을 거쳤다. 2012년 11월 최고경영자를 맡은 이후 현재까지 하바스 미디어 그룹을 이끌어오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하바스는? 아무래도 생소하다. 하바스는 사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사진 촬영이 끝난 후 기자와 마주 앉은 로데스 사장은 강한 스페인 억양의 영어로 하바스를 소개했다. “솔직히 말해서(frankly), 한국에서 하바스는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유럽, 북미,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광고대행을 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최근 10년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으로도 사업을 계속 확장했습니다.”

하바스는 1835년 찰스 루이스 하바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한 회사다. 1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에서 TOP 6 안에 드는 광고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120여 개국에 해외 지부를 두고 있으며, 2만 명의 하바스 직원들이 창의성, 미디어, 혁신을 통해 사람과 브랜드 사이에 ‘의미있는 연결 고리’를 만든다. 지난해 21억 8800만 유로(약 2조73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1% 자체성장했다.

전세계 TOP 6 안에 드는 광고미디어그룹

한국의 광고대행사와는 달리 하바스 미디어는 광고매체 구매와 플래닝(planning)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하우스 에이전시가 광고 제작부터 유통까지 도맡아 하는 ‘비빔밥 스타일’이라면, 해외는 광고 제작과 매체 바잉(buying)이 구분돼 있어요.”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이요셉 하바스 코리아 CEO가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1일 하바스 코리아의 대표로 선임됐다. 하바스 미디어의 형제 격인 하바스 크리에이티브 그룹은 광고 제작만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하바스 미디어 그룹의 주요 고객은 코카콜라, 이베이, 시티은행, IBM, LVMH 그룹, 유니레버 등이다. 한국에서는 하바스 코리아가 하바스 미디어 그룹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고객들의 해외광고매체 구매와 플래닝을 대행하고 있다. 7년째 이노션(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하우스 에이전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고, 2년 전부터 LG전자와 협력 중이다. 최근엔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의 하우스 에이전시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를 도와 금호타이어의 해외광고매체 구매와 플래닝을 하고 있다. 대행기간은 기본 7년 이상으로, 클라이언트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현지화’는 다국적 기업의 공통분모다. 하바스 미디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나라에 가든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는다”고 로데스 사장이 말했다. “한국 문화는 독일 문화랑 비슷해요. 일본과 라틴 문화도 좀 섞여 있고.” 현지화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묻자 “나라마다 다르지만, 멕시코에선 두 달만에 자리잡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1년 이상 안 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한국 시장을 분석하며 모바일·SNS 등의 부문에서 기회를 탐색 중이다. “한국 시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현지화 금방 해내는 빠르고 유연한 조직

하바스에 대해 자부심이 넘치는 것 같다고 하자 로데스 사장은 미소를 지었다. 하바스 미디어는 “빠르고 유연한 조직”이라며 깨알 같은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팀워크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하바스 그룹 내 모든 부서를 모아 ‘하바스 빌리지(village)’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클라이언트가 속한 마켓을 분석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짤 때 최대 20개의 부서가 함께 일합니다. 이 부서들이 서로 협력해서 나오는 성과가 바로 뷰티(beauty)죠.” 하바스 빌리지는 현재 4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까지 런던, 브뤼셀, 마닐라, 암스테르담 등 7곳이 ‘건설’될 예정이다.

로데스 사장은 산악 자전거, 스키 등 격렬한 스포츠를 즐기고 FC 바르셀로나의 엄청난 팬이다. 미식 같은 정적인 취미도 있다. 8년 동안 서울을 종종 방문해 한국 음식에 익숙하고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한다. 그는 미슐랭 레드(미식) 가이드 서울편의 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자 무척 반가워했다. 한국 음식을 해외로 더 많이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서 경영자 특유의 태도와 한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일곱 번째 파도는 목적지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이 파도를 타면 더 멀리,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하바스 코리아는 격랑의 바다에서 여섯 번의 작은 파도를 타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곧, 일곱 번째 파도가 온다.

- 양미선 기자 mydearlucy@naver.com·사진 전민규 기자

201611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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