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인도 다람살라 

꿈을 잃지 않은 히말라야의 작은 티베트 

다람살라(인도)=글·사진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인도 북부 다람살라는 중국을 떠난 티베트인들이 자국의 문화를 보존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달라이 라마가 망명해 티베트 망명정부가 들어선 지 50여 년, 4천여 명의 티베트인들은 이방인들과 공존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티베트의 망명정부는 해발 1800m의 산자락에 들어서 있다. 가파른 비탈은 이곳 주민들이 꿈을 의지하는 버팀목이다.
비탈과 골목은 망명정부에 허락된 유일한 공간들이다. 티베트 주민들이 거주하는 대부분의 가옥들은 비탈진 벼랑에 들어서 있다. 해발 1800m을 넘나드는 이곳에서 사실 평탄한 거리는 드물다. 산자락에 의지한 형형색색의 가옥들은 가는 길 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티베트 망명정부에서는 현지인들과 승려, 이방인들이 경계를 허물고 골목 속에 공존하며 살아간다. 승려들은 환전도 하고, 노점상에서 신발이나 기념품도 구입하며 일상의 한 단면으로 존재한다. 마을 뒤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면 여행자들은 구경꾼이 된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공예품들의 주요 수요자들 역시 외지인들이다. 버스가 서는 광장에서 망명궁전인 쭐라캉으로 이어지는 길은 ‘템플 로드’로 불린다. 템플 로드 좌우로는 좌판대가 늘어서 있는데 그 좌판대의 주인장이 티베트인들이다.

배낭여행자와 승려가 어우러지다


▎1. 다람살라의 골목에는 망명정부의 주민들과 이방인, 승려들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2. 현지 주민의 수공예품을 파는 ‘록바’가게. 서울 서촌에도 분점이 있다. 3. 티베트 사원의 경내 풍경. 달라이 라마를 함께 모시고 있다.
다람살라는 세계 각국의 배낭여행자들이 찾아드는 안식처다. 골목 사이로는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하고 인터넷 전용 카페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예상했던 산악 오지마을의 정경은 분명 아니다. 승려와 배낭족이 노천카페에 마주앉아 정겹게 차를 한잔 마시는 모습은 이곳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이곳에서 수행하는 300여 명의 승려들은 일상의 한 단면으로 거리를 채운다.
중앙 사원인 냠걀 사원과 달라이 라마의 망명궁전인 쭐라캉은 템플 로드의 길 하나를 맞대고 들어서 있다. 달라이 라마는 각국의 수행자나 중생들을 대상으로 냠걀 사원에서 설법을 펼치고, 이 설법을 듣기 위해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들기도 한다. 달라이 라마를 따라 이곳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은 300여 명쯤 된다. 중생들은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쭐라캉을 가운데 두고 외곽을 둘러싼 순례길인 코라를 돌며 참배에 나선다. 길을 돌며 걷거나 시계방향으로 원통을 돌리는 행위는 이곳에서 경건한 의식에 속한다.

다람살라에서 엿보는 티베트인들의 소소한 일상에는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 젊은이들은 인터넷 카페 대신 삼삼오오 담장 아래 모여 티베트식 알까기인 ‘키름’을 하고, 티베트식 만두인 ‘모모’와 칼국수 ‘툭빠’를 즐겨 먹는다. ‘메이드 인 티베트’가 선명하게 새겨진 수공예품들이 상점에 자랑스럽게 내걸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곳은 인도라는 틀 안에 자리잡은 망명정부가 맞다. 자체 치안권이 없어, 광장을 통제하는 교통경찰들은 인도 경찰들이다.

골목마다 깃든 티베트인의 일상


▎박수나트 폭포로 가는 길은 현지 풍경이 어우러져 트레킹의 묘미를 더한다.
박수나트 폭포나 다람코트까지 이어지는 길은 히말라야 하이킹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람살라의 수원지 역할을 하는 박수나트 폭포는 설산 인드라하르에서 눈 녹은 물이 흐른다. 물의 온도는 얼음같이 차지만 사람들은 성스러운 폭포 아래서 헤엄을 친다. 다람코트로 가는 숲길은 키가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길목을 채운다. 티베트 독립의 상징인 색색의 타르초도 군데군데 걸려 있다. 이 숲길은 조국을 등지고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로 향해야 했던 난민들의 눈물이 담긴 길이기도 하다. 길을 걷고 있으면 그들의 느꼈을 지난한 감정들이 발밑에 스며든다. 다람살라에서 펼쳐지는 공존을 티베트 사람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부모와 이별한 아이들은 이국땅에서 티베트어를 배우고, 자국 문화를 간직하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 다람살라(인도)=글·사진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박스기사] 여행메모

가는 길: 다람살라의 관문은 캉그라 공항이다. 델리에서 캉그라까지는 항공으로 1시간 30분 소요된다. 뉴델리역 빠하르간지에서 다람살라까지 가는 버스편도 있다.

숙소·식당: 다람살라에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들이 다수 있다.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어 여행자들이 머물기에 큰 불편이 없다. 모모 만두와 묵 국수 등 티베트 현지 음식도 길거리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둘러볼 곳: 냠걀사원 앞의 티베트 박물관이나 티베트 도서관에서 티베트의 근대사를 엿볼수 있다. 다람살라 인근의 노블링카는 티베트의 문화, 복장, 풍습 등을 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내부 정원이 인상적이다.

기타 정보: 고산지대라 서늘한 편이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겨울시즌은 성수기라 숙소의 가격대가 올라간다. 화폐는 인도 루피를 사용한다.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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