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긍표 스님의 가르침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스님께서 "여기는 왜 오셨느냐?"고 물으셨다. 잠시 망설인 끝에 "저를 낮추는 법을 배우고 싶어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필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니가 머 높다고 낮추려 드느냐"고 호통을 치셨다.


새해를 맞아 필자가 오래전부터 마음에 새겨 둔 세 가지 화두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인의 소개로 성남시 이름 없는 산 작은 암자에 머물고 계시는 긍표 스님을 찾았다. 때는 현란하던 봄의 전령이 물러가고 초여름 문턱이라 신록이 푸르던 날이었다. 암자에 들어 인사 드리고 대면하여 앉았다. 스님은 아무 말씀 없이 다탁에 더운 물을 부어 보이차를 권하셨다. 차가 몇 순배 돌고 나니 스님께서 "여기는 왜 오셨느냐?"고 물으셨다. 잠시 망설인 끝에 "저를 낮추는 법을 배우고 싶어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필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니가 머 높다고 낮추려 드느냐"고 호통을 치셨다. 울컥할 새도 없이 고개를 떨구고 할 말을 잃었다. 무심히 앞에 있는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스님은 뒤에 있는 법당 문을 크게 여셨다. 앉은 자세이기도 하였지만 높은 법당 문이 열리자 먼 데 산과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말문을 열어 "스님, 법당 문이 크니 세상도 크게 보입니다"고 여쭈었다. 이번에도 말이 끝나자마자 "네 마음의 창마저 깨버리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목구멍에 턱하고 숨이 걸리면서 다시 할 말을 잃었다. 현란한 손동작으로 찻잔과 다관을 몇 번 오가며 다탁에 찻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진짜 왜 오셨소?"라고 운을 떼셨다. 마지막 질문 같은 생각이 들어 곰곰이 생각하다 마음에 있는 말을 올렸다. "그동안 남의 일만 했었는데 이제 제 일을 해 볼까 합니다"라고 조심스레 여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대뜸 "애당초 네 것이 어디 있는가, 사심을 버리면 더 큰 일도 할 수 있을 것이요"라고 불호령을 내리셨다.

법당을 나오면서 오늘 스님으로부터 세 가지 화두를 받았다는 기쁨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첫 번째 화두는 '자만하지 말고 겸손 하라'는 것이었다. 문득 작은 성공에 기고만장하여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었던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다. 대인춘풍 임기추상(對人春風 臨己秋霜)이라,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엄준한 가르침이었다. 두 번째 화두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만의 창틀을 통해 보고 있지는 않은가? 창틀 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도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그 아집과 관념마저 없애버린다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화두는 '사심을 버리고 공심을 가지라'는 말씀이었다.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이타심과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질 때 더 큰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스님과 짧은 만남이었지만 세 가지 화두를 마음에 새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올 한 해도 더 좋은 인연이 맺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images/sph164x220.jpg
201801호 (2017.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