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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기업에서 배운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콘티넨탈 

마차 바퀴 기업의 놀라운 변신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19세기 독일의 마차 바퀴를 만들던 콘티넨탈은 지멘스 등을 과감하게 인수합병하고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5대 자동차 부품업체로 자리잡았다. 최근 콘티넨탈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콘티넨탈은 미래 핵심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시스템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다기능 스마트 디바이스 터미널(MSDT). / 사진:콘티넨탈 제공
“네트워크와 물리적 세계가 만나고 있습니다. 1조6000억 개가 넘는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죠. 자율주행차량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정점에 해당합니다. 차량이 운전자와 직접 소통할 뿐만 아니라 도로에 깔린 인프라들과도 직접 소통에 나서는 거죠. 이와 더불어 차량에 장착된 각종 전자장비에서 발생한 데이터도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게 돼 또 다른 기술적인 도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차량과 차량을 연결(v2v)하고 실시간 데이터로 교통 체증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줄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지난 3월 15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이혁재 콘티넨탈 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차량의 상호 연결성 등 IT 기술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의외였다. 콘티넨탈은 사실 타이어 회사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콘티넨탈은 1871년 독일 하노버에서 탄생한 타이어 회사다. 첫 사명은 ‘콘티넨탈 구미-베르케 AG(Continental Gummi-Werke AG)’. 1920년대 후반부터 독일 내 각종 고무 생산기업을 사들여 사세를 키웠고,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레이디얼 타이어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 부품사로 발돋움했다. 현재 콘티넨탈은 자동차 내 브레이크 시스템, 파워트레인과 새시 관련 부품,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자동차 전장, 타이어 및 엘라스토머 공급업체로, 세계 5대 자동차 부품 업체 중 하나다. 규모 또한 대단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440억 유로(약 58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고, 전 세계 61개국에 지사를 두고 23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콘티넨탈 이름으로 뛰고 있다.


▎이혁재 콘티넨탈 코리아 대표. / 사진:콘티넨탈 제공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탈은 이제 또 다른 기술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동차는 이제 ‘자율주행, 전동화, 연결성’ 등 세 가지 기술혁신을 구현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콘티넨탈은 전통적인 자동차와 첨단 기술이 만나는 시대적 변화를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뿐이 아니다. 지난 2월 컴퓨터 그래픽칩 기업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량용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콘티넨탈은 2021년 출시 목표로 엔비디아가 가진 드라이브 플랫폼 기술(NVIDIA DRIVE)을 자동차 운행 기술에 접목할 예정이다.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과 ·IT 기업의 만남을 미래 자동차 트렌드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했다. ‘자율주행, 전동화, 연결성’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에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보다는 다른 업체와 기술협력에 나서는 방식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콘티넨탈이 자율주행차가 가진 잠재력에 갖는 확신은 명확하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차는 자가주행보다 반응 시간이 10배 이상 빨라 타이어조차 날씨와 노면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타이어 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센서가 동시다발적으로 서로를 보완하면서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직접 운전할 때보다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벌써 콘티넨탈은 전자부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이 최근 개발한 3D플래시 ‘라이다(LIDAR)’는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카메라와 센서레이더의 장점을 모두 살려 미세한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충분히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개발 성과만이 아니다. 2016년 한 해에만 12억 유로에 달하는 전동화 솔루션 수주에 성공했다. 전년보다 17% 증가한 규모로, 지난해 말부터 중국 톈진공장에서 ‘48V급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솔루션 생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중국 시장용’ 배터리 전기자동차(EV) 통합형 고전압 구동 시스템까지 양산을 준비 중이다.

타이어 회사가 글로벌 전장 부품기업이 되기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콘티넨탈은 변신을 위해 핵심 기술력 강화에 집중했고, 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제동 시스템과 엔진 부품 등 핵심 부품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인 것도 이때부터다.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비즈니스 확장에 나섰고, 2001년 글로벌 전자회사 테믹(Temic), 2004년 독일 피닉스(Phoenix AG), 2006년 모토로라의 오토모티브 전장 부문을 인수했다.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전문성 갖춰


▎콘티넨탈 최첨단 RAAX 터보차저 생산공장(중국).
특히 2007년 ‘지멘스 VDO 오토모티브 AG(Siemens VDO Automotive AG)’를 인수한 것은 기업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 사례로 남았고, 콘티넨탈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영역으로까지 손을 뻗었다. 2015년 고정밀 라이다 기술업체 ASC(Advanced Scientific Concepts)로부터 차량용 고해상도 3D 플래시 라이다(HFL)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같은 해 자동차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엘렉트로비트(Elektrobit)도 인수했다. 2016년에는 조나(Zonar)를 사들여 물류·여객 수송을 위한 지능형 차량 관리 기술 확보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이스라엘 사이버보안기업 아르거스(Argus)와 손잡고 차량 전자장비 보안기술 강화에도 나섰다.

이런 콘티넨탈이 보여준 기술 확보 노력 덕분에 ‘최초’ 타이틀도 여러 차례 거머쥐었다. ▶1892년 독일 회사 최초로 자전거용 공기업 타이어를 생산 ▶1904년엔 세계 최초로 트레드 패턴(Tread Pattern)이 있는 자동차용 타이어 개발 ▶1955년엔 트럭 버스용 에어스프링 개발 ▶2003년 세계 최초로 시속 360㎞까지 도로 주행이 공인된 ‘콘티 스포츠 콘택트 Vmax 타이어’ 공개 ▶2012년엔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처음으로 시행해 일반도로에서 1만5000마일 무사고 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환경도 지나칠 수 없는 이슈다. 1991년 세계 최초 친환경 승용차 타이어 ‘콘티에코콘택트’를 출시하며 전기 구동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무공해 모빌리티(Zero-Emission Mobility)를 위해 전기 구동 시스템이 곧 전기자동차에 보편화돼 장착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전 세계 차량 10대 중 1대는 순수 전기 드라이브 시스템(All-Electric Drive Systems)을 채택하고, 3대 중 1대는 48V 또는 고전압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콘티넨탈의 48V ‘피플 하이브리드’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20%까지 저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순수 전기차량을 위한 통합 모터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내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상호 인터페이스 분야에 집중


▎자율주행 로보 택시 개발 플랫폼, 콘티넨탈 큐브(CUbE).
사실 콘티넨탈이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앞서 본 기술인 차량 간 상호 연결 시스템인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분야다. ‘통합적 연결성(Holistic Connectivity)’ 솔루션은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여행 서비스 등을 운전자가 차량에서 양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차는 차도로 컨디션을 파악하고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통신망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콘티넨탈 본사는 한국이 자율주행·모빌리티 시스템을 발전시키기에 매우 좋은 기술적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자동차업계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시작으로 논란이 된 한국 GM 사태는 한국 제조업에 또 다른 위기론을 불러일으켰다. 콘티넨탈뿐 아니라 보쉬 등 전장 부품을 주도하던 기업이 전통적인 영역을 허물고 새로운 전장 기업으로 뻗어가는 혁신의 사례는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자동차업계는 지금도, 앞으로도 빠르게 변하는 분야로, 완전히 다른 업계와 손잡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에 충분한 기회가 있다”며 “중국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어 일부 한국 시장의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는 무시하지 못할 저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어떤 저력이 있는지 캐물었다. 이 대표가 덧붙였다. “현재 콘티넨탈은 한국에 총 5곳의 생산 플랜트와 7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천, 세종 플랜트는 전 세계 콘티넨탈 사업장 중 항상 1, 2위를 놓치지 않는 뛰어난 생산력을 자랑합니다. 타 국가 콘티넨탈 공장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죠. 그래서 콘티넨탈은 지난 30년간 한국 시장과 함께 달려왔습니다.”


▎핸즈프리 차량 액세스 및 엔진 시동이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 통합 액세스 시스템. / 사진:콘티넨탈 제공
특히 이 대표는 한국 자동차 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콘티넨탈 전략적 파트너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됐다. 그는 “콘티넨탈은 단지 부품을 팔아버리고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매우 중시해 앞으로 출시하는 소프트웨어 및 통합 솔루션으로도 한국 자동차 기업과 협력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 얘기가 나오니 이 대표는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삼성의 하만 인수합병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자회사가 음향회사를 인수해 단숨에 세계적인 자동차 기술 협력사로 올라섰습니다. 삼성은 막강한 경쟁 상대로 떠올랐지만, 동시에 자동차 솔루션 개발에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실제 콘티넨탈의 파워트레인 전문성은 차량에서 핵심 요소지만 삼성전자와 기술협력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티넨탈 코리아도 본사와 발맞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플랙트 확장도 이런 노력 중 하나다. 지난해 경기도 이천 플랜트를 약 2000㎡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인재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 확립’이 콘티넨탈의 핵심기반”이라며 “콘티넨탈 코리아는 우수한 근무 환경으로 2002년부터 16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고, 사내 스타트업 챌린지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티넨탈은 여전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요한 시장이라고 본다. 콘티넨탈의 전체 글로벌 매출에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나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30% 이상까지 성장하리라 믿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이혁재 콘티넨탈 대표는 이렇게 정리했다.

“콘티넨탈은 145년이나 된 기업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분야 개척에 관심이 많습니다. 언제나 젊은 기업임을 표방하죠. 그런 면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술과 풍부한 인재를 보유한 젊은 국가입니다. 이미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인터넷 서비스,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죠. 전문성·기술력·인재를 최고로 치는 콘티넨탈이라면 한국 제조업에 혁신을 일으키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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