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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녀가 걱정된다면 ‘신탁’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걱정이 많다. 홀로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도 장애인 자녀를 위해 신탁재산을 보호하는 각종 조치가 마련되고 있다. 특히 신탁은 장애인 자녀가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가는 좋은 제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60대 중반 고객에게 전화를 받았다. 30대 장애인 자녀가 있다며, 재산증여와 신탁을 상담할 요량이었다. 마침 장애인을 위한 세제혜택이 담긴 상품이 있어 추천했다. 장애인 자녀에게 부동산을 물려주거나 후견인을 정하는 문제 등 최근 들어 유사한 상담전화가 늘고 있다.

한국은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할 만큼 장애인 권익 보호에 힘쓰고 있다. 사회 전반에 복지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장애인 복지 수준도 한층 더 좋아졌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단적으로 일반 건물이나 시설만 봐도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런데 자산관리나 금융지원은 오죽하겠나 싶다.

일본만 해도 매년 오사카에서 ‘배리어 프리’ 행사, 도쿄에선 국제 복지·기기 박람회(HCR)가 열린다. 이곳에선 재활용품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금융자산관리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관리 방안까지 나올 정도로 지원책 범위가 꽤 폭넓다. 한국 얘기를 다시 해보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5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앞서 말한 상담 사례처럼 이들을 위한 금융 지원상품을 고민해봤다. 우선 세제혜택이 있는 장애인신탁과 연금보험, 신탁을 활용한 장기 자산관리 방안 등이 생각났다. 상담전화가 오면 우선 세 가지 상품을 권한다. 하나는 장애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신탁할 경우 5억원 한도로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않는 신탁형 상품이고, 또 하나는 장애인을 수익자로 하는 연간 4000만원 한도의 연금보험 상품이다. 연금보험은 장애인 자녀에게 유용한 상품이다. 대부분 성년인 장애인 자녀를 위해 가입하므로 부모가 피보험자가 되면 자녀가 연간 4000만원 정도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세제혜택은 뭘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2조의 2 제2항에 따르면 장애인이 재산을 증여받아 세금 신고기한까지 그 재산을 신탁하고 신탁에서 나오는 모든 이익을 본인이 받을 경우 5억원 한도 내에서 증여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동법 시행령 제45조의 2 제5항에는 증여받은 재산의 과세가액을 산입시키지 않는다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 신탁 후 세제혜택을 위해서 원금 인출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세제혜택의 범위는 꼭 장애인에 국한된 건 아니다. 국가유공상이자 또는 항시 치료를 원하는 중증환자인 암 환자, 만성신부전증환자 등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에게 재산을 줄 수 있는 사람, 즉 증여자는 직계존비속뿐만 아니라 제3자도 가능하다.

금전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유가증권도 증여할 수 있다. 증여받은 재산 전부를 신탁업자에게 신탁하고 장애인이 모든 신탁이익을 받는 수익자로 지정되어야 하고 신탁기간은 장애인이 사망할 때까지로 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일단 신탁계약에 나서면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세금혜택에 따른 사후관리 부분이다. 신탁을 해지하거나 기간이 만료된 후 연장하지 않으면 신탁기간 중 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수익자를 변경하거나 수익금의 일부라도 제3자에게 귀속되는 즉시 증여세가 부과된다. 신탁된 재산이 운용 중에 감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인출하거나 처분하려 해도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지난해 세법이 개정되면서 신탁재산에서 장애인 본인의 의료비 등의 용도로 인출하는 경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래도 많은 장애인 가정에 도움이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저금리 때문이다. 금리가 꽤 높았던 예전엔 이자만으로도 생계유지가 가능했으나 저금리시대가 도래하면서 신탁한 재산을 운용하면서 생긴 수익이 생활자금으로 쓰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맞았다. 앞으로 저금리를 고려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일정 금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개정되면 더 유용할 듯 싶다.

다음은 신탁계약의 당사자 문제다. 재산을 증여받은 장애인은 언제 신탁계약을 해야 할까. 상담자 대부분이 장애인 자녀가 성년자라 해도 본인들이 계약을 대리한다는 전제로 세제혜택을 묻는다. 하지만 전적으로 세제혜택을 논할 수 있는 당사자는 장애인 자녀다. 장애인 자녀가 스스로 계약을 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정법원에서 후견인 선임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기간만 법원에 따라 수개월이 걸려 당초 예상했던 신탁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부모가 위탁자가 되도록 하는 내용에 수정이 필요하다. 부모가 위탁자, 자녀가 수익자인 타익신탁의 형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장애인 자녀를 위해 부동산을 신탁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70대 박모씨는 본인 건강이 악화되면서 30대 장애인 자녀 명의로 오피스텔을 사려고 했다. 그리고 사후 친누나에게 후견인 역할을 맡겨 재산관리를 돕도록 했다. 물론 오피스텔 명의는 장애인 자녀 이름으로 했고, 월 150만원의 월세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형제나 제3자가 잘 돌봐줄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성년후견제도’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2013년 7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성년후견제도 절차를 통해 본인이 장애인 자녀의 후견인이 되고, 재산관리는 신탁계약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상속자가 사후 복수의 후견인을 설정하면 신탁에 맡겨둔 재산을 특정 후견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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