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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VE OFFICES(6/9)] 애플(Apple) 

5조원 투자해 ‘잡스의 철학’을 구현하다 

박지현 기자
원형경기장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하다. 둥그런 고리 모양의 건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건설비용만 5조원이 넘는다. 애플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본사는 스티브 잡스의 직원들에 대한 철학이 담긴 유작이기도 하다.

▎애플의 신사옥 애플파크의 스티브잡스 극장은 지하계단까지도 채광이 들어온다.
● 직원들이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 직원들이 늘 연결되고 유동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 직원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 직원들이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함께 있도록 한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줄곧 추구했던 가치는 아주 거대한 유작이 됐다.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새 본사 ‘애플파크’는 대형 우주선 형상을 띤 원통 모양으로 설계됐다. 지난해 4월부터 직원들의 입주가 시작된 애플파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쿠퍼티노에 있는 새 본사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부터 ‘세계 최고의 사무실’을 만든다면서 추진한 프로젝트다. 500만㎡(축구장 넓이의 약 700배) 면적을 잔디와 수천 그루의 나무로 꾸몄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우주선처럼 둥그런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우주선’이라고 부르지만 애플 내부에서는 ‘링’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애플 직원을 위한 피트니스 센터, 과수원, 풀밭, 연못 등을 갖췄다.


▎우주선 모형을 연상케 한다는 애플파크는 직원들이 만날 수 있게 원형으로 만들었다. / 사진:애플 제공, 가젯
공사 기간 50개월, 공사비용 50억 달러(5조3400억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3.3㎡당 건축비 6600만원이 들었다. 1만1000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 300여 개 사내 전기 충전소도 있다.

엄청난 수치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애플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된다는 것. 지붕에 설치된 태양 전지판은 최대 17메가와트(MW)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티브 잡스 극장은 투명한 유리 소재를 사용해 높이 6m 지름 50m의 원형으로 지었다. 연결되는 지하계단까지 자연채광이 들어온다. 조명 없이도 반사되는 태양 빛으로 실내는 환하다. 바닥과 벽을 반사율 높은 흰 소재로 만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과 자본 투자가 건축 설계의 전부일 수 없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인 조너선 아이브는 “우리는 인상적인 통계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인상적인 통계로 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애플파크의 규모와 기술이 놀랍지만, 본질적인 성과는 ‘애플파크가 직원들을 연결하고 협업하고 걷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 건물이 둥그런 이유는 직원들이 원형 복도를 따라 걸어 다니다 모든 부서 직원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애플파크 전경을 볼 수 있는 방문자 센터 내부.
잡스의 철학이나 사고방식(way of thinking)은 늘 화두였다. 그는 애플 제품을 만들 때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구상하고 설계했다고 한다. 이 건축물에는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적 사고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문고리 하나를 만들 때도 손잡이가 소방법에 부합하는지 지역 소방청과 대화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나노미터 단위까지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제품을 만들 때와 조금 달랐던 잡스의 철학은 바로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아이폰이나 맥북이 사용자를 고려한 것이라면, 애플파크의 주인은 직원인 셈이다.


▎애플파크 방문자 센터.
조너선 아이브는 “주변의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더 이상하긴 하다. 왜냐하면 이 건물은 누굴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직원이 아닌 사람들은 애플파크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 일반인은 물론 주주들마저 출입이 안된다.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메인 시설을 견학자들에게 개방하게 되면 기밀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우리에게 기업비밀을 지키는 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초창기 한 직원이 SNS에 올렸던 내부 사진은 기사가 게재되자마자 모두 삭제됐다고 한다.

직원들만을 생각했던 이곳은 잡스의 유작을 넘어 걸작이 됐다. 심지어 그 공간철학은 선택된 복 많은 애플 직원들만 누릴 수 있다니. 특별한 공간이 더 궁금해지고 신비감은 커진다.


▎화이트보드 벽면으로 만든 애플 구사옥 내부.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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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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