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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VE OFFICES(3/9)] 아마존(Amazon) 

진짜 아마존 같은 도심 속 열대우림 

박지현 기자
꼭 사무실 밖으로 나가야만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걸까? 이번엔 거대한 숲이 실내로 들어왔다. 아마존 시애틀 본사 옆에 지어진 ‘더 스피어스’는 예산부터 형식까지 혁신을 넘어 파격이 됐다.

▎아마존 본사 옆에 지어진 ‘더 스피어스’는 세 개의 유리 돔으로 연결돼 있다. photo by Jordan stead
360도 유리 돔 안에 4만 점에 이른 다양한 식물이 천장과 벽면을 빼곡이 채웠다. 식물들은 계단을 따라 자라고 거의 돔 꼭대기까지 닿으려 한다. 나무로 된 데크와 시냇물, 작은 폭포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식물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업체 아마존의 실제 사옥이다. 도심 속 자연을 표방한 업무공간을 위해 7년간 들인 예산은 40억(약 4조2820억원) 달러다.

1월 말, 아마존은 미국 시애틀 본사 옆에 혁신적 업무 공간인 ‘더 스피어스(The Spheres, 이하 스피어스)’를 공개했다. 아파트 12층 정도 되는 약 30m 높이에 지름 40m의 거대한 유리 돔 3개가 연결된 형태다.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같은 길이의 직선 부재를 써서 구면을 분할한 돔 모형)의 원리처럼 똑같은 기하학적 오각형 모듈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건물이다. 외관엔 620t의 스틸과 1200만 파운드의 콘크리트, 2643개의 판유리가 사용됐다. 내부 공간은 4개 층, 3700㎡(약 1120평) 규모로 최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이곳엔 키 15m가 넘는 무화과나무를 비롯해 50개국에서 가져 온 400여 종의 식물 4만 점을 심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수직벽면으로 정렬된 식물로 꾸며진 ‘살아 있는 벽’이다. 2만5000개 이상의 식물이 370㎡의 그물 모양으로 엮어 졌다. 온실에 있는 90㎝의 패널마다 식물들을 심어 조립한 뒤 벽면에 부착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특정 식물 종들이 특정한 높이에서 번성하는 현상에 맞춰 낮은 조도, 낮은 온도 등을 선호하는 식물들을, 수직면에서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난초들을 심었다.


▎스피어스엔 새 둥지 모양의 회의실과 인공 폭포 등이 있다. / 사진:아마존 제공, 유튜브 캡쳐.
스피어스 공간은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식물로 가득 찬 일터가 직원들을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학술 연구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공간으로서의 상징뿐 아니라 친환경적 기능도 한다. 돔의 식물들은 도시의 열섬 현상을 줄이고 실내 공기를 환기하며 건물에도 냉각과 단열을 제공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론 개글리아도(Ron Gagliardo) 아마존 원예 책임자는 “직원들을 자연과 연결하고 싶은 목적으로 스피어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양분과 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정교한 관개 시스템도 설치했다. 관개 시설은 벽의 맨 위로 펌프질해 바닥으로 천천히 침투하여 식물이 아래로 이동할 때 발효시키고 물을 준다. 결과적으로 관개는 간단하고 지속 가능하다.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낮 시간에 돔 내부는 섭씨 20~23도, 습도 60~65% 수준을 유지한다. 열대우림이라 일반 사무실 환경보다 습도를 좀 더 높게 맞췄다. 직원들이 사용하지 않는 오후 7시~다음 날 오전 7시에는 주행성인 식물들에 맞춰 습도가 80~85% 정도로 올라간다.


▎이 곳엔 4만 점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 사진:아마존 제공, 유튜브 캡쳐.
좌석 배치도 독특하다. 어떤 의자는 작은 뜰 속에 감춰져 있고, 또 다른 의자는 화장실이 딸린 보안센터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유리 벽면의 단점은 지나친 채광에 있는데, 스피어스에는 그림자가 풍부하다. 이색적인 건물 구조와 식물 군집으로 낮에도 눈부심 현상 없이 업무를 보거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에 따르면 지난 1월에만 2만여 명이 스피어스 방문 예약을 신청했다. 존 쇼틀러(John Schoetter) 아마존 부사장은 “직원들이 협력할 수 있는 독특한 만남의 장소가 필요했다”며 “스피어스는 업무에서 창의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상징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스피어스 내부. / 사진:아마존 제공, 유튜브 캡쳐.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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