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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VE OFFICES(2/9)] 에어비앤비(Airbnb) 

전 세계 인기 숙소를 사무실로 구현 

박지현 기자
바닥에는 나무 마루나 카페트가 깔려 있다. 벽난로도 있고, 소파와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활발한 교류와 편안함,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쇼룸 같다.

▎박스형으로 묶은 회의실들은 숙박 리스트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다. photo by mariko reed
“어디든 내가 속한 곳(Belong Anywhere).”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철학이다. 에어비앤비의 오피스 공간은 바로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한껏 살렸다.

집은 에어비앤비의 뿌리다. 집을 빌려주는 주인인 호스트와 게스트(손님)를 정보기술(IT)로 이어주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가 2008년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아파트에서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와 함께 지내며 설립한 취지가 사옥 깊숙이 스며 있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세계 8만1000개 도시에 450만 개의 등록 숙소를 보유한 세계 최대 숙박공유 업체다. 두 번째 사옥인 베이브리지 999번지 건물은 아예 각층을 부에노스아이레스·교토·암스테르담 등 도시별 테마로 나눴다. 에어비앤비 사옥은 모두 중앙이 뻥 뚫려 있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통째로 비운 아트리움 형태로 커다란 복도식 아파트를 마주한 듯한 효과를 준다.


▎숙소의 소품까지 그대로 비치한 에어비앤비의 회의실 내부.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박스형 회의실들은 에어비앤비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에어비앤비에 실제로 등록된 인기 숙소를 본떠 회의실로 꾸몄다. 가구와 소품 모두 맞춤 제작해 완벽하게 복제했다. 창업자들이 살던 아파트도 벽난로 위 조각상까지 똑같이 재현했다. 직원들은 실제로 구현된 집 같은 회의실에서 끊임없이 여행 욕구를 느껴 상품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함께 높아진다.

에어비앤비 사옥은 일반 책상을 모아둔 사무 공간보다 회의실, 대형 커뮤니티 테이블, 카페 등 공용 공간이 훨씬 넓다.

직원들이 건물 안에서 되도록 많이 이동하고 마주치도록 동선을 짰다. 일정 간격마다 소파와 테이블, 간이 부엌 등을 배치한 것도 교류를 높이기 위해서다. 에어비앤비에는 지정석이 없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편한 곳에서 일하면 된다. 한곳에서 오래 일할 때 느낄 수 있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개인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독서실처럼 조용한 곳도 있고, 작은 소음이 있는 카페나 야외 테이블 등 다양하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무엇보다 세계 현지에 있는 에어비앤비 사옥들의 특징은 현지에 맞게 특징을 살렸다. 2017년 행정자치부의 공간혁신 우수사례로 꼽힌 에어비앤비 싱가포르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전형적인 싱가포르의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평면으로 넓은 공간이 아니라 층으로 구분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를 창출해 공간과 커뮤니케이션의 정석을 보여주는 시도로 꼽힌다. ‘마천루(Skyscraper)’로 불리는 중앙계단은 허브 공간이다. 중앙계단을 감싼 벌집 같은 콘크리트는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모습을 표현했다. 싱가포르 시민의 70%가 공공아파트 HDB에 살고 있다. 직원들 간의 우연한 만남이 목적이라, 모든 통로는 이 계단으로 통한다. 오피스 공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완전히 노출되지 않고 구멍이 뚫린 콘크리트로 감싸 신비감과 호기심을 준다. 계단에 가까이 가도록 유도하거나 즐겁게 오르내리게 하는 심리적 장치다.


▎천막처럼 만든 공간.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헤리티지룸’은 첫 오피스를 열었을 때를 기념해 당시 오피스 모습처럼 당시 사진을 걸어두었다. 과거 열정을 되살리고, 오래 일한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에어비앤비 싱가포르는 직원들이 직접 공간 창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원 디자인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회의실 중 하나인 벨로 6가 대표적이다. 사무실 뒤쪽 구석에 있던 벽장 자리를 개조해서 자유롭게 디자인을 설계해보도록 했다. 직원들은 새로운 달 탐사를 하는 우주 정거장의 모습을 구현해냈다. 디자인을 설계한 Farm은 “전반적으로 이 프로그램 자체가 회사의 창조적인 공간을 구현할 뿐 아니라, 사무실 공간에 대한 애정, 동료들 간의 협업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는 지난해 기준 310억 달러(약 33조원)다.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우버 다음으로 큰 비상장 기업이다. 창업 10년 미만으로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해 ‘데카콘(decacorn)’으로도 불린다.


▎오리건주 에어비앤비 CX허브도 목재를 활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photo by Jeremy Bitterman



▎지정좌석이 없는 에어비앤비에선 편한 곳에서 일하면 된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에어비앤비 건물은 중앙이 뻥 뚫려 복도식 아파트처럼 꾸몄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여행지에 온 것처럼 캠핑카를 사무실 내부에 들여놨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에어비앤비 싱가포르의 벌집 모양 중앙계단은 현지에서 볼 수 있는 공공아파트 모습을 살렸다. /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오피스스냅샷.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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