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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포브스코리아 오만 포럼 | 지상중계(1)] 당신은 이카로스인가, 퍼스트 펭귄인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포브스코리아가 국내 최초로 개최한 ‘포브스코리아 오만 포럼’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맡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이번 오만 포럼을 계기로 한국에서 오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오만 포럼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 사진:김현동·전민규 기자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로스의 설화로 시작해볼까 한다. 이카로스는 백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오만에 빠진 나머지 태양을 향해 더 높이 날아올랐다. 결국 날개가 녹아내려 바다로 추락해 죽고 만다. 그 후 수천 년 동안 이카로스는 오만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오만 연구 크게 늘어

오만이 하늘을 날던 사람을 추락시킨다는 것은 단지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수많은 위인과 국가가 오만으로 인해 몰락했다. 경영·경제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로존 위기를 거치면서 조직을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오만을 지목하는 연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 짐 콜린스의 위대한 역작인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후속작인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는 위대한 기업이 사라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위대한 기업들이 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짐 콜린스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가 몰락의 첫 단계라고 지적하고 오만과 자만을 경계했다.

물론 기업경영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퍼스트 펭귄은 펭귄 무리 속에서 처음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일컫는 말이다. 대다수 펭귄은 포식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린다. 퍼스트 펭귄이 용감하게 앞장서면 차례로 그 뒤를 따르는 습성이 있다. 퍼스트 펭귄은 오늘날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카로스일까, 퍼스트 펭귄일까? 태양 가까이 날아가는 사람을 보고 이카로스라고 비웃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훌륭한 비행사였을 수도 있다. 나 자신이 퍼스트 펭귄이라 생각하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포식자의 날카로운 이빨에 가장 먼저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사람 경영이 지속가능 기업의 핵심

기업을 경영하면서 여러 차례 내 자신이나 주변에서 오만의 파괴력을 경험했다. 경영을 하다 보면 ‘내가 잘나서 내 사업이 이만큼 커졌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 사업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을 멀리하게 된다. 내 곁에 순종만 하는 ‘예스맨’들로 가득 차게 되면 내가 잘못 판단하더라도 아무도 바로잡아줄 수 없게 된다. 결국 CEO 개인의 오만이 조직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항상 내 그릇된 판단으로 부하 직원까지 포식자에게 희생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회사에 주어진 사회적 사명은 성장과 고용창출, 이익 창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망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전 임원과 간부들이 참석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가 망할 수 있나?’라는 주제의 워크숍을 과거 10여 년간 세 차례나 개최했다. 이 워크숍의 목표에는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오만을 경계하자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아울러 우리 회사는 회사의 흥망성쇠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구성원 중심 경영’, ‘일하기 좋은 기업’, ‘행복한 직장’ 등 조직문화 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 운동은 결국 사람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고, 사람 경영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경영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 오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많은 경영학자가 오만이 무엇인지, 경영에서 오만이 조직과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오만을 어떻게 식별하고 교정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런 학문적 토대야말로 이카로스와 퍼스트 펭귄을 더 빨리 가려내고, 그로써 조직의 몰락을 예방하는 가장 탄탄한 안전망이 될 것이다.

오만 연구는 비단 경영학의 몫만이 아니다. 오만은 전 세계 각계각층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현상이므로 한 가지 학문에서만 다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오만학회에선 심리학, 정신의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한데 모여 논의하는 학제 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개최하는 ‘오만 포럼’도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오만에 대한 학제 간 연구가 한국에서도 더 활발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

※ 김종훈은…1996년 6월 국내 첫 CM 전문회사인 한미파슨스를 설립, 2006년 합작회사였던 미국 파슨스의 지분을 인수해 단독 법인(한미글로벌)으로 재출범했다. 2007년부터 한국CM협회 부회장, 2008년부터 사단법인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에는 사단법인 CEO지식나눔 설립을 주도했다.

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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