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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열정(5)] 이수진 야놀자 대표 & 이범석 뮤렉스파트너스 대표 

창업가와 투자자에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최영진 기자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우정과 열정’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이수진 야놀자 대표와 이범석 뮤렉스파트너스 대표다. 창업가와 투자자로 만나 서로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준 파트너가 됐다.

2015년 초다. 7곳의 벤처캐피털과 창업가 한 명이 저녁을 먹기 위해 모였다. 창업가와 투자자는 성장과 성공이라는 목표를 함께하는 동반자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성공을 이뤄내기 힘들다. 이날 모임에서 창업가와 투자자들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지 못했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창업가는 2005년 창업 이후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고 기업을 성장시켰다. 창업 후 10년, 더 큰 성장과 빠른 혁신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겼다. 투자자들도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창업가와 기업의 현황이 궁금했다. 투자를 해도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쉽게 말해 창업가와 투자자가 ‘밀당’하는 자리였다.

모임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창업가가 한꺼번에 투자자 7명에게 비즈니스의 성장과 성공 가능성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투자자의 반응도 시원찮았다. 창업가는 ‘모텔’로 대변되는 음지의 숙박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숙박문화를 바꾸는 게 가능한가’, ‘왜 숙박문화를 바꿔야 하나’ 같은 지적을 했다.

투자자와 창업가가 생각하는 기업가치도 큰 차이가 있었다. 기업가치는 투자액을 얼마로 할지 결정할 때 기준이 된다. 그렇게 이날 창업가와 투자자의 생각은 평행선을 달렸다.

창업가는 ‘투자자들이 왜 사업을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자리에서 만났던 한 투자자가 카톡을 보냈다.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라’라는 위로의 글이었다. 그 투자자는 “당시 그 창업가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던 게 마음에 걸렸다”고 회고했다. 창업가는 새벽에 장문의 답변을 보냈다. 사업을 하면서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스타트업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등 그날 자리에서 말하지 못했던 창업가의 진심 어린 속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어쩌면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배려와 진심 덕분이다.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우정과 열정’의 다섯 번째 주인공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기억하고 있다. 이수진(41) 야놀자 대표와 이범석(45) 뮤렉스파트너스 대표 이야기다.

이범석 대표는 “야놀자는 2013년 말부터 투자를 하고 싶었다”면서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는데 만나 주지도 않았다”며 웃었다. 이수진 대표는 “2015년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마케팅도 안 했고 투자 유치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VC 업계에서도 모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투자자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대표는 2005년 야놀자 창업 이후 2015년 7월 처음으로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투자를 결정한 투자사가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였고, 이범석 대표는 당시 투자심사역 상무직을 맡고 있었다. 이범석 대표는 “당시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도 100억원의 투자는 상당히 큰 규모였기 때문에 대표를 설득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투자사들은 대부분 야놀자가 꿈꾸는 숙박문화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대표는 이범석 대표의 제안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 찾아가 IR(Investment Relation, 투자 유치 활동)을 했다. 5개월 동안 지난한 투자심사 과정을 거친 후 1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는 7개월 후 10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수진 대표는 “2015년 창업 10년을 맞아 ‘리스타트’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면서 “이범석 대표 덕분에 야놀자는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범석 대표에게 고마운 게 많기 때문에 ‘우정과 열정’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결정했다”며 이수진 대표는 웃었다.

야놀자, 2020년 상장 목표


▎서울 삼성동에 있는 야놀자 본사에서 만난 이수진 야놀자 대표(오른쪽)와 이범석 뮤렉스파트너스 대표(왼쪽). 두 사람은 신뢰와 배려 덕분에 창업가와 투자자의 관계를 뛰어넘어 우정을 쌓고 있다.
투자 이후에 두 사람이 더욱 가까워진 계기가 있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 덕분이다. 김 부대표는 3M과 구글에서 일하다 미국 다트머스 칼리지에서 MBA를 취득했고 이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당시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 많은 입사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2016년 초 부대표로 야놀자에 합류한다는 소식은 당시 업계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던 이가 스타트업으로 전직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때였다. 두 사람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범석: 제가 야놀자에 첫 투자를 한 후에 이수진 대표가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래도 투자자가 너무 많이 나서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했다.

이수진: 도와달라는 말이 진심이었다.(웃음) 그때 야놀자를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혁신을 이끌어갈 인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전략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범석: 큰 금액을 투자한 입장에서 이 대표 말을 들었을 때 유능한 전략담당자를 찾아야 했다.(웃음) 함께 MBA에서 공부했던 후배가 생각났다. 구글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던 후배였고 당시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나서 야놀자 투자 이야기를 했더니 단번에 ‘위험한 투자’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웃음) 그랬던 그가 야놀자로 이직한 것이다.

이수진: 맞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야놀자 사업에 대해서 엄청나게 지적했다.(웃음) 헤어진 후에 오히려 그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범석 대표에게 ‘그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범석: 김종윤 부대표는 IR 자료로 비즈니스를 검증했을 때는 야놀자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수진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던 것 같다. 그가 직접 야놀자를 바꿔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2015년 8월에 이 대표와 후배가 처음 만났는데, 몇 번 더 만난 후 2015년 말에 야놀자에 합류했다.

야놀자는 이범석 대표의 도움으로 첫 투자 유치 이후 급성장할 수 있었다. 야놀자가 현재까지 투자 유치한 누적 금액이 1510억원이나 된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이수진 대표는 사업 다변화와 숙박 플랫폼의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형 숙박업소에 예약 문화를 안착시킨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2017년 7월 기준으로 야놀자가 운영하고 있는 숙박 예약 서비스 누적 가입자가 900만 명이고,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2170만 건에 이른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중소형 숙박업소 업주를 위한 숙박 운영 플랫폼 ‘스마트 프런트’도 운영하고 있다. 영토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6년 7월 ‘호텔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한인 숙소 예약 전문 스타트업 ‘민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렌트립’, 동남아호텔 체인 ‘젠룸스’ 등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야놀자 프랜차이즈를 출범해 ‘호텔야자’, ‘호텔얌’, ‘에이치에비뉴’ 등 3가지 콘셉트의 숙박 브랜드도 론칭했다. 객실 용품의 고급화를 위해 ‘좋은 숙박연구소’를 설립했고, 중소형 숙박 최초로 평생교육원 설립 인가를 획득한 ‘야놀자 평생교육원’을 2015년 4월에 신설했다. 이 대표는 “이범석 대표와 인연을 맺으면서 야놀자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숙박 O2O 업계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고 자랑했다. 또 “2020년 상장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며 웃었다.

700억원 규모의 펀드 2개 운영 예정

이범석 대표도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 11월 업계에서 실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강동민·오지성 심사역과 함께 뮤렉스파트너스라는 VC를 설립한 것이다.

이범석 대표는 부산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LG전자 해외마케팅 부서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 졸업 당시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었고, 첫 직장인 LG전자에서 해외마케팅을 담당했다”면서 “최연소 미국 법인 주재원으로 근무했는데, 일하면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MBA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MBA 취득 이후 금융권에서 일할 계획이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신 삼성디스플레이 전략기획팀에 합류해 전략 투자와 M&A를 담당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11개 회사에 투자 및 M&A를 진행했다”면서 “기업 투자 경험을 하면서 벤처캐피털이 기업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2011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심사역으로 일한 6년여 동안 야놀자를 포함해 록앤올, 레진엔터테인먼트, 마이뮤직테이스트 같은 35개 스타트업에 560억원 정도의 투자를 진행했다. 그는 “투자 성과 측면에서는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며 웃었다. 능력을 인정받던 곳에서 나와 독립한 이유를 “많은 심사역이 자신이 꿈꾸는 투자회사를 마음에 품고 있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설립된 VC는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원사 기준으로 110여 곳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VC 경쟁도 치열해졌다. 설립 후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VC도 부지기수다. 신생 VC인 뮤렉스 파트너스는 설립 후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설립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모태펀드와 산업은행 주관 성장지원펀드에 선정됐다”면서 “늦어도 9월까지는 700억원 규모로 2개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와 창업가로 처음 만나 3년 넘게 인연을 쌓아오면서 두 사람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큰일이 생길 때마다 서로를 찾아 도움을 받았다. 함께 고민했고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이범석 대표는 “지금도 2주에 한 번은 만나는 것 같다”면서 “술을 마실 때면 항상 이 대표에게 전화하는 게 버릇”이라며 웃었다. 이수진 대표도 “투자 유치를 결정할 때나 사람을 찾을 때마다 이 대표와 상의한다”고 말했다.

이젠 투자자와 창업가 관계가 아니라 일이 없을 때도 찾는다는 두 사람, 그들에게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범석: 내가 이수진 대표를 처음 만난 게 2015년 2월이었는데, 그때 그의 손이 무척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장 출신의 창업가라서 그런지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이수진: 이(범석) 대표를 볼 때마다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야놀자 최초의 투자자이기 때문에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일이 생길 때마다 언제든지 찾게 된다.

이범석: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학력이나 배경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수진 대표를 보면서 학력과 배경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대표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수진: 칭찬이 과한 것 같다.(웃음) 이범석 대표를 그동안 지켜보면서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운다. 이 대표는 삶의 태도를 삶의 목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이 대표에게 배워야 할 점이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두 사람에게서 창업가와 투자자의 모습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대신 창업 생태계를 함께 고민하고 삶의 태도를 함께 이야기하는 파트너처럼 보였다. 우정과 열정을 공유하는 것은 함께한 시간의 길이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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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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