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우물 안 개구리, 금융지주사(7) 

예대마진의 그늘 

김영문 기자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이 또 ‘예대마진’으로 사장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시중은행이 올해 예대마진으로 챙겨가는 돈만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자 놀음’에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위주였던 국민은행화(化) 됐다. 이대로 두고 보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이 맞는지 심각하게 생각한다. 은행들이 최근 지나치게 주택담보 대출에만 집중한다.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식 영업’이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은행들의 영업 행태가 *‘외부불경제’를 야기하는 문제도 있다.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금융 감독당국에 미흡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저를 포함해 감독당국도 반성하고 있다.” -2017년 7월 26일 서울정부종합청사 기자간담회

*외부불경제 - 기업의 생산활동이나 개인의 행위가 아무 대가 지불 없이 제3자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는 효과

# “이자놀이에 대한 비판은 이해하지만, 대출 규모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다. 은행들이 혁신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지만, 은행이 이자놀이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은 무리가 있다. 이자놀이에만 치중한다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보면 대출자와 수신자를 연결하는 것이 은행 역할이고, 그 과정에서 이자이익을 얻는 것이 은행의 기본 역할이라 비난하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다.” -2018년 8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두 발언 모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한 말이다. 1년 전엔 ‘이자 놀음’ 하는 은행을 작심이라도 한 듯 비판하더니 올해는 입장을 바꿔 은행을 대변하고 나섰다.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1년 새 말을 바꿀 정도로 시중은행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는 얘기다. 이유는 하나다. 최근까지 수년간 시중은행이 이자 장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지만, 기업대출이나 사회공헌사업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자 놀음’ 했다는 따가운 시선도 여기서 비롯된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나 늘어난 19조700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한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거둔 이자이익도 1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상반기(1월~6월)에 거둔 이자이익은 11조280억원, 지난해(9조6600억원)보다 1조4000억원가량 늘었다. 국내 시중은행 전체가 거둔 이자이익의 56%를 4대 은행이 거둬 간 셈이다.

늘어난 대출 덕분이다. 물론 지난해부터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고, 예대마진도 확대됐다. 7월에도 예금은행의 수신금리는 하락했지만, 대출금리는 상승하면서 예대금리 차가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1.82%로 전달보다 0.05%pt(포인트)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전달보다 0.02%pt 오른 연 3.67%를 기록했다. 이로써 예대마진은 1.85%pt로 확대됐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美·中 은행 1000원당 150원 벌 때 韓은 반토막


이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3318억원으로 지난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가장 많은 상반기 순익을 냈다. 우리은행도 당기순이익 1조2048억원으로 지난 2017년 상반기(1조44억원 순익)보다 2004억원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한금융도 1조1190억원으로 경상이익 기준으로는 7년만에 가장 큰 규모를 보였고, 하나금융도 순익 1조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9억원이나 늘었다. 결국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4조4360억으로 사상 최대치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자이익 덕에 ‘역대 최대’란 명패를 실적발표 시즌마다 갈아치우고 있다. 더불어 ‘이자놀음’이란 시선도 더 따가워졌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사업 전체에서 턱없이 부족한 글로벌 사업 비중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이 글로벌 부문에서 거둔 순이익은 5272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순익 대비 11.9% 수준에 그쳤다. 앞서 본 4대 시중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에서 그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해외 은행과 비교해도 글로벌 부문에서 거둔 이익 비중이 턱없이 작다. SC스탠다드 차타드의 본진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올해 상반기 해외이익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영국에서 거둔 영업이익이 10%도 안 된다.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도 스페인 이외 브라질(26%), 영국(16%), 멕시코(7%), 미국(4%) 등 지역에서 거둔 이익 비중이 85%나 된다. 미국 씨티은행도 지난해 총수익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물론 이들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좀 떨어져 있어 단순히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가까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마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순영업이익의 55%(글로벌 뱅킹 31% 포함)를 해외에서 거두었다.

다음은 총자산수익률(이하 ROA)과 자기자본이익률(이하 ROE) 지표가 그 증거다. ROA는 기업의 당기 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누어 얻어지는 수치로, 특정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의 ROA와 ROE를 각각 살펴봤다. ▶KB국민 0.81%, 10.56% ▶신한 0.73%, 10.23% ▶우리 0.81%, 12.16% ▶KEB하나 0.7%, 9.52%였다. 반면 미국 은행은 1.5%, 16%, 중국도 1.4%, 19.1%를 기록했다. 즉, 회사 자본 1000원으로 한국이 70원대를 벌면 미국이나 중국은행은 150원 가까이 벌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대표 시중은행은 가진 돈으로 기계적으로 쌓이는 이자 말고는 딱히 굴릴 방법이나 안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은행도 할 말이 있다. 이종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무늬만 해외 진출’이란 지적이 있지만, 인지도가 낮아 현지 예금 확보가 어려워 금리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엔 부실 우려도 걸림돌”이라고 대변했다.

하지만 대출금리 산정도 뭔가 의심스럽다. 지난 6월 은행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금융감독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2~5월까지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검사한 결과, 가산금리 부당 책정 사례가 수천 건 발견됐다”며 “주요 시중으로는 KEB하나은행과 씨티은행, BNK경남은행 등 총 3곳이었다”고 발표했다. 7월에 검사대상을 늘려 실시한 결과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Sh수협은행 등 4개가 추가로 적발됐다.


대다수 은행이 대출자 소득을 빠뜨리거나 축소해 입력하는 형태로 가산금리를 높게 매겼다. 이 밖에도 한결 높아진 신용 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반영하지 않거나 수년간 똑같은 값을 적용해 금리를 높인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실제 한 직장인은 연 소득이 7000만원이지만, 소득이 0으로 잡히는 탓에 부채비율이 400%에 육박했고, 이미 대출받은 자금에 가산금 1%pt(포인트)를 더 물기도 했다. 예금금리 혜택 범위가 있어도 무조건 최하 등급으로 정해 통보하는 경우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문제와 과도하다고 논란이 된 급여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모두 5만9591명으로 1년 전(6만1754명)보다 2163명 줄었다. 최근 실업자 양산 추세가 불거지자 시중은행들이 올 하반기 3000명 이상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 측도 불만은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최근 은행 거래에서 모바일이나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90%를 넘어서고 있다”며 “본사에서도 지점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도는 가운데 사람 하나 더 뽑자는 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자이익으로 급여만 올린다는 지적도 있다. 4대 시중은행과 더불어 SC제일, 한국씨티 등 총 6개 은행 직원들의 올 상반기 평균 급여는 475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급여가 상당히 높다는 삼성전자(약 4300만원)보다 높은 수치다. 일각에선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해 폐업을 선언한 중소기업이 늘고, 이자이익도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한 은행 관련 부서 팀장은 “상반기 성과급, 소득공제환급액 등이 반영돼 하반기보다 400만원 정도 더 책정된 면이 있다”며 “은행원은 개인연금저축 의무가입, 우리 사주 보유 등으로 실제 IT 업계보다 받는 급여가 적다”고 답했다.

그래도 은행을 향한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9.13 부동산 대책’에서 갭투자의 원흉으로 몰린 전세대출을 막고 나선 탓에 은행 문턱까지 높아진 상황. 여의도 증권업계 은행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 대출이자는 더 오르고 예대마진은 더 커져 은행권은 한동안 이자이익 최대치 경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당장 은행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돼 추천 리포트가 쏟아지겠지만, 비이자이익 개선, 비은행 계열사 이익 기여도 확대, 해외 수익 비중 확대 등 굵직굵직한 은행 경쟁력 강화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되레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고, 경기 하강세, 자본규제 개편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자산 성장의 한계, 판관비 부담, 자본규제 개편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 진입규제 완화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201810호 (2018.09.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