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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장이 LG의 미래 책임질까 

 

최영진 기자
4세 경영이 본격화된 LG가 집중하는 전장 사업의 미래는 어떨까. 2013년 LG전자에 VC사업본부를 설치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9월 12일 구광모 LG 회장이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그룹
사례 1. 지난 9월 18일 LG전자 주가가 ‘뜬소문’ 때문에 급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날 개장 36분 만에 LG전자 주가가 4% 넘게 떨어졌다. 이 사태를 불러온 소문은 LG전자와 LG이노텍이 자동차 전장(전기장치) 사업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자동차 부품사업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사업”이라며 ‘헛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례 2. 지난 9월 12일 LG그룹 지주사인 (주)LG 구광모 회장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이날 구 회장은 LG전자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전장 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관심 있게 살펴봤다. 그는 “LG의 미래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저 또한 우선순위에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는 고 구본무 회장이 애착을 가지고 추진했던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R&D센터다. 축구장 24개를 합한 규모인 17만㎡ 부지에 20개 연구동을 갖췄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만 1만70000여 명이고, 2020년까지 2만2000여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구광모 회장이 첫 현장 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LG그룹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전장, 인공지능, 5G, 로봇 등의 R&D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자율주행차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교수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힘센 곳이 자동차 전장 부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계열사 전장 사업 연결 시너지 효과 높여


LG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 사업에 집중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LG그룹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LG전자의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LG이노텍, LG화학, LG디스플레이가 전장 사업을 하고 있다.

LG 전장 사업의 중심인 VC사업본부는 경쟁사인 삼성보다 일찍 전장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다. LG전자는 2013년 7월 1일 VC사업본부를 설치했다. 현재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중심으로 전장부품과 전기차 부품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2016년 말 GM의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와 인버터, 배터리팩 등 핵심 부품 11종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쉐보레 볼트 EV 부품의 70%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지난 4월에는 오스트리아의 글로벌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ZKW의 지난해 매출은 12억6000만 유로(약 1조6500억원). 생산량 기준으로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에서 Top 5에 꼽힌다. 전장 사업을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고정밀 지도 기업 히어(Here),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 NXP와 독일의 ‘헬라 아글라이아’ 등이 VC사업본부와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초 미국 미시간주에 2500만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설립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팩과 향후 모터 등 주요 전기차 부품 생산 거점 기지도 마련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많은 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전장부품이다. 2000년 전기차용 중대형 2차전지 개발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2009년 1월 13일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미국 GM의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현대차, GM, 아우디, 포드, 크라이슬러, 볼보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한국, 폴란드, 중국과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부터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신규 육성 사업으로 선정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계기판과 조수석 디스플레이,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 HUD 등을 공급한다. 2007년 차량 제동용 정밀모터 양산을 시작한 LG이노텍은 제동·조향용 정밀모터와 센서, 통신 모듈, 카메라 모듈 등 전장부품 20여 종을 생산한다. 이근호 국민대 자동차IT융합과 교수는 “LG이노텍은 소형 전장 모터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보쉬나 콘티넨탈 등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LG는 각 계열사의 특성을 살린 전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유다. 한국GM 관계자는 “VC사업본부가 ZKW를 인수한 것은 ZKW 부품을 장착한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기 위한 투자”라며 “완성차 업체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가 있으면 다른 계열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LG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ZKW는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등 21개 이상의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KTB투자증권 이동주 애널리스트가 “ZKW(인수로)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 이유다.

이렇게 다양한 전장부품을 공급하게 되자 일각에서 “LG가 완성차 시장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월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을 때 인수 기업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동안 여러 기업에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해서 성사되지 못했다. 김정하 국민대 교수는 “LG가 완성차 시장에 도전하면 경쟁사가 굳이 LG의 전장부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전장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폰 사업을 대체할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곳이 LG전자다. 지난해 매출은 61조3963억원, 영업이익이 2조4685억원이었다. 문제는 스마트폰 사업이다. 올 상반기에만 321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VC사업본부의 성장뿐이다. 김정하 국민대 교수는 “LG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에 뒤지면서 삼성보다 일찍 시작한 전장부품 분야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에 이은 빅 클라이언트 절실

LG전자 VC사업본부의 매출은 2015년 1조8300억원이었고, 2017년에는 3조4891억원으로 성장했다. 2015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비록 2017년에 101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LG전자는 전장부품 분야에 1조원이 넘는 R&D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이렇게 전장부품 시장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약 262조 7800억원)에서 2020년에는 3033억 달러(약 333조 47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LG의 전장 사업에 대해 업계는 “좋은 선택이다”, “시간을 두고 집중하면 성과를 낼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처럼 긍정적인 예측이 많지만, 성장의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선 중국 시장이 리스크로 꼽힌다. 2016년 1월 중국 정부는 전기버스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새롭게 정했다. 자국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LG화학은 중국에도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은 형국이 됐다. 오는 10월 LG화학은 중국 장쑤성 난징시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착공한다.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2개를 운영하는 셈이다. 탈출구는 동남아 등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LG가 생산하고 있는 전장부품이 반도체처럼 독점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대균 월드 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 대표는 “LG의 전장 부품은 ZKW처럼 고유 모델에 맞는 주문생산이 아니라 대중화된 부품들뿐”이라며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LG의 전장부품은 누구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게 약점”이라고 진단했다.

내수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다는 것도 LG 전장 사업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내수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대기아차와 긴밀하게 손을 잡아야만 하는데,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현대모비스 때문이다. GM 관계자는 “LG는 “GM과 같은 빅 클라이언트를 빠르게 늘려야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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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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