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실크로드 역사에서 배우는 기업경영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미국 경영학자들의 경영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2000년대 중반쯤으로 왠지 기억된다. 미국 경영학자들의 경영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세계관과 인간관이 한국적 현실과 괴리감이 있었다. 직접 기업을 경영해보지 않은 학자들의 이론이 현실 세계에서는 공허한 이론이 되기도 했다. 최신 경영 트렌드가 유행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현상들을 반복적으로 보다가 좀 더 긴 호흡을 가진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사는 의사결정의 축적된 결과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의사결정을 자기화해서 보는 것도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유목민의 역사는 농경민의 역사에 비해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했다. 실크로드 제국들의 흥망성쇠에서, 그 제국들을 이끌었던 리더들의 삶에 나를 투영하고, 칭기즈칸의 입장에서 세계정복 원정을 떠나보고, 진시황의 입장에서 중국이라는 시스템을 설계해보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환타지였다.

초원 유목민의 치열한 삶에서, 칭기즈칸의 처절한 삶의 여정에서, 몽골제국의 정교한 시스템에서, 소그드 상인들의 흥망성쇠에서, 탁발선비의 발흥에서 실크로드 역사는 유물이 아니라, 21세기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살아 있는 교재가 됐다. 유목민들의 노마드적 삶의 방식과 철학은 21세기 격변하는 세계경제에서 우리가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고,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커다란 교훈을 던져주었다.

유목민족의 흥망성쇠, 특히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을 보고 배운 지식을 우리 회사 경영에 접목하려고 노력했다. 몽골제국과 같은 유목제국들의 의사결정 방식, 조직문화, 성과 배분, 리더십, 경쟁우위, 성과 창출은 현대의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역사의 선물이다. 칭기즈칸은 나에게 어떤 경영학자보다 더 큰 경영의 지혜를 안겨준 스승이다.


역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해석이다. 실크로드의 유목민들은 농경민들의 수직적, 패쇄적 프레임과 기득권을 깨버리고 개방과 관용의 마인드로 인류 역사의 또 한 축을 이끌어왔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존의 거인들과 싸워왔던 우리 회사는 농경민의 역사보다 유목민의 역사에서 더 커다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기업 경영의 핵심은 인간과 조직, 세상에 대한 통찰이다. 경영학의 틀 안에서도 이런 통찰력을 키울 수 있지만, 역사는 더욱 큰 틀에서 경영자에게 인간, 조직,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을 제공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경영자는 더욱 긴 관점의 장기적 비전을 가질 수 있고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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