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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교육비 없애러 유튜버 된 자산운용사 대표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한국은 ‘사교육비’가 성역인 나라다. 교육비만큼은, 학군만큼은 전쟁을 치르듯 챙겨야 한다. 맞벌이를 해도 남는 돈이 없다. 그러다 퇴직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전략 상품 대신 사교육비 퇴출을 목표로 카메라 앞에 섰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 명이라도 더 노후준비를 해 한국 중산층을 탄탄히 만드는 데 기여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자녀 사교육비에 노후자금을 쏟아붓는 등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소비하려는 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돈’ 교육에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결같았다.

“주식형 펀드에 돈 넣어두고, 60대까지 잊어라!”

지난달 서울 북창동 사무실에 만난 존 리(61)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한 말이다. 수년 전 만났을 때도 그는 시장이나 투자전략보단 노후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국은 노후준비가 너무 부족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펀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란 말도 여전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설 뿐 아니라 이젠 유튜버로도 나선다. 이른바 ‘존리라이프스타일 주식’ 유튜브 채널. 벌써 구독자가 1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당연히 이곳에서도 특정 종목을 추천하진 않는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곧 금융교육에서 비롯된다는 철학을 설파했다. 최근엔 유튜버도 모자라 쇼핑몰 강연, 아이들을 위한 금융 교육에 교육용 회사 버스까지 동원해 전국을 누빈다. 올해 강단에 올라선 횟수가 벌써 20번이 넘었다. 사교육비 지출 문제는 최근 그가 꼽는 단골 사례다. 그는 “사교육비를 펀드 투자로 돌려야 한다”며 “한국에서 노후 준비에 대다수 실패하는 요인 중 사교육비 지출이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초 한국 투자 펀드인 ‘코리아펀드’의 주역이자 ‘가치투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이제 ‘금융교육’ 전도사로 나섰다.

한국의 노후 준비, 그렇게 심각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몇 년간 가치투자를 주장하면서 지인을 비롯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면밀히 뜯어봤다. 사교육비 지출이 정말 대단했다. 내가 들은 것만 따지면 한 가구당 한 달에 몇백만원은 쉽게 사교육비로 쓰는 것 같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현실을 방증하지 않았겠나 싶다.

그렇게 30~40대에 돈을 쓰는데 노후 준비가 가능하겠나. 단순 계산으로 따져봐도 돈을 모을 수가 없다. 그러니 자기만의 마땅한 생산수단이 없는 대다수 국민은 그냥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희망이라면 펀드 투자인데, 투자 성과를 판단하는 시계열이 2~3년으로 너무 짧다. 당장 펀드 수익이 나지 않자 이마저도 외면해버렸다.

금융교육에 적극 나서는 이유인가?

한국 사람들이 진짜 ‘바보’란 뜻이 아니다. 자신들도 알고 있다. 20~30대 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40~50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현실을 말이다. 그래서 불안해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논하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블록체인과 테마주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유가 뭐겠나.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있다는 뜻이다. 난 그 욕망이 단순히 욕심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걸 이루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거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게 들린다.

맞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선 돈을 좋아하면 속물이라고 본다. 어릴 때부터 펀드와 주식을 논하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가정과 자식의 미래는 사교육비 지출에 건다. 자식이 가질 수 있는 학벌과 직업이 좀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상이 그런가. 모든 이가 원하는 대학과 직업을 갖나. 그렇지 않다. 재수, 삼수해도 원하는 대학은커녕 진로 설정에 몇 년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 차라리 그 돈을 20년 이상 모아서 자식에게 활용하도록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도 그 돈으로 창업하겠다는 자식을 불안해하기 보다 믿고 지원해줘야 한다. 메리츠자산 운용이 20세 이하 투자자 대상 펀드인 ‘메리츠 주니어펀드’를 운용하는 이유다. 최근 중·고등학생들이 주식 투자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주니어 투자클럽’도 시작했다. 10년 내 환매하면 추가 수수료를 물려 장기투자를 유도한다.

‘돈‛ 좋아하지만 숨기는 문화 바꿔야

금융교육에선 어떤 얘기를 강조하나?

크게 세 가지다. ▶창업자 정신 ▶리스크 인식 ▶오픈 마인드다. 먼저 창업자 정신을 오해하는 이가 많다. 막연히 스타트업을 차리란 소리가 아니다. 스타트업은 왜 차리나. 돈을 벌기 위해서다. 결국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창업도 취업도 하는 진실을 우린 숨긴다. 그걸 드러내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장과 세상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오르내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 펀드에 가입해서 내년에 노후 준비를 끝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 아직도 한국 회사는 유리천장 같은 편견이 많다. 메리츠에서 ‘더우먼펀드’를 만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더우먼펀드’, 최근 젠더 이슈가 민감하게 떠오르지 않나?

그런 뜻이 아니다. 한국에선 젠더 이슈를 정치적이나 대결 구도로만 본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젠더 이슈는 사회가 분화되는 걸 유연하게 묶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하면 마치 뭔가 열려있는 사회로 보기 십상인데 상당히 보수적인 나라다. 여성 인력 문제에 포커스를 두기보다 남녀 차별 없이 누구나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해외에선 1990년대부터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꽤 있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자면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도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이 10.1%로, 그렇지 않은 경우(7.4%)보다 2.7%포인트 더 높았다고 봤다.

미국과 한국을 단순히 비교하기엔 무리아닌가?

분명 두 문화는 다르다. 그리고 미국 문화에 대한 오해도 많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젊은이들은 막연히 꿈꾼다. 스타트업을 차리고 얼마든지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말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 젊은이가 창업에 적극적인 건 실패해도 돼서가 아니라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때문이다. 부는 시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객관화한 후부터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를 속물이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게 다르다. 물론 제도도 앞서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제도 등으로 돈을 묶어둬 중산층이 돈을 벌었고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자는 얘기인가?

전혀 아니다. 강연 다닐 때마다 하루에 카페에서 커피 사 먹을 돈으로 펀드에 넣으라고 하면 죄다 이렇게 묻는다. ‘소확행’에 그쳐야 하냐고. 바보 같은 말이다. 당장 부자가 아니면 돈을 모아 부자가 될 생각을 하자는 마인드는 극히 오해한 거다. 시장에 답은 나와 있다. 흔히 말하는 재벌은 자본가다. 자본으로 돈을 벌었고, 쌓았다. 단지 일반인은 그 규모가 작을 뿐 주식 투자란 방법은 잘못된 게 아니다.

교육에 나선 후 인상 깊은 사례도 있었겠다.

있다. 학부모 상담사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두 가구 모두 사교육비 지출로 부부싸움을 매일 밥 먹듯 하는 가정이었다. 자녀가 성적을 그만큼 올리지도 못했다. 이들에게 종이에 숫자를 적어가며 사례를 말해줬다. 한국·미국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명문대에 갔다 치자. 이들이 다시금 사회가 선망하는 직업으로 돈을 많이 벌 확률이 얼마인지 대략적으로 따져봤다. 당연한 얘기일 것 같지만, 이를 듣고 사교육을 중단한 가정이 꽤 많다. ‘공부=돈’이 아니다. 진로를 선택할 때 분명 선택의 폭은 넓혀주지만 공부가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될 순 없다.

투자전략보다 철학과 당위만 앞선다는 의견도 있다.

메리츠는 상위 10%가 모두 가져가는 자본이득을 나머지 90%도 누리게 하고 싶다. 막연한 꿈이 아니다. 지난해 워런 버핏과 더불어 가치투자계의 거물로 꼽히는 필 데이비슨이 이끄는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 임원이 회사를 찾았다. 주니어 펀드를 보고 찾아왔다. 80년 전 미국에 생긴 칠드런(children) 펀드를 만든 주역이기도 했다. 가입자들은 모두 노후에 큰 수익을 거뒀다. 그는 한국도 이런 펀드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단순히 회사 수익보다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며 그 스피릿(spirit, 정신)을 잃지 말라는 격려까지 하고 갔다. 그날 처음 본 인연이었다. 투자전략은 이제 상향 평준화됐다. 한국 기업은 이미 세계적이고 그들은 또 다른 혁신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그들을 믿고 주식에 투자해 같이 커나가면 그만이다.

한국 제도나 규제도 많이 변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 일단 미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 입사하면 자동으로 가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제도를 많이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또 퇴직연금의 관리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자산운용사로 바뀌어야 한다. 원금보장형이란 개념도 버려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지금의 한국 연금시장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잣돈을 모아라. 남의 눈을 의식해 무리해가며 외제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삶이 윤택해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은 많은 이가 겪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주요 고객은 고액자산가들이 아닌 학생·직장인 등으로 매달 소액을 적립식으로 붓는다. 직판으로 판매사 운용수수료도 없애 운용보수를 1% 미만으로 낮추기도 했다. 60세 이후 80세까지 20년 이상을 노후기간으로 잡고 단순계산해도 필요한 돈이 15억원 정도다. 자식도 자리 잡으려면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현실이다. 종잣돈은 그만큼 중요하고, 노후준비는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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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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