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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홍 미래컴퍼니 대표 

제조업 2세 CEO의 위기 탈출기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창업주인 선친의 작고로 급작스레 가업을 잇게 된 젊은 CEO. 창사 이래 가장 큰 폭의 적자로 위기에 빠졌던 기업은 기술혁신과 기업문화 재정립이라는 정공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김준홍 미래컴퍼니 대표가 들려주는 기업과 경영의 본질에 귀 기울여본다.

▎김준홍 대표는 창사 이래 최대 적자에도 구조조정만큼은 피했다. 오히려 R&D 비용을 크게 늘리는 역발상 경영에 나섰다.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떠난 최고경영자(CEO), 이어진 어닝쇼크, 때마침 불어닥친 업황 둔화. 이쯤 되면 위기의 ‘종합세트’ 격이다. 어느 하나 쉽사리 헤쳐 나오기 힘든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쳤던 지난 2013년, 가업에 뛰어든 젊은 최고경영자는 오히려 연구개발(R&D) 확대와 기업문화 정착이라는 경영의 본질에 집중했다. 위기 이후 2년 만인 2015년 들어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흑자전환은 물론이고 2018년 들어선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김준홍 미래컴퍼니 대표가 지난 4년간 써 내려간 위기 탈출기다.

미래컴퍼니는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인 ‘에지 그라인더’ 부문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업계 최강자다. 최근에는 3D센서 모듈과 수술로봇 등 신규 사업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2134억원, 영업이익 263억원, 당기순이익 198억원을 올린 미래컴퍼니의 실적은 위기 이전인 2012년 대비 각각 121%, 68%, 55% 뛰어오르며 사상 최대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한때 존폐를 걱정해야 했던 기업은 위기 후 6년이 지난 현재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중견기업으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구조조정은 단 한 번도 생각지 않았다”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인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 앞에 선 김준홍 대표. 올해 카자흐스탄과 수출 계약을 맺고 첫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게 2013년 5월인데, 6월에 선친인 김종인 대표께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장례를 마친 직후인 7월에 입사했죠. 갑자기 가업에 뛰어들다 보니 경황도 없고 두려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실적보다 창립 이래 이어온 기업문화를 계승하는 것이 아버님의 유지를 받드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미래컴퍼니의 기업문화를 ‘공동체’와 ‘비욘드(Beyond)’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회사 구성원(김 대표는 임직원이란 말 대신 구성원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다)이 모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신념과 창의적인 기술을 펼쳐 인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미래컴퍼니가 말하는 공동체는 사내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물론이고 고객과 파트너사(협력사), 주주 등 회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가리킨다. 구성원의 행복이 곧 기업의 성장으로, 나아가 인류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경영 철학이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인건비부터 줄이는 게 가장 손쉬운 길이다. 구조조정에 나선 CEO들이 ‘뼈를 깎는 심정’이라는 말을 뱉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위기가 일상화된 우리 재계에서 구조조정은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식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반면 미래컴퍼니는 창사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다. 기업의 존재 목적인 공동체 정신에 반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김 대표가 구조조정이라는 쉬운 길 대신 선택한 건 오랜 관행과의 작별이었다. 원가 절감이 아닌 원가 ‘최적화’를 위해 구매 프로세스부터 뜯어고쳤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먹구구식이던 구매 과정을 일원화했다.

인사(HR) 제도도 획기적으로 바꿔나갔다. 연차와 연봉의 상관관계를 완전히 끊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더 주는 ‘상향평준화’가 목표였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자칫 소외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보상체계를 적용해 하향평준화를 막자는 게 본질입니다. 말만 놓고 보면 성과주의로 보이지만, 세심한 배려로 공동체 정신을 살리려 노력했어요. 모든 경영 혁신은 CEO의 결정에 따른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 간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거쳐 컨센서스를 이루어야만 실행에 나섰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CEO에게 위기에 빠진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도 ‘구조조정은 없다’는 선언이 나오자, 직원들 스스로 급여의 일부분을 반납해가며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김 대표는 흑자전환 이후 그 이상의 보답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생에 고마움을 전했다.

기술 기반 기업에게 R&D는 숙명

구매 프로세스 개편, HR제도 혁신과 더불어 위기 탈출의 일등공신은 R&D 확대다. 2013년 김종인 대표 작고 이후 적자로 돌아섰던 미래컴퍼니는 이듬해인 2014년 들어 당기순손실 73억원에 그치며 창립 이래 최대 폭의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R&D는 미래컴퍼니의 CEO로서 포기할 수 없는, 이를테면 거스를 수 없는 창립 목적이자 문화 같은 것이었다.

미래컴퍼니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적자를 봤던 2013년에 14.5%, 2014년 10.7%를 기록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으로 R&D에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우리의 기반은 뭐니 뭐니 해도 기술입니다. 당장의 어려움보다는 기술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미래에 대비하자는 생각이었죠. 결과적으로 2013~2014년 이뤄진 과감한 기술투자가 최근 급성장의 계기가 됐다는 게 내부 평가입니다.”

김 대표는 기업 경쟁력의 본령을 찾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의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명토 박은 미래컴퍼니의 본령은 바로 기술이다.

“사업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니 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미래컴퍼니라는 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에 집중했죠. 이걸 ‘기술’로 바꿔 생각한 거예요. CEO라면 직원들에게 ‘우리는 어떤 회사냐’고 물어보세요. 직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품은 우리가 가진 기술의 열매일 뿐이죠.”

기술에 중심을 두자 가공기술 기반의 회사라는 정체성이 새삼스레 확립됐다. 김 대표는 이를 가공과 레이저, 검사라는 세 가지 통합 솔루션으로 구체화했다. 2013년 이전과 비교해 미래컴퍼니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다.

2014년 이후 미래컴퍼니는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의 대표 격인 에지 그라인더 외에 연마 완성도를 검사하는 ‘에지 인스펙션’, 디스플레이 구멍을 뚫는 ‘홀 드릴링 머신’ 등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편입했다.

‘남이 하지 않는 것’과 ‘글로벌 1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는 미래 먹거리로 삼은 3D 센서와 수술용 로봇 개발로 이어졌다. 기존 센서는 2D를 기반으로 해 평면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타임오브플라이트(Time of Flight)’ 기술은 레이저를 통한 3D 센싱으로 거리 등 입체적 분석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로봇청소, 안면인식부터 군사·보안용 장비에 이르기까지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2007년부터 개발에 나선 수술용 로봇 사업은 지난해 국산 1호인 복강경 수술로 봇 ‘레보아이’가 국내 병원에서 처음 수술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레보아이는 지난 4월 카자흐스탄과 판매계약을 맺으며 첫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Brighten Your Future. 미래컴퍼니 홈페이지 첫 화면을 장식한 기업 비전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 행복에 기여한다’는 비전은 매출 확대나 고객만족 같은 공허한 슬로건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창립 때부터 기업문화라는 토대가 기저에 깔려 있었어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익혀왔던 모습이죠. 문화가 강한 회사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대표이사로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컴퍼니의 문화로 세상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션입니다.”

201907호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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