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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대란템’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 

‘디지털 디즈니’ 꿈꾸는 4년 차 스타트업의 고민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0만 개 이상 팔린 ‘SNS 대란템’으로 유명한 곳이다. 남대광 블랭크 대표는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동영상 콘텐트로 만들어 판매와 연결하는 ‘콘텐트 커머스’ 시장을 개척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았고 상장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남 대표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진다.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콘텐트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해서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는 30대 초반 나이에도 속이 깊다. “기업 경영도, 직원 복지도 ‘이타적 이기주의자’로서 행동하고 증명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사진:블랭크코퍼레이션
사례 1. 세탁기 통인 세탁조의 위생 여부는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블랭크코퍼레이션(블랭크)은 이에 주목했다. 세탁조 내부의 오염도를 알리기 위해 실험을 극대화했다. 먼저 세탁기를 분해해 때가 낀 세탁조를 보여주고 자사 제품 사용 후 깨끗해진 모습을 비교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분출된 이물질도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노출했다. 이 제품이 바로 600만 개 이상 팔리며 SNS 대란템에 등극한 ‘세탁조 크리너’다. 실험 콘텐트를 통한 설득, 소비자 인식 개선까지 효과적으로 진행해 히트한 사례다.

사례 2. ‘마약베개’ 역시 SNS에서 대박이 났다. 블랭크는 편안한 잠자리와 숙면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끝이 없으며, 숙면은 보편적인 가치라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기획했다. 베개에 닿는 머리 무게를 분산해 목의 편안함을 유지하는 게 숙면에 유리하다는 이론에 근거했다. 마이크로 에어볼 800만 개로 머리 무게를 분산했다. 이 역시 콘텐트 전략은 극대화한 동영상 실험이었다. 달걀을 베개 사이에 넣고 발로 밟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강한 충격에도 달걀이 깨지지 않는 동영상은 화젯거리가 됐고, 마약베개는 140만 개가 팔려 나갔다.

블랭크는 2016년 2월 남대광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콘텐트와 커머스를 융합해 ‘콘텐트 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유통망을 통해 상품을 보여주는 대신 일반인이 등장해 ‘제품의 발견’을 극대화한 동영상 콘텐트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기존에 소비자가 특정 온라인쇼핑몰이나 플랫폼에 접속해 물건을 찾고 구매했다면 블랭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콘텐트 게시물에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브랜드몰의 접속 링크를 달았다. 덕분에 블랭크의 매출은 ‘쇼핑몰 거래액’이 아닌 ‘순수 판매액’이다.

매출은 창업 첫해 42억원에서 이듬해 500억원, 2018년엔 1263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0억원에 달했다. 최근 급성장하며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영업이익을 10% 이상 내는 곳은 흔치 않다. 블랭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디럽’, 남성 그루밍 브랜드 ‘블랙몬스터’ 등 리빙, 패션, 식음료를 아우르는 20개 자체 브랜드에서 약 250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블랭크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e커머스 시장에서 ‘콘텐트 커머스’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블랭크가 소비자의 구매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유통가에서 무시할 수 없는 플레이어로 인정받은 것이다.

디지털에서 ‘고객 터치 포인트’ 데이터 찾다


11월 중순 서울 강남 역삼동 블랭크코퍼레이션 본사에서 만난 남대광(34) 대표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한동안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말속에선 급성장한 스타트업 대표의 고민이 묻어났다. 남 대표는 “우리는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디지털 디즈니’와 같은 콘텐트 기업을 추구한다”며 “매출 성장률에 주목하는 시장의 단편적 평가를 넘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재학 시절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동기들이 금융권 취업을 위해 도서관으로 향할 때 그는 남성 온라인 의류쇼핑몰(ICON, 6CM), 인터넷 동영상 강의 플랫폼 서비스(1타) 등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고, 또 그만큼 실패를 맛봤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지 10년 만에 졸업할 정도로 ‘딴짓’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영상 시대가 도래했음을 깨달은 그는 이후 영상 콘텐트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가 론칭한 ‘세상에서 가장 웃긴동영상(세웃동)’ 채널은 카카오스토리 플랫폼에서 130만 명 이상 팬을 유치하며 단일 플랫폼 최고 인기계정이 되기도 했다. 큐레이션 채널의 흥행과 성장 가능성을 체험한 그는 2014년 비디오 큐레이팅 서비스 ‘몬캐스트’를 론칭했다. 이후 ‘딩고뷰티’, ‘딩고트래블’, ‘딩고펫’ 등 다양한 분야의 멀티채널을 구축하면서 콘텐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었다.

남 대표는 “영상 콘텐트 수십만 건을 직접 큐레이션하면서 소비자의 피드백을 접했는데 그 안에 데이터가 있음을 발견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줄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하고 이를 직접 판매하는 융합 커머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블랭크다. 그는 “유통, 판매, 콘텐트 설득력 등의 회로를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알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 대표가 말한 데이터는 ‘고객 터치 포인트’다. 그는 “대중의 결핍(블랭크)을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는 제품을 기획하는 동시에, 이를 가독성 높고 재미있는 영상 콘텐트로 전환해 고객과 공감하며 설득하고, 쉬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가 느끼는 결핍이 무엇인지, 그 결핍에 공감할 수 있는지, 제품의 기능이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지, 디지털에서 소통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획한다”고 말했다.

블랭크는 상품을 먼저 기획한다. 질 좋은 상품을 빠르게 생산하고, 기획한 상품을 시각화한 콘텐트로 공감을 끌어내고 설득한다. 플랫폼·판매기반·브랜드를 구축하고 상품 가짓수를 넓히는 기존 유통사업 순서와 다르다. 이때 차용한 전략이 ‘실험 콘텐트’다. 이는 ‘비포 앤 애프터’ 콘텐트의 시초가 됐다. ‘남성 옆머리 셀프 다운펌’은 제품 사용 전후 남성의 외모 변화를 시각적으로 제시해 미용실 시술 가격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과 편의성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했다. ‘세탁조 크리너’와 ‘마약베개’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전략은 타깃 소비자와 공감이다. 반려동물 교감 브랜드 ‘아르르’가 선보인 ‘UFO 넥카라’가 대표적으로, 넥칼라를 기존 딱딱한 플라스틱 대신 푹신한 쿠션으로 제작했다. 반려동물 제품은 구매자와 수혜자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하고 오직 반려동물 눈높이에 맞추어 동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으로 기획한 것이다. 반려동물의 마음을 읽으니 아르르 브랜드는 반려인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됐다.

‘경제적 해자’ 구축 위해 다양한 시도


남 대표는 “우리는 디지털이라는 공간에서 콘텐트로 유통하는 것을 상상하며 제품을 만든다. 이것이 가장 큰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며 “그래서 명확히 집중해서 어떤 점을 부각할 것인가 하는 ‘고객 터치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트를 통한 유통은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것이 블랭크의 ‘경제적 해자(垓字)’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해자란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주는 높은 진입 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우위를 말한다. 워런 버핏이 1980년대 발표한 버크셔해서웨이 연례보고서에서 최초로 주창한 투자 아이디어로, 기업의 장기적 성장가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그러나 빠른 성장과 함께 남 대표의 고민도 깊어졌다. 해마다 급성장하다 보니 재계와 대중의 관심은 블랭크의 매출 수치와 성장률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매출 급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블랭크 역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 속도는 각각 소폭 상승,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뎌진 성장률에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진입문턱이 낮아 지난해부터 ‘미투 상품’을 내거나 블랭크와 비슷한 포맷을 표방하는 후발주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유통대기업도 콘텐트 커머스 방식을 도입하면서 제대로 키우는(scale up) 회사가 등장하면 선두 자리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콘텐트 개발은 CJ라는 최강자가 존재하고, 유통채널은 신세계와 롯데 등 기존 유통대기업이 꽉 잡고 있다. 아이디어로 충만한 상품개발자는 홈쇼핑에도 수두룩하고, 품질 좋은 물건이야 자본력만 있다면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다.

블랭크는 아직 명확한 ‘경제적 해자’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 남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사실 블랭크를 창업하면서 연 매출이 이 정도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지 못했다. 동영상 콘텐트를 통한 설득 방법이 이렇게 폭발적일지 몰랐던 것”이라며 “하지만 빠른 성장과 그에 따른 시장 진입자들이 크게 늘면서 ‘이 금광의 효력이 빨리 떨어질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남 대표의 말이다. “2017년 소프트뱅크에서 100억원 투자를 유치할 당시 우리는 ‘객단가 높은 시장으로 가겠다’고 공언했다. 1만~2만원 단가 시장에서 제조회사를 이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침대, 안마의자 등 고부가 상품을 만들고 이에 콘텐트를 입히면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에이스침대나 바디프렌드를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우리의 능력 부족이 드러났다. 퀄리티와 가격 이슈를 잡지 못한 것이다.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는 제품 퀄리티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0월 초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한 우버의 넬슨 차이 CFO는 “잘나가는 스타트업도 3~4년 차엔 급상승하던 매출 곡선이 완만해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조직을 점검하고 재무 내실화를 꾀하는 것이 상장과 사업 다각화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는 현재, 블랭크는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스타트업이다. 내부 점검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블랭크는 2019년 품질향상과 고객만족도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했다. 남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는 제품을 기획해서 히트템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프로덕트 기능 조직이었다. 올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브랜드 조직, 콘텐트 조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기능 조직’에서 ‘목적 조직’으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마다 원팀(one team) 조직을 구축하고 OKR(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을 도입해 파격적인 복지 수준에 맞는 ‘책임 피드백’ 구조도 만드는 중이다. 또 경력,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깨닫고 업계 전문가들을 영입해 생산, 물류, CS 분야 개선에 나섰다. ‘첫 번째 반품은 이유 불문 무조건 무료’ 서비스 도입도 그중 하나다.

그는 “블랭크가 다양한 콘텐트 장르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으려면 제품 품질과 효과적인 기능 그리고 만족감을 줄 때만 가능하다”라며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 상황에 맞게 교정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은 전문가에게 위임하고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라는 본래 특성에 맞게 다양한 시도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고 실험하며 투자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지금은 콘텐트 커머스가 주력이지만 하나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새로움에 투자해 ‘정의할 수 없는 융합 비즈니스’를 영위할 것이고, 전례 없던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 디즈니’ 꿈꾸며 여전히 도전 중


▎남대광 대표는 직원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리도 직원들과 나란히 앉는다.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 사진:블랭크코퍼레이션
우선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인바운드 여행서비스 등 신규 사업을 수행하는 100%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지난 5월 설립한 블랭크C는 유튜브와 SNS 등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튜브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부부, 인기 방송작가 등과 계약을 맺었다. 블랭크K는 한류 스타들의 콘서트, 인기 드라마 촬영지 관광 등을 연계한 한류문화체험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남 대표는 “콘텐트에 대한 투자가 급상승하고 있어 향후 3~5년까지는 K콘텐트, K셀럽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에겐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서 이룬 해외 진출 성공의 연장선이다.

지난여름 고등학생들의 수준 높은 패션 감각으로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고등학생 간지대회’의 흥행 성공은 블랭크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안겨주었다. 유튜브에 알맞은 편성 전략, 블랭크 제품 간접광고, ‘고간지 세계관’이라는 회사의 자산이 형성된 것이다. 블랭크는 명확한 캐릭터가 있는 인물을 발굴해 커머스와 융합하는 과정에서 차세대 충성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대회 출신 2명이 회사와 계약했고, 블랭크는 ‘고간지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남 대표의 말이다. “과거 우리 회사는 디지털 방문판매 회사였다. 제품의 퀄리티보다는 판매할 수 있는 방식, 즉 구매전환율이 높은 제품을 활용해서 성장했다. 지금은 고객 만족도와 재구매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디지털 브랜드 회사, 이것을 넘어 시청 시간까지 확보하는 디지털 콘텐트 회사가 되고자 한다. 특히 ‘고간지’는 우리가 시청자들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우리는 ‘디지털 디즈니’로 가기 위해 여전히 도전 중이다.”

블랭크는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내년 하반기나 이듬해 코스닥 입성을 계획하고 있다. 남 대표는 “IPO의 목적은 명확하다. 투명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직원들(블랭커)에게 단기적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PO 관련 지표가 나를 자극할 것이다. 꼭 성취감을 맛보겠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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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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