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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37년 경영 인생이 선물한 인생 공부 

“김형진 회장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경영 스토리는 익히 알고 있지만, 들을 때마다 다시금 경탄하게 된다. ‘피·땀·눈물’이란 단어는 이럴 때 어울리지 않나 싶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이 펴낸 『김형진의 공부경영』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회장은 37년 경영사를 ‘공부’라는 한 단어로 정리했다.

▎‘쉼 없이 스스로를 강하게 하며, 욕심을 피해 하늘의 이치에 닿는다.’ 김형진 회장은 집무실을 드나들 때마다 인생과 경영 공부에 대한 다짐을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 채권시장을 주름잡았던 15년, 창업 투자와 증권 등 제도권 금융업 10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간이 될 통신업 12년 등 장장 37년에 이른 도전과 변신이 김형진 회장에겐 곧 스스로를 향한 인생 공부다. 지금은 통신사업자로 자리를 잡았지만 명동 장외시장, 제도권 금융사 CEO, 또 뜻하지 않은 고초를 겪었던 모든 과정이 돌이켜보니 공부였다는 뜻이다.

세종텔레콤은 전국 1만2868㎞에 걸쳐 광케이블 자가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다. 전용선 임대를 중심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비롯한 데이터통신, 유선통신 및 부가서비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밖에 알뜰폰 ‘스노우맨’, 페이·보안·영상감시, ICT 솔루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블록체인·빅데이터·인공지능(AI) 같은 스마트 기술 확보와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과 ICT, 블록체인과 AI 등 첨단 미래산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애초 명동 채권시장에서 출발해 증권사 인수로 제도권 금융시장 진출을 이뤄낸 ‘금융맨’이었다. 그럴듯한 학벌, 든든한 백그라운드 하나 없이 맨손으로 금융사를 차리고, 중견 통신업체 수장으로 변신해온 김 회장은 파란만장한 인생사의 주인공답게 재계에서도 ‘악바리’로 통한다.

김 회장은 베이비부머 대표 격인 ‘58년 개띠’다. 모두가 가진 것 없고 가난했던 시절,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김 회장은 열여섯 나이에 ‘반드시 성공해 돌아오겠다’는 다짐으로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있는 외삼촌 사법서사 사무소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김 회장은 1977년 서울지방법원 동대문등기소 말단 별정직 공무원이 돼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내 젊은 날은 ‘투쟁’의 시절”


김 회장이 ‘큰물’에 뛰어든 건 불과 그의 나이 스물넷 무렵이었다. 상경 이후 줄곧 자리를 잡았던 명동에 회사를 차리고 채권업에 진출한 것이다. 김 회장은 “1980년대 명동은 한국의 월스트리트나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증권사와 어음할인업자, 사채업자들이 모두 모이던 명동은 대한민국 웬만한 기업의 자금 조달처로 최고 지위를 누렸다. 근면과 신용을 무기로 명동 채권시장에서 기반을 잡은 김 회장에게 1989년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동업자의 성공을 보고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후 특유의 근면함과 신용, 여기에 금융실명제 실시와 전환사채 같은 신상품 등장을 계기로 다시금 채권시장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업가의 길을 걸은 지 16년째 되던 1998년, 김 회장은 드디어 옛 동아증권을 인수하며 제도권 금융사 CEO로 변신했다. 장외시장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세종증권으로 간판을 바꾼 김 회장은 과감함과 추진력으로 한국 증권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거래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가 하면 거래단말기 무료 지급 등 시장을 흔드는 메기로 급부상했다.

증권사 인수로 제도권 시장 진입

김 회장은 증권사 인수 직후 또 한 차례 시련을 맞았다. 1998년 당국의 허가 없이 회사채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당시 김 회장은 90여 일간 구치소 수감이라는 고초를 겪었다. 더욱이 금융사 대주주 자격 요건 강화로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증권사를 매각해야 했고(농협이 인수), 이 과정에서 ‘로비를 통해 회사를 매각했다’는 누명까지 더해져 두 번째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아픔을 맛봤다. 2010년 법원은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김 회장은 “수감이라는 최악의 환경이 오히려 인생관 전체를 바꾸는 극적인 순간으로 변했다”고 회고했다.

“혈기로 가득 찬 시절이었어요. 회사 수익 창출을 저 혼자 주도하면서 돈 버는 재미만 알던 시절이었죠. 마음에 평안함이 없는 투쟁의 시절이었다고 할까요. 뜻하지 않게 영어의 몸이 되고선 중국 고전, 이황의 『성학십도』, 『사서삼경』 등을 독파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 나섰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기업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그 결과 기업도 사회를 떠나선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종증권 매각 후 여유 자금 700억~800억원을 들고 있던 김 회장은 2007년 무렵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다. 김 회장은 “당시 저는 예전의 김형진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돈을 벌겠다는 단순한 꿈에만 몰입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가치 있게 쓰고 싶었어요. 기업을 통해 보란 듯이 사회적 가치와 꿈을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통신은 미래성장산업인 데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플랫폼이라 생각했죠.”

김 회장은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통신회사 EPN을 인수했다. 이어 2011년에는 온세텔레콤을 인수해 사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주춧돌을 세웠다. 2015년 들어선 사명을 세종텔레콤으로 변경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전 드라마 쓴다

김 회장은 “최근 통신은 하나의 카테고리나 산업군을 넘어 금융·라이프스타일·모빌리티 등 전 산업을 영위하는 혁신적 도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텔레콤도 기존의 강점인 통신과 인프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몇 년 전부터는 결제·보안·커머스·블록체인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김 회장은 “이들 신사업이 모두 통신으로 연결된 사업들이기 때문에 ‘신규 진출’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올 들어 세종텔레콤은 블록체인과 AI 등 스마트기술을 도입하며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 ‘블루브릭’을 필두로, 블록체인 기술을 생활에 접목한 융합서비스와 플랫폼으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서비스 상용화를 통해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바람을 경영자로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일생의 기회로 보고 있다. 통신망 사업의 경쟁력과 영업 환경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지만, 지금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변화에 뒤처지고, 결국 존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신사업 자체가 시대적 니즈와 정책에 많이 좌지우지되는 분야입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5G 시장이 열리며 투자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이고, 보편요금제 도입과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으로 이통사들의 통신비가 저렴해지면서 알뜰폰 시장도 어려워졌습니다. 군부대에 휴대폰 반입이 허용되면서 우리 콜렉트콜 서비스 매출도 하루아침에 수직낙하했죠. 최근에는 이통 3사(MNO)와 유선방송사업자(MSO) 간 합병으로 중소 통신사업자들의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통신업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확장경제’에서 ‘수축경제’로 전환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투자와 경험으로 이뤄진 사업 매출은 지속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영의 목적과 틀 자체를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바꾸고, 구성원들 역시 사업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스스로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2~3년 후면 건실한 매출과 수익으로 안정된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느지막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배움에 아쉬움이 남아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갈증이 가시지 않더군요. 요즘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제 인생 공부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 사람을 움직이는 경영을 책에서 배우되, 현장에서 끊임없이 소통하며 임직원 개개인, 나아가 조직과 기업을 이해하고자 더 노력할 것입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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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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