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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스마트 공장 위한 ‘새로운 길’ 걷겠다” 

성남 공단이 분주해졌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전략으로 ‘스마트공장’을 꼽으면서다. 이번 기회에 단순 생산시설이 밀집한 곳이라는 공단 이미지를 떨쳐내고, 성남시를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를 주도하는 이는 J포럼 3기인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다.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는 “해외 유수의 로봇 기업과 협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최근 서비스 로봇 관련 스마트 돌봄, 스마트 교육, 스마트 병원을 통칭하는 스마트 로봇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고, 한국 중소기업이 함께 진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시절 집(대구 원대동)과 학교(계성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옆에 작은 정미소 건물이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께서 개업한 삼성상회(三星商會)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구의 작은 정미소에서 출발해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을까라는 경외심을 갖고 살았습니다. 멘토로 삼는 분도 이 회장님입니다. 이 회장님은 73세에 반도체를 삼성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로 결심한 분이 아닙니까. 그 시점에 반도체를 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이 가능했을까요?”

성명기(64) 여의시스템 대표의 말이다. 지난 11월 11일 성남시 여의시스템 본사에서 만난 그는 어린 시절 얘기부터 꺼냈다. 성 대표는 “수년간 현장을 오가며 삼성이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생각해보니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인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그가 살던 곳엔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한 정미소·상회에서 반도체 사업까지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으로 삼성 초석을 다진 호암 창업주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던 듯했다.

그도 1991년 험난한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올해로 창업 28년 차, 개인사업까지 따지면 36년 차를 맞은 그는 한국 기술 벤처·창업계 1세대 대부로 꼽힌다. 성 대표가 차린 여의시스템은 자동제어 전문기업으로 출발해 이제 산업용 컴퓨터, 컴퓨터 보안장비 하드웨어 플랫폼, 원자력발전소 폴트 레코딩 시스템 등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꽤 알려진 기업이다. 서울도시철도·서울메트로 디지털 안내방송·광고 시스템, 인천공항, 경기도·제주도 버스 시스템,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수인 무선 주파수 측정 검사 컨트롤러와 모션비전 전용 컨트롤러 등이 모두 여의시스템 작품이다.

성 회장은 중소기업 ‘맏형’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이 느꼈던 ‘호암 창업주’의 에너지를 나누고자 했던 마음이 큰 듯 보였다. 2013년 이노비즈(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6대 회장에 당선됐고, 8대 회장까지 두 차례나 이 자리를 지켰다. 이노비즈협회는 기술혁신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1만2000개사가 모인 곳으로 정부가 국내외 기술혁신 네트워크 구축 및 경영활동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온 중소제조업 협회다. 올해는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17대 이사장에까지 취임했다. ‘스마트공장’이란 비전을 앞세워 성남시를 첨단산업단지의 메카로 탈바꿈하려고 불철주야 뛰고 있다.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성 대표를 만나 그 연유를 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스마트 공장’은 미래 먹거리”


▎성명기 대표는 “늙어 죽을 때까지 기업 경영의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려는 노욕으로 비치긴 싫다”며 “함께 회사를 키웠던 역량 있는 임직원들과 새로운 비즈니스 방향을 설명하고, 고민하는 조력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취임을 축하한다.

감사하다. 일만 더 늘었다.(웃음) 사실 이노비즈협회장을 비롯해 그간 맡아온 감투를 마다치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젊은이가 한국을 ‘헬조선’이라 칭하며 취업도, 직장도 포기하고 열정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당장 시장 변화를 좇지 못한 중소기업도 수없이 쓰러져갔다.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창업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 사업 네트워크까지 한데 엮어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취지였다.

이번엔 ‘스마트공장’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올해 처음 한 얘기는 아니다. 여의시스템은 공장자동화(FA), 스마트폰 제조공정, 반도체 제조 장비, LCD 제조 장비 등 산업 현장에서 운용되는 고객 맞춤형 컴퓨터를 제공했다. 특히 제조 설비 컨트롤러의 온도, 진동, 팬 등 각종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산업용 IoT ECMS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대기업 주문이 잇따랐다. 규모가 점점 커지고,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차별화가 필요한 중소기업이 협력해 뛰어들면 좋은 먹거리가 되겠다 싶었다.

이노비즈협회에서 ‘스마트공장’이 화두였나.

그렇다. 지난해부터 이노비즈협회에서도 ‘중소기업형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자체 ‘이노비즈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결성하고 15개사를 공급기업으로 엮었다. 마침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도 경남 창원에서 중소기업(제조업) 스마트공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도 큰 힘이 됐다. 지난 10월엔 ‘스마트공장’ 기술 세미나를 열어 성남 산단 내 중소기업들이 공장혁신 사업에 뛰어들 방법을 여러 방면에서 고심 중이다.

“스타트업만큼 중소기업도 관심 가져야”

스마트공장 사업에 중소기업이 끼어들 수 있나.

물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단순 비교는 무리다. 하지만 결국 세세한 부품이나 작업 공정은 중소기업이 나서줘야 한다. 대기업 혼자서도 할 수 없는 게 스마트공장이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선 글로벌 시장에 굴지의 기업이 포진하고 있다. 값비싼 산업용 로봇을 사 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모든 공정을 묶을 솔루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산업별 공정에 따라 어떻게 활용할지도 온전히 기업 몫이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했으면 이젠 관리 문제가 남는다. 한국의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모아 스마트공장 구축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건 필연에 가깝다.

중소기업도 첨단 산업용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긴가.

국내 로봇 기술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낙(일본), 야스카와전기(일본), ABB(스위스), 쿠가(독일) 등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과 기술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ABB 같은 경우 사업 초창기부터 솔루션 기반사업까지 꾸려왔기에 스마트공장을 자체 구축할 능력도 있다. 내가 주장하는 건 우리 중소기업이 이런 기업과 맞붙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선 아주 루틴한 작업에도 고가의 수입산 로봇을 쓴다. 국산이 없어서다. 비즈니스에서 코스트(비용)는 중요한 요소다. 품질이 좋다고 해서 사업비 전부를 로봇 도입에 쏟아부을 수도 없다. 우리 중소기업은 비교적 싼 로봇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체력을 길러야 한다. 주차 관리 시스템이나 주방용 로봇,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등이 그 예다.

엄밀히 말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개념이 좀 다르지 않나.

정확한 지적이다. 내가 감투를 맡은 이유 중에는 사회의 시선과 지원이 스타트업에 쏠려 있다는 현실도 있다. 물론 스타트업 지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허리는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아닌 중소기업이다. 그간 정부나 기업에서도 창업 지원 예산만 늘렸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지원하거나 육성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국내총생산(GDP) 1600조원 중 20% 가까이가 중소기업에서 나오는데도 말이다. 같은 돈을 투자해도 스타트업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이 더 높다. 스케일업(규모 확대)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은수미 성남시장도 깊이 공감하고, 성남시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안타까운 점이 또 있나.

한국 사회가 ‘뭔가’에 정신 팔린 듯 시끄럽다. 그런 와중에 중국은 핀테크, 전기자동차, 드론 등 신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공산주의 특유의 밀어붙이기 덕이 크지만, 자본력과 추진력 면에서 이내 한국 기업이 설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베트남만 가도 동남아시아판 우버인 ‘그랩’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지만, 한국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다. 3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바지만, 기술이 이끄는 거대한 변혁의 바람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의시스템도 우여곡절이 많았겠다.

당연하다.(웃음) 1980년대 초 군 장비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산업체 연구소에 취업했다. 연구소 동료가 가져온 미국 애플사의 8비트 컴퓨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난 이걸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의도에서 아내, 남동생과 셋이서 기업들 주문에 맞춰 컴퓨터를 만들었고, 업무 전산화나 실험 소프트웨어도 만들어 납품했다. 처음엔 잘 벌었는데, IMF 와환위기 이후 환율이 뛰는 바람에 부품 단가를 맞추기 어려웠다. 납품 약속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야 한다며, 숱한 데스밸리를 버틴 게 벌써 36년째다.

기술도 좋지만, 결국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인재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하지만 주변에서 어느 중소기업 CEO가 고급 외제차를 타면서 직원들에겐 최저임금도 안 준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람이 최고라는 말은 하기 쉽지만, 행동에 나서는 건 어렵다. 여의시스템은 순익의 25%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누기로 했다. 매년 대표이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직원이 나온다. 5년간 일하면 회사 비용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보내준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직원은 부려 먹는 대상이 아니라 회사를 함께 이끌어나갈 ‘동반자’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다. 협회장, 이사장을 맡고 기업인이 참석하는 자리에 서면 항상 강조하는 얘기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한동안 그는 평소 품었던 생각들을 쏟아냈다. 그의 경영철학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과 냉정한 분석에서 비롯된 신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창업자처럼 숱한 위기를 겪었다는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가 얻은 깨달음은 의외로 간단했다.

“건강한 사람이 강력한 회사를 만들고, 그렇게 돈을 벌고 경제는 더 튼튼해진다는 걸 알았죠. 강한 기업이요? CEO도 직원도 고객도 함께 도전정신과 열정을 버리지 않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저한테 그러더군요. 비즈니스보다 사회적인 역할에 너무 치중하는 게 아니냐고. 전 이렇게 답합니다. 진짜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은 나를 내려놓는 거라고 말이죠. 내 이익보다 조직의 방향을 세우고, 사회의 길잡이가 되는 길은 여의시스템 직원을 비롯해 나를 믿어준 모든 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J포럼 원우 동정

‘오페라 갈라 콘서트’ 수익 기부


J포럼 21기 원우 김수정 (사)한국입양어린이 합창단 이사장(메조소프라노)은 지난 8월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10주년 기념 ‘그랜드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열고, 티켓 판매 수익 전액을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 기부했다.


▎김수정 / (사)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이사장
김 이사장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을 이끌고 있다. 처음엔 입양 어린이의 자긍심을 키워주고, 공개입양에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재능기부’였다. 사실 공연계에서 그는 전설에 가깝다. 바르샤바 국립오페라단 최초의 동양인 솔리스트로, 신데렐라 주역으로 데뷔 후 1만2000여 회 콘서트와 50여 회 오페라에 출연했다. 최연소 오페라단장으로 국내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소화했다.

2000년대 초 만난 한 입양 어린이 사연을 듣고, 건전한 입양 문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공식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단장은 2010년 입양 어린이로 구성된 합창단을 창단했다. 이어 2012년 해외 입양인을 위해 미국 워싱턴 케네디 센터와 동부 지역 순회공연에 나서는 등 현재까지 공연과 기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0 S/S 파리 패션위크’ 참석


J포럼 14기 원우인 이윤주 ㈜본에스티스 대표는 지난 10월 세계적인 패션과 명품 화장품 중심지로 꼽히는 ‘2020 S/S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했다. 기능성 화장품 전문메이커 본에스티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프랑스 중심지인 르 브리스톨 파리(Le Bristol Paris) 호텔에서 진행됐다. 파리 패션위크는 세계 4대 컬렉션 중 하나로 전 세계 명품 관계자에게 다음 시즌 출시될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올해 패션위크엔 샤넬,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참여했고,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한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들도 자리했다.


▎이윤주 / ㈜본에스티스 대표이사
본에스티스는 이번 패션위크에서 현지 방문객을 위한 별도 부스를 마련하고, 마스크 팩 시연과 함께 기능성 명품 화장품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배우 송윤아가 전속모델로 활동 중인 본에스티스는 국내에서는 홈앤쇼핑에서 18회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왔고, 밖으로는 일본, 동남아 지역에 수출 활로를 넓히는 중이다. 이 대표는 “이번 패션위크 참여를 계기로 유럽·미국시장에서 가능성을 내다봤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글로벌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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