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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엑손모빌코리아 대표 

“한국은 미래 에너지 개발 파트너” 

한국은 세계 3대 LNG 수입국이다. 전 세계에 발주된 LNG 운반선 중 85%가 한국 몫이다. 1983년 처음 수입된 LNG를 기반으로 한국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해온 셈이다. 그 출발선에 연 매출 270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함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정성욱 엑손모빌코리아 대표는 미국 본사의 핵심 임원으로, 20년간 천연가스 개발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올해 한국 법인 총괄대표로 부임한 그는 한국 주요 기업과 각종 해외 자원개발을 비롯해 글로벌 LNG선 관련 프로젝트 등을 주도하고 있다. / 사진:엑손모빌코리아 제공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출량의 22.5%는 한국 몫”

지난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밝혔듯이 한국은 LNG업계에서 세계적인 큰 손이다. LNG를 처음 수입했던 1983년 이후 35년 만에 얻은 평가다. 같은 기간 한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 LNG 등 주요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도 LNG 수입과 맞물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설립됐다. 엑손모빌은 1986년 한국에 최초로 LNG를 공급했으며 이후 한국가스공사와 긴밀하게 일해왔다. 그리고 이젠 한국가스공사와 에너지를 개발하는 파트너가 됐다. 지난달 말에 만난 정성욱(52) 엑손모빌 한국 법인 총괄대표(이하 대표)도 “엑손모빌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한국 LNG 수요의 25%를 담당하고 있고, 엑손모빌은 1985년부터 각종 해상 장비와 선박 건조 프로젝트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대 한국 조선사와 함께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발전만큼이나 한국에서 엑손모빌의 존재가치도 커졌다. 현재는 LNG 공급 말고도 윤활유, 케미컬 등 총 3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실 윤활유 사업은 엑손모빌이 한국에 LNG를 처음 공급한 때보다 10년 앞서 시작했다. 현재 엑손모빌은 울산에 윤활유 공장을 지어 ‘모빌 1(Mobil 1)’을 비롯한 자동차 윤활유부터 산업유, 선박·항공유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문 대리점을 통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케미컬 사업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주문판매 형식으로 공급하고, 라이선싱 기술 영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LNG 분야는 한국의 친환경·탈원전 정책과 에너지 안보 상황까지 고려할 때 전망이 밝은 편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 세계 에너지 성장의 50%는 천연가스 몫이었다. 천연가스는 매장량이 풍부하고 공급의 유연성 면에서 장점이 있어 석탄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연료라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점차 증가하는 LNG 수요는 LNG 수입처 다변화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한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LNG 1위 수출대상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산 LNG를 일본(257만 톤)보다 훨씬 많은 470만 톤을 수입했다. 산자부도 “2025년부터 한국의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이 현재의 2배인 20%를 돌파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간 에너지 교역이 더욱 확대되고 천연가스 도입선 다변화, 천연가스 수급의 안정성에도 기여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계속해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올해는 정 대표가 한국 사업 총괄을 맡은 해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엑손모빌 핵심 임원으로, 20년간 천연가스 개발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영전은 수년 새 달라진 한국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단순히 자원 수입국이 아니라 각종 해외 자원 개발을 비롯해 글로벌 LNG선 관련 프로젝트 등에서도 주된 역할을 맡고 있다. 정 대표같이 수십 년간 글로벌 현장을 누빈 ‘현장맨’이라야 한국 기업과 계속해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고, 에너지 공동개발에서 상호 이익을 키울 수 있다. 실제 그는 한국 대표로 부임하기 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자원 개발 현장에 투입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선 베트남 정부, 국영기업 등과 협상 전반을 총괄했다. 한국이 LNG 수입 확대를 알린 원년과 올해 2월 그의 부임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정 대표에게 한국 땅을 다시 밟은 소감부터 물었다.

엑손모빌 핵심 임원으로 한국 땅을 밟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민 아닌 이민을 떠난 지 거의 40년이 훌쩍 지났다. 국내은행에서 일하시던 아버지가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온 가족이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아버지는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행을 택하셨고, 난 미국에 남기로 결심했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다 아버지도 직장을 그만두시고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다시금 미국행을 택하셨다. 그간 모빌(1999년 11월 엑손이 모빌을 835억 달러에 인수합병)에 입사 후 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개발 현장을 누볐다. 그렇게 오지를 누비다 한국에 오니 천지가 개벽한 듯 달라져 있었다.

원래 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많았나.

누구나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나한테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캠퍼스 리크루팅에서 모빌이란 회사를 만났던 일이다. 당시 인터뷰 등록이 마감됐지만, 뜻밖에도 앞선 한 명이 인터뷰를 취소하는 바람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and the rest is history”(그 이후는 아시는 대로다.)(웃음)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입사해 27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때도 모빌은 세계에서 대규모 에너지 기업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글로벌 에너지 회사에서 일한다는 점에 끌렸지만, 일하면 할수록 에너지 자원 개발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그 묘미가 뭔가.

에너지 개발엔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이 필요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수다. 통상 자원 개발에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서로 나누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이런 프로젝트에는 석유·가스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물론 도로, 파이프라인, 항구, 심지어 공항에 이르는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포함된다. 또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상당한 기간 진행될 프로젝트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프로젝트를 뒷받침해줄 계약서 더미를 준비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서 내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운이자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개발 사업이 이렇게 역동적일 줄 몰랐다.

시장 자체가 매우 변화무쌍하다. 엑손모빌이 매우 큰 회사지만 에너지 시장 안에 있는 모든 요소를 훤히 꿰뚫는 건 아니다.(웃음) 미국 셰일가스만 해도 그렇다. 그간 미국으로 어떻게 하면 LNG를 효율적으로 수입할지 고민했는데 갑자기 미국이 LNG를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수입을 위해 건설했던 터미널을 다시 수출을 위한 터미널로 바꿔야 할 상황이었다.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했음에도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준비를 잘하는 건 중요하지만, 변화가 일어날 때 시시각각으로 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은 더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얘기했는데, 요즘 화두가 된 셰일가스를 어떻게 보나.


▎정성욱 대표는 “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은 기본”이라며 “석유·가스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물론 도로, 파이프라인, 항구, 심지어 공항에 이르는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엑손모빌코리아
미국의 가스 생산은 한국 연간 수요의 17배가 넘는 700Mt(1Mt은 1㎏의 10억 배)에 이르고, 앞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비전통적인(Unconventional) 방식으로 불리는 셰일가스를 비롯해 미국 자원 시장에는 이미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존재하고, 수요와 공급도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무척이나 역동적인 시장이다. 일단 엑손모빌은 계속해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시장이 비교적 초기 단계이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엑손모빌은 이런 미국 자원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엑손모빌 의존도가 높겠다.

엑손모빌은 한국, 특히 한국가스공사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2017년부터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모잠비크 4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공사가 엑손모빌보다 먼저 참여한 프로젝트였고, 한국가스공사가 엑손모빌이 참여하는 데 도움을 줬다. 로부마(Rovuma) LNG 1단계 사업은 내년 최종 투자결정(Final Investment Decision)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은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탐사, LNG 생산·판매·수송까지 LNG 사업 전 단계에 참여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는 사업이다. 모잠비크는 현재 많은 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엑손모빌도 이번 협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가스공사와 기존의 단순한 공급자와 구매자 관계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가스공사 말고도 한국엔 꽤 경쟁력 있는 중화학·제조 기업이 많다.

그렇다. 엑손모빌이 글로벌 사업에 협력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업이 한국에 있다. 각종 에너지를 구매하는 회사는 물론 에너지 개발·수송·저장 관련 모든 설비와 시설을 건설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포진해 있다. 최근에도 엑손모빌 자회사 SRM(SeaRiver Maritime)이 말레이시아 선사 MISC와 LNG 운반 계약을 체결했으며, MISC가 지난 10월 삼성중공업에 LNG 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 이 선박이 인도되면 엑손모빌 프로젝트가 생산하는 LNG를 15년간 운송할 예정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엑손모빌은 직간접적으로 40여 척이 넘는 배를 통해 한국 조선사들과 협력해왔다. 그만큼 한국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또 다른 사업은 없나.

사실 많다. 2015년부터 엑손모빌 URC(Upstream Research Company)는 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가스공사 등과 함께 가스와 각종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 관한 기술협약을 체결해왔다. 또 엑손모빌은 지난 2009년 아시아권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포스텍과 ‘석유화학 및 에너지 연구 등에 관한 포괄적 기본연구협약(Master Research Agreement)’을 체결했다. 그리고 한국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와도 기술 협약을 맺고 있으며, 몇몇 중소기업과는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과 협력할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엑손모빌코리아의 역할도 달라졌겠다.

그렇다. 점차 정교해지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 니즈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기업과 더 많은 해외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싶다. 40여 년간 한국의 에너지 공급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하면서 쌓은 노하우라면 한국과 미국 두 시장의 기업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다리 역할이다. 우린 수십 년간 한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한 축인 글로벌 오일메이저로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렇기에 우린 그 누구보다 한국 기업을 전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인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엑손모빌과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믿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세계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두 가지 임무를 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목표다. 그래서 우리는 ‘듀얼 챌린지(Dual Challenge)’라고 표현한다. 2000년부터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저공해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다. 특히 전력, 대형상용차(heavy duty)와 관련된 저공해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해왔다. 전력 분야에선 퓨얼셀 에너지(FCEL)란 회사와 협력해 전력 생산 중에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하는 탄소 퓨얼셀을 개발하고 있다. 운송 분야에서는 바이오 기업 신테틱지노믹스(SGI)와 함께 2025년까지 광합성 조류에서 매일 1만 배럴에 달하는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여전히 화석연료 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는 상충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하나만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는 이들의 뜻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회사 조사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지금보다 25% 이상 늘어난다. 그리고 에너지원이 전반적으로 저탄소 기반으로 옮겨가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성 있는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지금의 화석연료가 제공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제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지난 수년간 미국 셰일가스를 생산한 것보다 몇 배나 많은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만들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가 정책적으로 지원되는 와중에도, 세계적으로 석유와 가스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모두가 강력한 경제성장을 원하는 까닭이다. 재생에너지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에도 동의한다. 대신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전 세계 수요를 맞추려면 모든 종류의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매장량이 풍부한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천연가스로 전력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석탄보다 50%나 적어 풍력이나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대체자원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천연가스는 저탄소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현재 상황에서 ‘듀얼 챌린지’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최근 한국에서 사회활동에도 나섰다고 들었다.

작은 행사다. 지난 10월 한국 엑손모빌 전 직원이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모여 나무 1000그루를 심었다. 기존에는 3개 법인이 사회봉사활동을 따로 진행했는데 이제는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활동을 늘려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런 작은 노력이 쌓여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정성욱 엑손모빌코리아 대표는 그러고도 한동안 에너지가 지닌 ‘선한’ 영향력과 한국인의 힘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에게 한국에서 엑손모빌이 어떤 회사로 남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엑손모빌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왔습니다. 엑손모빌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한국 컨텐트를 늘리고,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한국 회사와 협력해왔습니다. 엑손모빌은 앞으로도 신뢰하는 파트너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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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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