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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52인의 신년 에세이(3) 손욱·이강호·김정웅·윤성태·박용진 

 

손욱 전 농심 회장 | ‘H형 미래인재’ 10만 양성의 꿈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그러나 영웅의 꿈을 살리는 것은 시대의 정신(조직)문화이고 이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 15세기 초, 한반도는 고려의 멸망이 조선 건국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우리 역사상 최고의 성군 세종이 태어났다. 세종은 스스로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생생지락(生生之樂)의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 강국을 일군 기적, 동양의 르네상스를 이룬 업적이 모두 위기를 극복한 리더십에서 탄생했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위기에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등장했다. 이순신은 ‘23전 전승’이라는 세계 해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폐쇄적 조직문화와 당쟁의 혼란 속에서 끝내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스러졌다.

18~19세기를 돌아보자. 1·2차 산업혁명이 세계사에 격변을 가져올 때 우리는 주자학의 망국적 문화에 갇혀 무엇이 위기인지도 몰랐다. 그러니 시대를 구한 영웅이 태어나지 못했고 결국 망국의 길을 재촉하고 말았다. 20세기 초에는 조선 망국과 일제 36년, 6·25 동란을 거쳤다. 이승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등 수많은 영웅이 태어나고 새마을정신문화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 바로 이때다.

21세기는 행복시대다. 역사 속 걸출한 영웅 대신, 국민 개개인이 영웅이 되어 창의력을 발휘하며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융합창발(融合創發)을 통해 행복한 사회의 꿈을 이루는 시대다. 인간존중, 상호 존중의 수평적 조직문화가 꽃피워야 모두가 영웅이 되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위기 앞에 서 있다. 새천년의 대변혁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갈등공화국’에 갇혀 망국적 당쟁의 재현으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또한 번 영웅시대를 만들 기회를 놓치고 추락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행복한 사회를 선도할 4%의 ‘행복리더’를 양성하는 일이다. 4%의 불씨가 피어나면 모두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인사가 만사이고 교육이 만사다. 행복리더는 ‘감사리더’이기도 하다. 행복은 감사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행복리더는 또 ‘나눔(선행)리더’다. 선행을 하면 행복호르몬이 나와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리더는 ‘소통리더’다. 말과 뜻, 마음이 통하는 소통으로 즐거운 삶터를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리더를 ‘H형 미래인재’라 부른다. ‘Happiness’의 H고, ‘Happy URI’. 즉 행복한 사회의 H다. 또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예찬한 아시아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홍익인간, 즉 ‘Hongik Leader’의 H를 나타낸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대학생 270만 명의 4%, 즉 10만 명을 H형 미래인재로 키우자고 제안한다. 이 운동이 기업으로 또 사회로 퍼져 나가 H형 미래 인재가 100만 명이 되면 행복한 인류문명에 이바지할 행복한 나라, 행복한 국민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이강호 PMG 회장 | 여행, 영원한 젊음의 화수분


세월이 흐를수록 일(Work)과 삶(Life)을 나누어 꿈꾸고 계획하는 일이 중요함을 느낀다. 지난 연말 세계 일주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장거리 비행을 하는 동안 ‘100세 시대에는 은퇴(Retire)라는 말 대신 1단계와 2단계 인생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0세까지 학습(Learning)하고 전력투구하여 일(Working)하면서 저축(Saving)하는 시간이 바로 1단계다. 2단계는 60세 이후 약 30~40년간으로, 1단계에 이루어 놓은 전문성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여유 있게 하는 삶을 말한다. 개인생활(Life)을 즐기고, 주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시간이다.

평생을 글로벌 무대에서 일해왔다. ‘글로벌 역량’이라는 내 전문성을 활용해서 글로벌 시장과 연계한 소기업을 여럿 창업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글로벌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소기업을 10개 정도 창업(Incubation)해서 소기업 그룹을 만드는 것이 일과 관련된 버킷 리스트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넘나들겠지만, 인생 2단계의 분수에 걸맞은 아주 작은 소규모 기업은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생존 능력이 더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에 미국 뉴욕, 프로비던스, 보스턴과 영국 맨체스터를 방문해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 최고경영진과 회의를 한 이유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찾아 스타트업 기업은 물론 리딩 기업과도 심도 있는 회의를 진행했다.

시선을 삶으로 돌리면 세 가지 콘셉트의 여행을 소망한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스키 여행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로키산맥과 유럽 알프스산맥에 있는 10대 스키장을 여행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도 또 다른 10대 스키장을 여행하고 싶다. 눈 덮인 산맥의 웅대한 풍광을 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대자연의 품속에서 운동을 하면 정신적인 용기와 육체적인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더없이 가슴 뛰는 여행이다.

해외 출장 때는 각 도시의 아트뮤지엄을 찾으려 한다. 일만 하는 출장에서 벗어나 인생 2단계인 지금은 출장지마다 있는 멋진 아트뮤지엄들을 찾는다. 가는 곳마다 고전과 현대의 멋진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그들의 예술 감각과 아름다움을 공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와 도시들을 하나씩 방문하려 한다. 가끔은 장기 투숙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우리와 다른 문화와 전통을 마음껏 경험하고 싶다. 모든 여행지에서 느낀 감회는 글과 사진으로 남길 예정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잃는 순간부터 젊음은 퇴화하고 늙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한 걸음을 떼는 실행이 영원한 젊음을 선물하길 바란다.

김정웅 지피클럽 대표 | 안주하지 말고 세계로


2020년은 큰 변화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피클럽은 화장품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매출액이 10배가량 증가할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은 그동안 성장해온 기반을 다지고,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 밤낮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한 해였다. 열심히 달려와 주변을 돌아보니,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이 변화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2020년에는 급속히 변하는 환경 속에서 빠르게 진화할 수 있도록 유연한 기업으로 조직을 다지는 것을 큰 목표로 삼았다.

지피클럽은 대표 브랜드인 JM솔루션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트렌드를 발 빠르게 캐치하고 적용한 신규 브랜드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조직 자체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과거에 비해 커진 외형에 안팎으로 변화의 한가운데 놓인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발전하고 변화했던 ‘경험’의 가치는 높게 인정하나, 그 ‘경험’에 안주하는 것은 배척하려 한다. 2020년을 시작하는 시무식 자리에서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시도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할 예정이다.

지피클럽이 단순히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화장품을 잘 만드는 회사이기를 원한다. 소비자는 항상 변한다.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시장에 안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함께 변화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무한히 열려 있는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DNA를 가진 지피클럽이 당차게 뻗어나가길 소망해본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 | 쉼과 자아 성찰을 위한 ‘갭이어(Gap Year)’


‘나의 버킷 리스트’라는 주제로 에세이 청탁을 받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지금껏 버킷 리스트를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런 시간조차 가져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하루 종일 회사 일에만 집중하는 일상이 반복되던 중에 개인적인 버킷 리스트가 무엇인지 묻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난 1989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30년간 앞만 보고 매진해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것 같다. ‘갭이어(Gap Year)’라는 제도가 있다. 1960년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인턴십,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는데 현재 유럽, 뉴질랜드,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갭이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의 핵심은 고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기간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이런 갭이어를 접한 학생은 실제로 대학에 진학한 후 학업을 포기하는 확률이 매우 낮았고, 학업 성취도도 높았다.

작은 버킷 리스트를 꼽는다면 나도 이 같은 1년의 시간을 부여받고 싶다. 갭이어 동안 우선 건강을 챙기고자 한다. 급변하는 시장 및 산업 경제 상황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 등 관련 공부도 해야 한다.

내가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회사 경영활동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업무와 권한을 위임하는 등 조직화된 시스템을 더욱 견고히 만들고 싶다.

좀 더 큰 버킷 리스트는 2025년까지 신약 3개를 개발하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제약회사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최근에 많은 제약·바이오 회사가 신약 개발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은 ‘1만분의 1’로 굉장히 힘든 도전이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 인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당연한 과정이다. 실패에서 얻은 값진 경험을 축적하며 휴온스는 신약 3개를 개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지속성장을 펼쳐가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2020년을 기대해본다.

박용진 오토닉스 대표 | 인생 후반전의 버킷 리스트


2015년, 집안의 가장이자 가업의 수장인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별세하셔서 경황이 없는 와중에 가업을 물려받아 대표이사로서 직무에 책임을 다한 지 5년여가 흘렀다. 그동안 그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음을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을 동일시해 오로지 회사의 성공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지만 과연 회사의 성공만이 내가 꿈꾸어온 것들의 전부일까? 젊은 시절 나는 어떤 꿈들을 꾸었던 걸까? 예전에 적어두었던 버킷 리스트를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20대에 적었던 나의 버킷 리스트는 번지점프 도전하기, 스카이다이빙 도전하기와 같은 스릴 넘치고 익사이팅한 토픽들과 1년에 100권 다독하기, 전자기타 배워서 연주하기와 같은 부족한 지식과 경험들을 채워나가는 토픽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제는 나이가 더 들어 인생 중반을 너머 후반을 향해가고 있기에 도전적인 과제나 부족함을 채워나가기보다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한 기업의 수장으로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 인생 후반전 버킷 리스트에는 무엇을 적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 끝에 펜을 들어 리스트를 하나씩 적어본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족, 주변 지인들과의 생각 공유하기다. 이제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거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정리하거나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은 이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면서 평소에는 서로 알아보지 못했던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아버님이 별세하시고 가장 아쉬운 점은 평소에 아버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셨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제는 여쭤볼 수도 없어 가족을 포함하여 주변분들께 말씀을 듣고 추정해내는 것이 전부인지라 5년이 지났음에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족, 주변 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또 한 가지는 손 글씨로 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펜을 들기보다는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세상이다. 디지털 화면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분명 있겠지만 모든 글씨에는 저마다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 나의 기분이나 생각들을 기억 날 때마다 잘 정리해놓는다면 향후에 다시 일기장을 꺼내 들고 그날의 추억을 떠올려본다면 단지 사진 한 장으로 생각나는 추억보다는 훨씬 더 생동감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업을 물려받은 후세 경영자로서 가업상속 과정 속에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보다 젊고 훨씬 더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후세 경영자들을 위한 책을 써보는 것도 나름대로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과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 생각과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일을 기록하여 전해줌으로써 세월이 흘러 내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오랫동안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아 내가 했던 고민들을 함께할 수 있다면 인생 2막에 적을 수 있는 최고의 버킷 리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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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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