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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52인의 신년 에세이(2) 김동녕·권혁운·허영구·김대현·성명기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 산티아고 순례길


나의 ‘소망 목록’ 중 하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남프랑스에서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하나였던 성(聖)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이다. 피레네산맥의 우거진 숲과 스텝 평원, 깊은 계곡과 유려한 산맥 등 스페인 북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경험할 수 있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길로 알려져 있다. 파울루 코엘류의『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더욱 유명해진 산티아고 순례길은 최근 걷기 열풍과 함께 전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 길이 됐다.

평소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된 책과 영화를 관심 있게 봐왔는데 어느 순간 ‘소망 목록’의 첫 번째 줄에 자리 잡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총 32구간, 약 800㎞에 달하는 순례길을 완주하려면 40일간 20㎞ 이상씩 꾸준히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도전에 앞서 내년 봄, 직원들과 함께 강원도 올림픽 아리바우길 131㎞와 지리산 둘레길 274㎞, 제주도 올레길 198㎞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직원들과 함께 트레킹을 하는 것도 ‘소망 목록’ 중 하나였다.

40여 년 동안 외형적인 규모가 아니라 내실 있게 이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자는 목표를 위해 걸어왔다. 세계 곳곳에 의류 공장을 만들고 매출 3조원 가까운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가시밭길도 있었고 때로는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도 했다. ‘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다’는 말을 곱씹으며 산티아고 순례길 위를 걷고 있는 나를 꿈꿔본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 내 주위를 둘러보는 쉼표


요즘 손자들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가끔 떼를 쓰기도 하지만 이런 게 소소한 삶의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유년기를 어렵게 보내서인지 내 피붙이가 아니더라도 가방을 메고 다니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관심이 가고 한 번 더 뒤돌아보게 된다.

‘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굶는 경우는 있어도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못 챙기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나 복지제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결식아동들이 존재한다. 또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 있어도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나 회사 차원에서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규모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매년 연말 우리 문암장학문화재단에서는 장학금을 전달한다.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때로는 장학금 전달식을 생략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올해는 우리 학생들 얼굴을 보고 싶어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 자리에 참석한 한 장학생의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들과 실력 차이를 실감했고, 수학에서도 과외공부를 한 친구들에게 밀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 학생은 열심히 공부한 결과 국내 최고 대학에 수시로 합격해 학교 선택의 기회가 생겼다. 학생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 사회인이 되겠다. 이 자리를 빌려 꼭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CSR을 ‘기업이 좇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로 표현했다. 사회책임경영을 기업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활동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사업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마케팅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사회책임경영마저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 짓기보다는 기업인과 기업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진심을 담아 사회적 책임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사건 사고도 많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아직은 사회에 따뜻한 분이 많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이런 학생들이 더 잘돼서 사회에 긍정적인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의 버킷 리스트는 거창하지 않다. 내게 능력이 있는 한 진심을 다해 어린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자 한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허영구 네오바이오텍 회장 | 글로벌 임플란트 톱 3 기업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6가지를 적어봤다.

1. 입사하고 싶은 1위 기업

세상을 좀 더 살맛 나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수신제가는 어느 정도 이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이가 드니 치국에 힘을 보태고픈 마음이 강해진다. 좀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회사 구성원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내 경영 철학도 임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일을 중심에 두고 있다. 특히 임직원이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행복경영’은 그래서 내게 좀 나은 세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실천 과제다.

2. 글로벌 임플란트 톱 3 기업

난 평생 임플란트 분야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찾고, 첨단 장비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꾸 떠오른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최첨단 자동식립 임플란트 같은 것 말이다. 임플란트를 시술하기 전에 인공지능으로 최적의 위치를 자동으로 찾아내 로봇이 안전하게 심는 기술이다.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선도해가면서 글로벌에서 우뚝 선 네오바이오텍을 보고 싶다.

3. 골프 에이지 슈트

골프는 나를 항상 겸손하게 한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실제 필드에서는 맘대로 안 되는 탓이다. 골프를 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역시 칠 때마다 새로움(?)을 깨닫는다. 골프는 될 듯 말 듯 안 되는, 묘한 스포츠다. 나이가 드니 에이지 슈트(age shoot, 나이와 같거나 그 이하의 스코어를 내는 것)를 하는 게 바람이 됐다.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면서 10년 후에 꼭 이루고 싶다.

4. 가족과 세계 일주

건강할 때 온 가족, 그게 여의치 않으면 아내와 단둘이라도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1년 정도 안식년을 보내면서 말이다.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느끼고 동화되고 싶다. 그러고 나면 남은 인생을 어찌 보낼 것인지 감이 잡힐 듯하다. 아마 5년 이내에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5. 베푸는 삶

내 인생에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빚을 갚고 싶다. 내가 더 잘된다면 어찌 그게 다 내 덕이겠는가. 주변에서 많은 이가 음으로 양으로 날 도운 덕분이라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 부모·형제에게 못 갚은 빚, 가까운 벗들에게 못다 한 우정, 살면서 만나고 도움받은 모든 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6. 후학 교육

사재를 털어 특수학교를 세우고 싶다. 바쁜 일상에 쫓겨 달려오다 보니 한때 가졌던 꿈과 열정을 어느새 잊고 살았다. 우리 후손에게 ‘인생은 아름답고 멋진 것이니 꿈과 열정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가치도 전하고 싶다. 특수학교는 이런 생각과 가치를 품은 인재와 지도자를 배출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 미래는 좀 더 밝고 아름다워지지 않겠나….

김대현 토스랩 대표 | 사업도 개인도 성장


꿈보다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하지만 여전히 원대할 수 있는 나의 리스트를 2020년에 써 내려가며 나의 버킷 리스트로 정의하고 싶다.

버킷 리스트의 일반적인 뜻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이라는 점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구체적이지 않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미뤄놓는 일의 목록보다는 흥미롭게, 그리고 꽤 즉시성을 가지고 도전해볼 만한 리스트를 갖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더 확실히 동기부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보니 나의 버킷 리스트와 회사의 버킷리스트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생각을 구체화하다 보니 여전히 회사 일과 관련된 리스트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토스랩은 ‘잔디’라는 이름으로 ‘일을 더 잘하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일은 협업을 의미하고, 핵심적인 특징은 우리가 개인적인 메신저를 쓰는 듯한 흐름을 그대로 지닌 IT 서비스로서 사용성과 즉시성이 뛰어난 효율성 높은 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사용하게 되면 기업들은 편리성을 유지하면서 개인 메신저 사용에 따른 보안 걱정, 자료 저장 걱정, 업무 인수인계 걱정 등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서비스를 하면서 구상하는 (사업의 지표와 무관하게) 나의 버킷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대중교통을 탈 때 사람들이 잔디를 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하는 것.
-잔디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적인 골프대회를 멋지게 후원하는 것.
-우리 서비스만의 캐릭터를 개발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
-TV와 옥외에 대대적인 홍보를 해보는 것.
-전 직원이 모여 행사를 할 수 있는 큰 홀을 지닌 사무실로 이전하는 것.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들을 만들어가는 것.
-한국에서 계속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라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이자 리딩하는 회사가 되는 것.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한 무대로 보고 글로벌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것.


이런 모습들을 눈으로 보게 되고 실현하게 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사업도 개인도 성장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희극이 될 수 있는 삶을 꿈꾸며, 주변의 모든 분이 잘되어 나를 도와주는 분이 더 많이 늘어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 소소한 삶 속 확실한 행복


버킷 리스트를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라고 봤을 때 공학을 전공한 경영자로 ‘책 2권 쓰기’는 만만치 않은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전』, 『열정』, 『사랑은 행동이다』란 제목으로 3권을 썼고, 공저로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와 『이순신을 만나다』 등 2권을 냈으니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돌아보니 ‘어려움’은 내게 목표를 하나씩 쥐여준 것 같다. 중학생 때 혹한의 겨울 어머니가 밤늦게 추위에 떨고 있는 거지에게 밥을 먹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지구촌 이웃돕기’를 삶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정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마다 아프리카 케냐에 우물 파기 후원, 아프리카 대학생 학비 후원, 지구촌 난민후원, 인도네시아 시나붕 화산 지역 초등학교 도서실 후원, 성남 지역 결손가정 및 불우이웃돕기, 종교단체 후원, 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의 일원으로 작은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큰아들이 3살 때 백혈병을 앓았다. 후유증으로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들 대학 보내기’를 목표로 잡기도 했다. 아들의 전 과목 가정교사에도 도전했는데 1년 동안 가정교사 역할을 자처해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켰다.

‘환갑 때까지 기업 경영’은 숙명에 가깝다. 어느새 지하철도 공짜로 타는 지공거사(地空居士) 반열에 들어서다 보니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성장동력 찾기와 경영권 승계 등이 자연스레 목표로 연결됐다.

‘주 6회 이상 운동하기’는 30대 초반 위암에 걸려 위절제술을 한 뒤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한 목표였다. 지금도 암벽등반, 등산, 둘레길 걷기, 강변길 걷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건강을 유지하는 데 최고의 해결책이 아니었나 싶다.

학창 시절 싫어했던 과목인 영어도 지상과제가 됐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영어는 큰 숙제였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새벽, 자기 전에 ‘영어 회화 공부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만족할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아내와 여행 다니기’는 그간 세계를 돌면서 얻은 즐거움이다. 대학산악부에서 만난 아내와 회사를 공동 창업하면서 해외 비즈니스 출장을 같이 다녔고, 며칠 휴가를 보태 출장 간 곳을 여행했다. 경영에서 물러나면 아내와 더 멋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책 읽기는 학창 시절부터 계속된 습관이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이 날로 발전했다. ‘죽을 때까지 책 읽기’ 습관을 지키고자 한다.

어찌 보면 이 모두가 꼭 목표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젊었을 때 온 가족과 ‘죽음의 사투’를 벌여서일까. ‘소소한 삶의 시간에서 찾은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을 느끼며 사는 게 바람이다.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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