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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11) 신혜성 와디즈 대표 

“돈만 버는 금융업 시대는 끝났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크라우드펀딩이란 군중 또는 다수를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결합한 용어다. 사업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리더는 2020년 창업 8년 차를 맞는 와디즈(wadiz)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
와디즈는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회원들은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 또는 채권을 취득하거나 펀딩의 대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와디즈 회원 170만여 명 가운데 60만 명이 펀딩에 참여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없거나 제품 홍보 및 시장 테스트가 필요한 개인과 기업들은 와디즈에서 ‘메이커(공급자 및 판매자)’가 되어 ‘서포터(소비자 및 투자자)’들을 직접 만난다. 서포터들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제품부터 미래를 바꿀 신기술까지 스스로 가치를 판단한 뒤 직접 ‘펀딩’한다. 핀테크, 인공지능, 의료, 헬스케어 등 최첨단 산업부터 미술, 수제맥주, 독립영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까지 1만3600여 개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와디즈에서 서포터를 만나 꿈을 키우고 있다.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파력발전 기업 ‘인진’은 와디즈 펀딩으로 25억원을 모집해 7억5000만원이라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와디즈 펀딩을 통해 26분 만에 목표 자금 2억원을 달성했다. 대한민국 금융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와디즈 플랫폼에 방문하는 이들의 70%는 ‘가치 중심 소비’를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및 Z세대(20~35세)다. 기존에 없던 투자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신혜성 와디즈 대표(40)를 만나 크라우드펀딩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김익환: 와디즈는 대한민국 최초의 증권형크라우드펀딩 회사다. 이런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국내 최초로 시도하기까지 동기는 무엇이었나. (와디즈는 2016년 1월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행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에 의해 국내 최초로 증권형크라우드펀딩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신혜성: 2012년 5월에 와디즈를 설립하기 전까지 세 회사를 거쳤다. 현대자동차 마케팅본부,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산업은행 기업금융 담당을 경험했다. 특히 금융업은 천직으로 느껴질 만큼 재미있었고, 하는 만큼 성과도 따라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생겼다. 산업은행 재직 당시 많은 기업을 만나면서 현 금융 체제에서는 진정한 기업금융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익 창출만 바라보고 달리는 금융업계에서 더는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원래 의미가 없는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이다. 그래서 금융의 역할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왼쪽)와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판교 와디즈 본사에서 대화를 나눴다.
금융시장에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도래한다는 것을 감지했나.

오바마 정부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제도화하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2009년 설립)가 금융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걸 국내에 도입해야겠다고 직감했다. 와디즈 설립 직후 2012년 9월 크라우드산업연구소를 만들었다.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가려면 기술적 변화 못지않게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서치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근본을 파고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킥스타터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시작됐는지 공부하고, 선진국들의 사례 등 다양한 해외 자료를 번역해 핀테크 관련 제도의 입법과정을 서포트하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나올 만큼 확신이 있었나.

2012년에 연구소를 시작할 때 아버지에게 조만간 은행이 다 없어지는 시대가 올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네가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라고 하셨다. 그만큼 처음에는 정신 나갔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겐 SNS 혁명이 유레카였다. 과거 인터넷이 도입돼 모든 산업이 다 바뀔 때는 기회가 없었는데 SNS 혁명으로 무엇이 바뀌었나 살펴보니 아직 바뀐 게 없었다. 그래서 기회라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다.

입법 발의가 되려면 글로벌 시장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연구소부터 만들었고 이듬해 와디즈 베타 서비스를 론칭했다. 그러고 나서 벤처캐피털에서 처음으로 투자받은 건 2015년 4월이다.

그 전까지 정말 배고프게 살았다.(웃음) 연구소는 5명이 퇴직금을 합쳐 1억원으로 시작했는데 모두 외벌이 창업자였다. 처음엔 수익구조가 없으니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과정을 다 경험했다. 청년창업대출과 창업지원 보증도 받고, 정부의 연구개발 과제 사업을 따내면서 직원들 월급 주고…. 창업의 ABC를 밟으면서 커온 것 같다.

와디즈가 킥스타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와디즈의 사업 모델은 킥스타터처럼 펀딩을 받아 제품으로 돌려주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과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취득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결합한 형태다. 2016년 1월에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발행기업이 공개모집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킥스타터는 리워드형 펀딩만 진행하지만 와디즈는 기업들이 시제품으로 펀딩을 받는 것 외에도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증권형 펀딩도 가능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편하고 빠르게’보다 ‘옳은 일을 제대로(Feel right)’ 하는 서비스를 추구한다. 와디즈 플랫폼에서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출시하고, 추가로 투자금이 필요해지면 와디즈벤처스가 직접 투자하고, 해외 수출이 필요하면 와디즈트 레이더스가 지원하고,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면 와디즈리테일이 돕는다. 정부의 주요 창업기관들과도 다 연결돼 있다. 개인이 소비와 투자, 기부에 이르기까지 제3의 기관에 위탁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회사명이 와디즈가 된 이유는.

와디즈의 어원인 ‘와디(wadi)’는 건기에는 말라 있다가 비가 오면 강이 되는 수로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세계지리 시간에 배웠던 용어인데 업의 본질을 생각하다가 기회의 물줄기가 되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지었다.


한국의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나.

현재는 얼리어답터들이 주를 이루는 단계다. 대다수가 사용하기 바로 전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성장 속도도 빠르고 다양한 이슈가 발생한다.

앞으로 크라우드펀딩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와디즈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와디즈는 유통과 금융업을 아우르는 사업 형태다. 유통에서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이 더 확대될 거다. 최근에는 제품 출시 전 단계에서 와디즈의 역할이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금융에서는 기존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시장인데 중위험 중수익 모델까지도 확장할 계획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에 있기 때문에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면 시장을 계속 리드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예를 들어 2년 전 페미니즘 붐이 크게 일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와디즈에서 생리컵을 최초로 식약처에 통과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일이 와디즈라는 플랫폼을 만나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런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훨씬 더 다양성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업문화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싶다.


내가 평생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회사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환경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회사가 그걸 인정해주는 곳인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회사가 말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포상을 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을 때 손해 보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회사가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세대들이 원하는 회사는 공정한 회사다. 트렌드코리아를 봐도 공정성이 매년 소비 트렌드로 꼽힌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의 원칙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와디즈만의 원칙이란.

와디즈인(人)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팀플레이어’와 ‘진정성’이다. 용병은 받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늘 암초를 만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든 달라붙어서 해결하는 정규군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전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대표로서 추구하는 경영 철학이 있다면.

3가지 원칙을 정의해놓고 산다. Integrity(진정성), Excellence(탁월함), Stewardship(책임의식)이다.

최근 펀딩금 반환 정책을 발표했다. 펀딩 결과가 약속한 내용과 다르거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와디즈가 회원들에게 직접 펀딩금을 반환하겠다는 것인데.

우리가 책임지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갖고 있고, 자신 있게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2019년 1600억원가량이 와디즈 플랫폼에서 거래됐고 내년에는 4000억원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 거래량이 늘면서 연초부터 시스템 개발과 함께 전산정책을 변경하고 관련 세부 정책들을 준비해왔다. 조만간 메이커 신뢰지수를 도입하고 이슈 신고 정책도 시작할 것이다. 메이커들과 소통하면서 생태계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세밀하게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와디즈의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필요한 행정 절차들을 밟아나가고 있다. 회사의 외형이 커지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와디즈는 기존에 없던 사업인 만큼 문화를 만들어나가야만 하는 숙명이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화를 이해하는 서포터들 위주로 해왔다면 이젠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매스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킥스타터는 몇 년 전에 사회적기업을 선언하고 벤처캐피털에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나.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산업 자체가 시민의식이 성장하지 않으면 지속되기 힘들다. 와디즈는 ‘2019 레드헤링 아시아 100대 기업(Red Herring Top 100 Asia)’으로 선정되었는데, 크라우드펀딩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 우리밖에 없더라. 우리가 첫 번째 개척자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외기업을 벤치마킹할 수도 없다. 가장 주시하는 건 에어비앤비 정도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산업의 본질을 바꿔나가는 회사는 그만큼 귀하다.

와디즈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최종 목표까지 고민하진 않는다. 금융업과 비금융업을 결합한 회사로서 탄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 과제다. 따로 나뉘어져 있는 각종 서비스를 통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유튜브가 새로운 콘텐트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라면 와디즈는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될 것이다. 어릴수록 유튜브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지식도 얻고 재미로도 즐긴다. 와디즈도 필요한 걸 사 먹고, 쓰고, 투자를 해서 돈도 벌고,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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