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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15)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미술품 투자, 더는 ‘그들만의 리그’ 아니다”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투자 가치가 있는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눠 구매하고 가격이 오르면 언제든지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김재욱(39) 열매컴퍼니 대표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미술품 투자 시장을 대중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컴퍼니’를 설립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공동구매를 진행한 김환기 화백의 작품 ‘Untitled 10-V-68 #19(1968)’를 들고 있다. 이 작품의 공동구매 가격은 3억8000만원이다.
2018년 4월 스위스의 소셜커머스 업체 코카(Qoqa)가 진행한 피카소의 ‘소총병의 흉상(Buste de mousquetaire, 1968)’ 공동구매에 무려 2만5000명이 모여들여 화제가 됐다. 약 200만 스위스프랑(약 21억6000만원)에 달하는 이 작품은 총 4만 조각으로 나눠 판매됐다. 한 조각당 50스위스프랑(약 5만4300원)을 지불함으로써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계 최고 화가의 작품을 공동 소유하게 된 것이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화가 김환기의 작품 ‘산월(1963)’이 온라인 공동구매 방식으로 4500만원에 판매됐다. 이 작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7분 만에 19명에게 판매가 마감되면서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투자 수요를 입증했다. 산월은 판매 한 달 만에 유럽 컬렉터에게 5500만원에 매각됐고 22% 수익률을 달성했다. 열매컴퍼니에서는 한 사람당 최대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2년 내 목표수익률 20%를 달성하면 매각을 진행한다. 이후 이중섭, 이우환, 박서보 등 국내 거장들을 비롯해 장 미셸바스키아, 살바도르 달리, 제프 쿤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까지 모두 34점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해왔다. 특히 최고가였던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는 하루 만에 2억1000만원을 모집하며 주목받았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를 만나 미술품 투자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그림에 대한 남다른 애정


열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를 시도하며 미술품 투자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까지도 화실에 다녔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경영학과 졸업 후 CPA를 취득해 삼정KPMG에서 회계사로 근무했고,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이엠피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회계법인과 사모펀드에서 일하면서 미술품이 훌륭한 대체투자 자산이라는 걸 깨닫고 제대로 된 아트펀드를 만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워낙 폐쇄적이고 특수한 면이 많아서 직접 경험해봐야 했다. 간송미술관에서 운영매니저로 3년 반 정도 일한 뒤에 2016년 11월 열매컴퍼니를 창업했다.

직접 미술품을 만드는 일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분야를 업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 열매컴퍼니 창업 전까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나.

일을 즐겁게 하고 싶어 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연결하고 싶었다. 미술품 공동구매 사업이기 때문에 내가 그림을 꾸준히 사보면서 시장을 파악해야 했다. 환금성은 없지만 갤러리에서 추천하는 신진작가 작품도 사보고, 옥션에서 50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작품을 딜러를 통해 2000만원에 구입한 적도 있다. 여러 번 당해보면서 투자 노하우를 쌓아갔다.

창업 1년 만인 2017년 11월 중소기업청의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블록체인 기반의 미술품 분석 및 거래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동안 없던 미술품 거래 플랫폼(아트앤가이드)을 구축해나가고 있는데.

국내 미술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합리적인 가격 선정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과 부동산에 비해 미술품은 일반인들이 가격 정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추정하기 어렵다. 개인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고액 자산가들도 갤러리나 옥션에서 추천받은 작품을 사서 가끔 잘 걸리면 ‘대박’이 나는 주먹구구식 투자가 만연했다. 그래서 작품 내용을 의미 있게 분석하고, 가격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내용을 팁스에 제안해서 선정됐고, 현재 진행 중인 공동구매 작품들도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추후 가격이 오를 만한 작품들을 분석해서 사들이고 있다.

블록체인에서 답을 찾을 이유는 무엇인가.

공동구매 방식이다 보니 소유권을 나눠갖게 된다. 이 부분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이용하게 됐다. 공동소유권자들의 소유권 번호와 정보를 기입해 모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소유권을 양도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도 모두 기록된다. 모든 데이터를 기록했다고 해서 법적 효력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술품 투자의 메리트

만일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투자금은 어떻게 회수하나.

미술품 소유권은 투자자 개개인에게 있다. 열매컴퍼니는 관리인이자 공동소유권자다. 미술품이 매각되거나 경매가 진행되면 그 돈은 일반 소유권자들에게 돌아간다.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에서 이뤄지는 미술품 공동구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까지 33개 작품에 대한 공동구매를 진행했고 이 중 11점을 재매각했다. 누적 거래 규모는 25억원, 회사가 직접 투자한 금액은 1억5000만원이다. 아트앤가이드 가입 인원은 4200여 명으로 1인당 평균 구매율은 연간 180만원 수준이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비싸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 개념을 도입해 소유권을 분할하면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눠 살 수 있다. 2000만원 이하 작품은 10만원 단위, 2000만원 이상은 100만원 단위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열매컴퍼니가 한국 미술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다고 평가하나.

일반 대중이 미술시장에 접근하기 쉽게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객군은 기존 플레이어들과 완전히 다르다. 초고액 자산가들이 활동하는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우리 공동구매 투자자들은 대부분 연봉 소득자나 은퇴 자산가들이다. 미술품을 한 번 구입하면 되팔기 힘들 것 같고, 직접 갤러리나 옥션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이 많은데, 이런 장벽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 공동구매 형식을 채택했다. 온라인 토털 미술품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

금융맨으로 일했던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됐나.

미술품을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본다. 미술품의 가격, 작가 인지도 상승 추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소유권 분할에서도 자산을 유동화해 위험이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분들이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 스스로 가격을 분석하면서 컬렉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미술품 투자는 주식, 부동산과 비교해 어떤 메리트가 있나.

먼저 미술품을 매각하는 경우 세제 혜택이 상당하다. 단일세율 20%를 적용해 기타소득으로 잡혀 분리과세하게 된다.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전면 비과세다. 취득세, 재산세도 없다. 해외 작가 작품도 6000만원 미만은 비과세, 1억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세율은 최대 2.2%, 1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 4.4%다. 예를 들어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1000만원에 사서 9000만원에 팔면 1억원 미만의 작품이기 때문에 90% 필요경비(취득가 액)를 인정받아 900만원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게 된다. 즉, 세금으로 18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열매컴퍼니가 2억1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는 작가가 생존해 있어 이후 아무리 비싸게 팔려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기본적으로 옥션에서 낙찰률이 70% 이상인 유명 작가들만 선정한다. 낙찰률 70%는 상당히 환금성이 높은 수치라고 보면 된다. 부동산과 비교하면, 상가 낙찰률은 평균 20~30%, 오피스텔은 50% 수준이다. 특히 쿠사마 야오이, 요시토모 나라 등 스타 작가들의 낙찰률은 90%에 가까워 현금과 다를 바 없다.

공동구매 진행 시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은 어떻게 내나.

우리도 회원들과 동일하게 좋은 작품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해 시세차익을 낸다. 공동구매에 실패하면 회사의 재고로 남기 때문에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간 미술시장에서 구축해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한다. 정체되어 있는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인정받고 있어 작품을 매입 또는 매각할 때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장기적으로는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 향후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갤러리나 옥션 등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국내에 갤러리가 430개 정도 있는데 이 중 온라인 플랫폼을 갖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갤러리들이 온라인 미술품 거래 플랫폼에 입점하려는 니즈가 충분히 존재한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미술품의 가격 정보를 알려주는 ‘아트씨(ARTSEE)’는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 고객 10만 명을 확보해 시리즈 D 투자까지 유치했다. 30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입점해 있는데 월 100만~600만원의 입점료를 낸다. 플랫폼이 커지면 미술품에서 다양한 콘텐트군으로 확대할 수 있다.

미술품 시장의 향후 성장세는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미술품 가격 지수인 메이모제스와 S&P500의 최근 50년간 지수를 비교했을 때 메이모제스 지수는 연평균 12% 성장하며 S&P500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시장에 관심을 가질수록 중장기 투자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본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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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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