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책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다. 음악활동은 사회적 거리 두기일까. 아니면 사회적 거리 좁히기일까.
▎밤베르크 오케스트라의 바순 연주자가 연주하는 사진. 퍼져 가는 에어로졸이 잘 보이도록 실험을 했다. / 사진:BR24-DARUBER SPRICHT BAYER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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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북서쪽에 있는 스카짓카운티에는 스카짓 밸리 합창단(Skagit Valley Chorale)이라는 아마추어 합창단이 있다. 평균 나이 64세인 노인 122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그간 매주 화요일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해왔다. 지난 3월 3일과 10일에도 연습이 있었다. 3월 10일, 단원 61명이 한 교회에 모였다. 이들은 손소독제를 사용했고, 포옹과 악수를 자제했으며, 각자 자신의 악보를 보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2시간여 동안 회원 중 누구도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잠복해 있던 무정한 바이러스가 결국 재앙을 불렀다. 3주 후 5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2명이 사망했다. 53명은 당일 모인 61명의 87%에 해당한다. 사실 3월 10일에, 한 명이 감기 증상을 보였다. 그가 감기 증상을 처음 보인 때는 7일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합창단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한 스카짓카운티의 공중보건 관계 당국은 보고서에서 노래하는 행위가 에어로졸의 방출(emission)과 전달(transmission)을 야기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전파자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어로졸 입자를 말하는 동안에 방출한다. 보고서는 일상적 대화를 할 때보다 노래할 때 더 많은 양의 에어로졸 입자가 방출되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발성의 크기(loudness of vocalization)가 입자 방출에 영향을 준다고 적어 노래가 대화보다 사태 악화에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이러한 문구는 완벽한 설명을 원할 때는 많이 부족하다. 사실 노래하는 동안이 아니라, 단원들이 티타임을 가졌을 때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 보고서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2월 24일 자 파이낸셜타임스는 MIT 연구원 리디아 브루이바(Lydia Bourouiba)의 말을 인용해 입에서 나오는 작은 물방울인 비말(飛沫)이 날숨(내쉼)을 통해서는 약 1.5m까지 날아갈 수 있으며, 기침을 통해서는 약 2m, 재채기를 통해서는 약 8m를 날아갈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앞서 말했듯이, 스카짓합창단 단원들은 재채기와 기침을 하지 않았다. 합창단원들이 노래할 때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노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화할 때와 비교하면 노래하는 동안 사람들은 어쨌든 더 많은 비말을 배출할 것이며, 주변 공기를 더 많이 마신다. 이것은 분명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다양한 연주 행위 중에 입과 목, 성대 등을 쓰며 공기를 많이 내뿜고 들이마시는 경우가 있다. 노래하기와 관악기 연주하기가 대표적이다. 관악기는 크게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나뉘는데,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은 목관악기고,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 등은 금관악기에 속한다. 모든 관악기는 연주할 때 연주자의 폐 및 호흡기에 있는 공기와 그의 입 밖의 공기를 교환한다. 쉽게 말해 공기를 들이마시고 뱉는다는 이야기다. 이 행위가 감염 가능성을 높일까? 연주 홀은 밀폐돼 있지만 비교적 큰 공간이다. 관악기 연주를 통해 연주자들 간의 더 많아진 공기 교환이 평상시와 비교할 때 감염률을 얼마나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다. 우리의 직관은 감염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연주자의 입에서 나온 뭉쳐진 침, 그 침이 퍼진 미세한 물방울 등이 그의 관악기를 흥건하게 적신다면, 그렇게 충분히 적셔진 악기는 바이러스를 고도로 집적·응집한 생화학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걸로 실제 누군가를 공격한다면 말이다. 코로나19 환자가 침을 뱉은 상대가 확진자가 된 후 사망했다는 보도는 관악기 생화학무기론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연주자들은 연습할 때 혹은 실황으로 연주할 때 종종 그 물 성분을 바닥에까지 쏟아낸다. 가끔 고난도 연주를 하느라 입술이 찢어진 연주자가 쏟아낸 피가 바닥에 흐를 때도 있다. 바닥이 아니면 보면대 위 악보에 에어로졸을 분사할 것이다. 많은 경우, 오케스트라에서는 ‘하나의 보면대’ 위의 악보를 연주자 두 명이 같이 본다. 음악계에서는 하나의 보면대로 결속된 두 연주자를 풀트(pult)라고 부른다. 이 상황에서 옆자리 연주자가 분사한 바이러스가 악보에 묻어 있을 텐데, 그 악보를 손으로 넘겨야만 한다. 분명 손에 묻을 것이다. 매우 정교한 손동작을 해야 할 연주자가 장갑을 끼고 연주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보면대 덕분에 어쨌든 청중은 그나마 안전할 것이다. 보면대로 에어로졸을 분사하는 이들은 오보에나 클라리넷 같은 악기 연주자다. 플루트 같은 악기는 청중 쪽이 아니라 연주자의 옆쪽을 향하므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다른 연주자가 위험할 수 있다.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지만 아직 과학자들에게 분명하게 인정되지는 않았다. 지난 4월 25일,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악대학에서 ‘음악 연주에 있어서의 코로나 감염에 관한 위험도 측정’이라는 제목으로 논문 하나가 발표됐다. 논문은 연주된 관악기가 비말 집적 상태라고 인정하면서, 그 비말의 매우 적은 양이 악기의 끝자락에서 튀어나와 바깥으로 분사되는 것 같다고 했다. 논문에서 그 이유로 지적한 것은 소리가 발생하는 악기 속의 어떤 지점에서 공기 흐름의 속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밤베르크 교향악단 홀에서 관찰된 실험 결과는 악기 연주자를 중심으로 매우 좁은 반경에 악기의 끝자락으로부터 방출된 공기의 흐름이 뭉쳐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연주자의 악기에서 나온 공기는 분명 존재하지만, 연주자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결국 연주자로부터 3~5m 정도 떨어져 있을 것을 추천했다. 청중은 이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 간에 이 거리는 유지되기 어렵다.
더이상 하면 안될 행동들유럽에서 방역을 잘하는 축에 속하는 독일, 특히 기초과학이 발달한 독일에서 쓰인 이 논문은 앞으로 악기를 새로 만들 때 악기의 끝자락에서 방출되는 공기의 양을 더욱 줄이는 악기 제작법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거론했다. 놀라운 자세가 아닐 수 없다.코로나19에 감염된 이가 불던 악기를 다른 누군가가 불었다면 어떨까. 요즘 같은 시절에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했다면 분명 감염될 것이다. 예전에는 무심코 했던 행동들을 더는 하지 말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습기로 흥건해진 자신의 관악기를 바닥을 향한 채 터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털지 않으면 악기 속 물기는 그 악기가 정확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을 방해한다. 연주자들이 연주 도중 악기를 터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대작 오페라를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는 어떤가? 교향곡 등을 연주할 때와 달리 무대 밑 오케스트라 박스로 숨는다. 청중이 봐야 할 것은 무대 위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이기 때문이다. 박스로 숨은 연주자들은 짧으면 3시간, 경우에 따라서는 5시간까지 걸리는 연주 시간 동안에 악기를 털지 않고 계속 연주할 수 없다. 특히 오보에 같은 악기는 더 민감해서 음이 올라갈 수 있다. 연주하기 전에 여러 악기를 조율하는 음으로 가온 라(A)음을 불어야만 하는 오보이스트에게, 습기와 열기로 인해 원치 않는 높은 음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무척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오보에 연주자가 자신의 악기를 턴다면 다른 연주자들은 엄청난 위협을 느낄 것이다. 결국 관악기 연주 행위는 특정 공간에 모인 관악기 연주자들이 여러 경로로 비말을 주고받는 상황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작곡가는 악보에 오보에가 연주할 음을 엄청 많이 적지는 말아야 한다. 오보에에 입을 대고 부는 행위 자체가 오보에의 온도를 높이는 일이며, 이것은 이 악기의 음 높이를 악보가 요구하는 것보다 올라가게 한다. 작곡가는 오보에가 어떤 음들을 많이 연주했다면, 당분간 충분한 휴지기를 악보에 기재해야 한다.자신의 입만 닿는 악기는 그 연주자에게는 안전할까. 색소폰 폐(saxophone lung)라는 폐질환이 있다. 2013년 가을, 미국의 한 남성이 자신의 클라리넷을 평소처럼 연주했다. 애틀랜타주에 사는 68세 클라리넷 연주자의 클라리넷은 30년 동안 관리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니었지만, 엄청난 양의 세균과 곰팡이 등이 그의 악기에 살아서 활동했을 것이다. 그 환자는 몇 가지 약을 처방받았지만 기침이 나오고 호흡이 곤란한 병세는 전혀 차도가 없었다. 자신의 악기를 깨끗하게 소독한 후에야 치료가 되었다나.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갖지 않았던 학문적 관심을 가지도록 자극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에 많은 것을 연구해야 한다. 지식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 김진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와 동 대학교의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안동대학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매혹의 음색』(갈무리, 2014)과 『모차르트 호모 사피엔스』(갈무리, 2017)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