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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3) 

스페이스X 디자인… 진화일까, 경솔함일까? 

2020년 5월 30일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함으로써 민간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민간 업체인 스페이스X의 주도로 미국이 무려 9년 만에 자국 영토에서 로켓을 발사했다는 사실 외에도 스페이스X가 보여준 새로운 디자인적 접근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 9호가 지난 5월 30일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이륙하고 있다.
우주선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막연하게 머릿속에 그리는 기체 내부는 수백, 수천 개에 이르는 조작 레버와 버튼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파일럿이 타는 ‘크루 드래곤(crew dragon)’ 캡슐 내부에는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터치스크린과 좌석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집 앞에 장 보러 갈 때 사용하는 자가용보다도 심플해 보이는 우주비행선 조종석의 디자인 때문에, ‘적어도 핸들이나 조작 버튼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과연 스페이스X의 이러한 디자인적 변화는 옳은 방향일까?

이번에 탑승한 파일럿 로버트 벤켄(Robert Behnken)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우주비행선의 조작 방식이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비행에서 국제우주정거장에 기체를 안전하게 도킹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다른 파일럿인 더글라스 헐리(Douglas Hurley)는 “과거 2000개가 넘는 스위치가 있던 우주선 조작 방식은 임무를 안전하게 완수하기에 좋은 구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우주비행 임무를 완수한 두 베테랑 파일럿의 발언을 보면 이 우주선의 기체 조작 방식과 안정성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획기적인 단순화가 가능했을까?

획기적 단순함 선보인 스페이스X 디자인


▎과거 뚱뚱한 모습으로 뒤뚱뒤뚱 걷던 전형적인 우주복 디자인은 스페이스X에 적용되지 않았다.
현재의 우주비행은 궤도에 대한 계산과 변수에 대한 예측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듯 핸들과 액셀로 우주비행선 기체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대부분의 비행 과정을 책임진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가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큰 변수를 만났을 때 파일럿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확률은 높지 않다. 대부분 발사 이전에 준비해야 하는 사항이 많으며, 파일럿의 역할은 우주선을 조작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운전자라기보다, 데이터를 관찰하고 분석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현장 상황 요원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는 큰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버튼으로 가득 찬 실내보단 훨씬 파일럿에게 맞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다섯 단계로 나뉘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에서도, 4단계에 접어들면 인간의 역할은 비상시 조치를 위한 감독이 전부이고, 5단계에 접어들면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5단계는 말 그대로 운행 조작 장치가 차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 운행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상태다. 현재 우주비행도 완전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자율 비행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파일럿의 인위적 개입 여지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 단계에서 파일럿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관찰과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최상의 컨디션 유지다.

인류는 현재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포함해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기 비행뿐만 아니라 장기 비행도 가능할 수 있도록, 안전함과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게 필수다. 이번에 크루 드래곤 파일럿에게 제공된 우주복 디자인은 파일럿의 퍼포먼스를 향상하기 위한 다각적 접근을 선보였다. 우선 파일럿의 장갑은 터치스크린을 오차 없이 조작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었으며, 손가락과 손등의 바깥쪽 부분을 접이식 구조로 디자인해 손의 가동성을 향상했다.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된 헬멧은 이전의 다른 헬멧에 비해 가벼울 뿐 아니라 공기 순환 시스템, 개폐형 얼굴 가리개와 같은 기능도 갖추었다. 또 파일럿의 우주복은 크루 드래곤의 좌석과 간단한 연결만으로 물, 공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스페이스X의 우주복과 장비 담당 매니저인 크리스 트리그(Chris Trigg)는 처음부터 우주복을 디자인할 때 단순히 옷이 아니라 크루 드래곤 기체의 일부로 생각하며 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우주비행에서 파일럿이 손으로 무언가를 조작할 일은 앞으로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이 아닌 목소리나 뇌파를 통해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될 것이다. 직접 손으로 조작해 기체를 움직이기보단, SF 영화에서처럼 우주비행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어시스턴트와 커뮤니케이션하며 많은 부분을 자동화해 우주선을 컨트롤할 것이다. 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뉴라 링크(Neuralink) 같은 회사는 인간의 뇌파를 디지털화하여 뇌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뇌파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5~10년 안에 뇌파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상용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는 생각만으로 우주선을 조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있다. 이번에 크루 드래곤이 선보인 디자인 중에 기존 유인 우주선과 큰 차이점은 외부를 관찰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창이었다. 앞으로 우주선 디자인에는 외부를 관찰할 수 있는 더 많은 창이 생길 것이고 크기도 더 커질 것이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민간 우주 시대를 기점으로 우리는 많은 여객용 우주선의 취항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23년 취항을 목표로 진행 중인 디어 문(Dear Moon) 프로젝트는 스페이스X와 일본의 기업가 유사쿠 마에자와(Yusaku Maezawa)가 함께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다양한 분야에서 엄선된 아티스트를 태우고 6일간 달의 궤도를 도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제 우주도 인류에게 선망과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아닌,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자인은 단순해진다

비상용 버튼 몇 개 정도는 옆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한다 해도 변수는 존재할 것이고, 특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소한의 조치를 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 비행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우주선 디자인의 가치가 효과적이고 빠른 조작에서 즐길 수 있는 편안한 탑승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된 민간 우주시대에서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은 앞으로 더욱 달라질 것이다. 기술 발전이 진전될수록 모던한 방향으로 디자인이 발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지 모른다. ‘더는 버릴 것 없는 상태가 완벽에 가까운 상태다’라고 하는 디자인의 격언처럼 말이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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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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