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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8) 

덴마크 기업과 국민은 왜 행복한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자리한 뉘하운(Nyhavn: 새로운 항구)은 식당과 바, 수많은 요트와 관광선이 오가는 관광 명소다.
상쾌하고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덴마크에 출장 갈 때마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 매번 인삼·녹용 부럽지 않은 보약을 먹는 기분이다. 숙소 근처 숲속을 걷거나 조깅을 할 때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느낌이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와 지난 30년간 인연을 맺으며 나 역시 참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철저한 이사회 중심 경영


▎그런포스 올림픽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4년마다 덴마크 그런포스 그룹 본부에서 열리는 그런포스 올림픽에는 약 60개국에서 온 임직원 1000~2000명이 각종 경기에 선수로 참가한다.
덴마크는 안데르센 동화와 같이 재미있고 감동적인 역사와 이야기가 많은 나라다. 역사, 문화, 산업과 기업, 사람, 관광 명소 등 곳곳이 잊지 못할 스토리로 꽉 차 있다. 이번 글에선 덴마크의 대표적인 기업에서 25년 이상 직접 경영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기업 경영’과 ‘생활 방식’을 풀어보려 한다. 사람들은 덴마크를 아직도 안데르센 동화에 등장하는 작은 나라나 낙농국가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덴마크는 항상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최상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별 1등인 히든 챔피언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에너지와 환경, 디자인 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진 산업 국가다.

머릿속에 언뜻 떠오르는 세계적 기업만 해도 여러 곳이다. 세계 최고 해운사 머스크그룹(Maersk Group), 당뇨 관리와 호르몬요법 분야 선두 주자인 노보노디스크(NovoNordisk)제약, 세계 최대의 펌프 회사 그런포스(Grundfos)그룹, 드라이브와 전기모터의 가변 속도 제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기업인 댄포스(Danfoss), 전 세계인에게 친숙한 칼스버그(Carlsberg) 맥주,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Royal Copenhagen)과 은세공으로 유명한 조지젠슨(Georg Jensen), 풍력발전 분야의 베스타스(Vestas), 전 세계 어린이와 친숙한 블록 장난감 회사 레고(Lego), 최고의 디자인으로 멋스러운 오디오기기 회사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B&O),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히든 챔피언 기업을 열거할 수 있다.

덴마크 히든 챔피언 기업의 경영 현장을 여러 곳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에 이들의 방식을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세 가지 내용이다. 첫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가업승계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다. 앞에 열거한 1등 기업 대부분은 기업이 설립한 재단(Foundation)이 소유하고 있다. 통상 재단이 지주회사(Holding Company)를 소유하고, 지주회사는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모든 자회사를 소유한다. 우리나라와는 법, 제도, 경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이와 같은 지배구조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많은 우리 기업이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이 효율적으로 승계되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다 할 수 있는 윈윈(win-win)식 시스템을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그런포스펌프 창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닐스 듀 옌슨 그런포스그룹 회장은 한국의 대표 경영자들이 참석한 대담회의 연설 주제로 ‘덴마크의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선택했다. 그는 창업주 2세로서 기업을 승계하여 그런포스그룹을 세계 최대의 펌프 회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대담에서 그는 덴마크의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우리나라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편법·불법 기업 승계 현실을 고려해보면 중장기적으로 행정, 입법, 기업 관련 조직에서 연구를 하여 승계도 자유롭고 사회적 책임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으면 기업은 물론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철저한 이사회(Board of Directors) 운영이다. 예를 들어 그런포스그룹은 58개국에 83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모든 자회사에 이사회를 설치해 운영한다. 상급 단계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북미 지역 등 각 대륙 지역본부(Regional Headquarter)와 글로벌 그룹 본부(Group Headquarter)에도 이사회가 설치되어 철저하게 운영된다.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Board Member)는 각 시장, 제품, 경영 분야 전문가들이며 서면으로 정식 초청되어 후보자가 승인 및 서명 후 이사로 취임한다. 매년 사업계획(Budget)을 작성해 사업이 개시될 때부터 정기 및 임시 이사회가 열리고, 한 해 사업이 마감되면 결산 보고에 참여한다.

한국 기업들도 당연히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덴마크는 이사회에서 중요 사안에 대해 심도 깊은 실무적 토의 과정을 거치며, 이사들은 저마다 소신껏 발언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중한 자기 권리를 행사한다. 즉, 형식적인 이사회가 아니고 경영진을 지원하고 중요한 사안의 혜안과 책임을 공유하는 권한을 갖는다. 필자가 한국 내 3개사, 일본 및 대만과 그룹의 글로벌 인재경영 전략이사회 이사(Board Member) 등 그런포스그룹 내 여러 조직의 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면서 글로벌 경영에 참여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덴마크는 현직이든 은퇴한 경영자든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나 이사회 의장으로 초대되는 것을 대단히 명예롭게 생각한다.

마지막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컨트롤러 조직이다. 글로벌 그룹 본부에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조직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컨트롤러 부서는 매우 우수한 정예 임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한 해에 한두 번 컨트롤러가 혼자서 휴대용 컴퓨터 한 대만 들고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온다. 한국 시장은 국내에 있는 자회사가 1년 내내 세부적으로 일을 하는 로컬 시장이다. 하지만 멀리 덴마크에서 온 컨트롤러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지적 사항이나 과제를 확인해낸다. 컨트롤러는 대부분의 업무를 경영 지원 차원에서 처리한다. 의심스러운 지적 사항에 대한 감사나 사찰 차원의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협업하여 큰 시너지를 내며 생산적으로 업무 처리를 한다.

컨트롤러는 대단히 생산적이고 효율이 높은 조직 구성이다. 효율적인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필수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나아가 현지인을 임직원으로 채용하여 글로벌 경영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례로 참고할 만한 가치가 크다.

음식물과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밴 덴마크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동상이 코펜하겐 항구 해안가 작은 바위에 앉아 있다.
30년간 덴마크 사람들과 공적·사적 관계를 맺으며 관찰한 그들의 ‘생활 방식’은 한마디로 ‘단순한 디자인의 최고 세련미와 검소한 생활,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표현할 수 있다. 회사와 가정을 방문하거나 상점과 백화점, 미술관, 박물관, 정부 관련 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한결같다. ‘세련되고 실용적으로 디자인된 환경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순박하고 세련된 매너’다. 그런 생활 방식을 표출한 예로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아나 야콥센의 에그(달걀)체어와 불(소뿔)체어, 앤트(개미)체어 등을 들 수 있다. 단순한 세련미와 실용적 기능을 곁들인 건물, 가구, 전등, 주방기기 등을 보면 덴마크가 왜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을 많이 배출하는지 이해된다.

특히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매우 검소하다.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두세 배 많은 덴마크 사람들의 검소한 생활 중에 두 가지 예를 들어본다.

첫째, 음식물 절약 문화다. 사내 식당이나 가정에 초대 받거나 일반 식당에 가도 어느 곳이나 식사 후에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접시가 깨끗이 비어 있어서 바로 식기세척기에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면 될 정도다. 올해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검색해보니 한국의 음식물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루 평균 음식물 쓰레기가 1만5900t(2017년 기준)이나 배출된다. 연간 20조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덴마크처럼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국부가 축적될 것이다. 현대차의 2019년 경영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9.3% 늘어난 105조7904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3조2648억원으로 98.5% 급증했다. 음식물 낭비만 줄여도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대형 기업 5개가 벌어들이는 수익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자! 그러나 음식물 낭비는 꼭 줄이자! 우리 모두를 위하여!” 이런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


▎비행기에서 촬영한 북해의 해상 풍력발전소. 덴마크는 2028년까지 전기 소비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예정이다.
둘째, 에너지 절약이다. 겨울에 덴마크 출장을 갈 때면 잠옷과 더불어 꼭 내복을 준비해야 한다. 회사 영빈관이나 연수원 또는 호텔에서 숙박할 때 실내 온도가 20도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추워서 새우잠을 자지 않으려면 따뜻한 내복이 필수다. 에너지 소비에 관한 언론 보도를 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1인당 5.73toe(석유환산톤)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4.10toe 대비 약 40% 많다고 발표했다. 석유가 한 방울도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1970년에 겪었던 석유파동(Oil Crisis) 당시에는 덴마크나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99%로 비슷했다. 하지만 덴마크는 미래 석유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중장기 전략으로 북해의 유전을 개발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7년에는 원유,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기에 이르렀다. 북해의 원유 매장량엔 한계가 있으므로 현재는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너 옌센 주한덴마크 대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는 2019년 전기소비량의 47%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했고 2028년에는 덴마크 전기 소비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예정이다. 그리고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70% 줄이고 나아가 2050년에는 ‘제로’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유파동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원유 수입액이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진정한 선진국으로서 에너지 소비를 스스로 줄여나가야 한다. 미래 에너지 전략을 위하여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은 좋은 역사적 사례다.

덴마크인의 보편적 생활 방식에는 동양의 고전 『논어(論語)』의 선진(先進) 편에 수록된 과유불급(過猶不及: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重要)함을 가리키는 말)의 정신이 보편적 사고와 생활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닐까. 분수를 아는 검소한 생활. 행복한 덴마크의 비결이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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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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