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국영수여(행)를 잘하자 

 

교과목에 여행이 있으면 어떨까? 한국은 물론 각 도시와 나라의 역사와 제도, 특산물 등을 배우는 것이다.
최근 많은 지인의 SNS 피드에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의 교육 강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다. 방송에 출연한 뒤 반응이 좋아서였는지 그 후에도 더 많은 강연을 볼 수 있었다. 그분은 반복적으로 한국의 교육혁명 필요성을 얘기하며 대학 서열 폐지, 대학등록금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 나라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지만 현재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그렇다고 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독일 초등학교에 ‘행복’이란 과목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하니까 따라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좋았다’ ‘지금도 잘 써먹고 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수준 높다고 모두 알고 있지만 모두가 원치 않는 이 일을 우리는 왜 반복하고 있을까? 이 또한 ‘내가 어떻게 공부해서 그 학교 들어갔는데…’, ‘나 때는 이랬으니 너 때도 이래’라는 것이라면 정말 속상할 일이다.

Education의 어원은 Educ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e(ex, 밖으로)’와 ‘ducare(끌어내다)’의 합성어로, 밖으로 끌어낸다는 뜻이다. 뜻이 모호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대부분 선명해졌는데 현시대의 교육 개념과 반대였기에 이 자체가 충격이었다.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뻥 뚫렸다. 교과목에 여행이 있으면 어떨까? 한국은 물론 각 도시와 나라의 역사와 제도, 특산물 등을 배우는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교육도 시장, 경쟁자 분석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방 터졌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우리 손님들을 관찰하다가 얻은 것들이었다.


좋은 답을 내려면 질문부터가 좋아야 한다고 믿는데 ‘How might we?’라는 질문을 활용한다. 요즘 IDEO나 구글, 페이스북 직원들이 마법의 질문이라며 활용해온 아이디어 발상법이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대박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처럼 How는 Can의 의미다. ‘○○할 수 있어?’라는 질문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다면?’으로 질문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할 수 있을까?’에서 ‘우리가 그것을 하게 된다면…’ 같은 뉘앙스 차이가 있다. 더욱 구체적이고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방향을 유도하는 질문을 해야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가방을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야 창의적인 생각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좋은 답변을 끄집어내는 일. 학교에서, 직장에서 밖으로 나와 관찰하고 체득하는 것이 참교육이다. 배우러, 깨달으러 어서 여행을 가고 싶다.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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