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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역] 이성희 컨텍 대표 

아시아 유일의 민간 우주지상국 사업자 

초소형 위성이 글로벌 우주 시장을 바꿔놨다. 그간 무게 500㎏ 이하만 소형 위성이라고 했는데 마이크로 위성(10~100㎏), 피코 위성(1㎏ 이하)까지 군집을 이뤄 지구를 찍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는 어떻게 위성영상을 내려받고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국내 최초로 컨텍이 제주에 지상국을 설치하고 데이터 수신·처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컨텍은 2019년 9월 말 제주테크노파크에 우주지상국을 열었다. 민간 지상국으로는 국내 최초다. 이성희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채 1기 출신으로 국내에서 발사체 발사와 위성관제 임무 모두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전문가다.
2015년 3월 26일, 고성능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3A호’가 발사됐다.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쪽 1800㎞ 지점의 야스니 발사장에서 우주로 올라간 것. 곧바로 한국 지상관제센터와 닿지는 않았다.

‘5시간 56분.’

아리랑3A호가 발사 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지상관제센터와 첫 교신에 걸린 시간이다. 물론 오전 7시 39분 33초에는 노르웨이 KSAT사가 운영하는 남극 트롤(Troll) 지상국에 첫 신호를 보냈고, 오전 8시 35분쯤엔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과도 교신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교신하기까지 미래창조과학부와 항우연 관계자의 속은 새까맣게 탔다.

기대가 컸던 프로젝트였기에 초조함도 배가됐다. 투자금액만 2359억원, 개발 기간만 9년이 걸린 우주개발 프로젝트였다. 성능도 자부했다. 아리랑3A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적외선 센서와 땅 위 55㎝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만큼 해상도가 뛰어난 전자광학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528㎞ 상공에서 초속 7.8㎞로 하루 15바퀴씩 지구를 돌며 촬영한다.

다음 바통은 지상국이 넘겨받는다. 아무리 고성능 위성이라도 수집한 데이터를 받는 지상국이 없으면 우주쓰레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2년 3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나로호 발사 임무를 위한 원격자료 수신 장비(Telemetry Ground Station)의 설계·개발·운용 업무를 맡았죠. 말은 거창한데 2002년 항우연 공채 1기로 들어가 제주추적소가 들어설 위치를 검토한다며 배낭 하나 들고 제주를 누볐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웃음) 운이 좋아 해외 방문연구원에 가보고, 각종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었죠. 위성관제 일까지 해보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도 발사체 발사 임무와 위성관제 임무 모두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겠다 말이죠.”

지난 10월 14일 대전 유성구 컨텍 연구소에서 만난 이성희(45) 대표가 말했다. 그도 지상국 사업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지구 위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이 읽은 지구의 정보를 읽으려면 지구와 ‘수신’, ‘교신’할 수 있는 일종의 기지국이 꼭 필요했다. 지난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초기 투자를 받은 컨텍은 곧바로 제주 우주지상국 설치에 돌입했고, 9월 말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단지 내 제주테크노파크에 완공해 위성 데이터 수신·처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민간 지상국으로는 컨텍제주지상국이 국내 최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컨텍은 자체 지구관측위성, 발사장까지 보유할 예정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한 위성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위성을 개발하는 MOU를 체결했다. 국내외에 자체 상업용 소형 발사장을 구축해 노트북 크기만 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위성이 돈이 되나.

함축적이지만, 직설적이다. 내 대답은 ‘예스’다. 설명하면 이렇다. 흔히 우주개발 하면 스페이스X같이 무수히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사업자나 발사체만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우주산업 시장에서 발사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나머지는 위성을 쏘아 올려서 관리하고 여기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는 분야가 시장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지상 장비 시장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만 200조원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스페이스X 덕분에 해외시장의 규모에 시선이 쏠렸다. 컨텍은 위성 활용 서비스와 지상 장비 두 축을 비즈니스의 핵으로 삼는다. 위성 수만큼 무한정 지상국을 늘릴 수 없으니 스페이스X도 우리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용료를 받는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정지궤도 위성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은 정해진 궤도를 끊임없이 돈다. 그렇게 돌면서 권역별 지상국과 교신하며 정보를 보낸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인공위성이 지구를 촬영한 정보를 무한정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내려받아 삭제하고 또 촬영하면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지상국은 받은 데이터를 고객사에 넘긴다.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건 지상국에 돈을 내고 데이터를 받아가는 것부터 시작이다.

제주에 우주지상국을 건립했다. 매출은 어떻게 나오나.

대외비라 구체적인 금액을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한국의 경우 지구에서 중위도에 있다. 1개 위성이 중위도 권역을 지나갈 때 해당 지상국과 교신하는 걸 1패스라고 하자. 보통 4회 정도 지나는데, 10개 위성을 관리하면 하루에 지상국은 40패스를 처리하게 된다. 지상국은 1패스에 과금하는 식으로 365일 이어진다. 우리가 한국뿐만 아니라 북미 알래스카, 뉴질랜드, 남미 아르헨티나에 이어 심지어 유럽, 아프리카 대륙에도 지상국을 지으려는 이유다.

해외에 지상국을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맞다. 부동산도 사야 하고, 공사도 해야 한다. 골치 아픈 일이 많다. 그래서 현지 파트너사를 섭외해 설계·감리·운영은 우리가 맡고 부동산 매입부터 공사는 현지 파트너가 맡는 식으로 진행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나눈다. 경쟁사인 미국 RBC 시그널과도 이런 식으로 손잡고 알래스카에 지상국을 짓고 있다.

지상국 시공만 해도 돈을 벌겠다.

솔직히 용역 사업을 생각했다. 4~5m급 안테나에 지상국 관제 시스템을 망라해 구축하는 데 적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들었다. 하지만 마진이 8~10% 수준이라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직접 지상국을 설치하고 여러 개 지상국을 엮어 위성정보 플랫폼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우연에서 16년간 일하면서 안테나 시스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발사 임무 지원 등의 노하우를 쌓았다. 컨텍을 위성관제 종합 오퍼레이션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발사체 기업에도 컨텍이 필요할까.

로켓랩 글로벌, 파이어플라이, 버진갤럭틱, 벡터 등 글로벌 발사체 기업은 많다. 미국 나사(항공우주국)가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선언했고, 스페이스X가 1만 개 이상의 통신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스타링크’ 카드를 꺼내면서 위성 발사체 시장의 판이 뒤집어졌다. 원래 대형 위성 하나 올릴 때 수천억원을 썼는데 요즘에는 60억원이면 소형 위성을 하나를 궤도에 띄울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이 비용마저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 같다. 지금도 발사체를 사 발사장을 빌리고, 위성을 만들어 관제·관리까지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이미 룩셈부르크에 해외 전초기지를 세웠다고 들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우주산업 생태계는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한국의 경우 관련 중견·중소기업은 대다수 정부가 발주하는 연구개발(R&D) 사업에 매달린다. 그마저도 사업 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전부다. 하지만 유럽의 ESA(Europe Space Agency)만 봐도 유럽 내에 60개가 넘는 BIC(Big Incubation Center)를 운용 중이며 매년 200개 가까운 우주기업을 육성한다. 특히 우주개발 산업 네트워크를 가동해 민관 합작 사업을 꾸리고, 우주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사를 소개하고 엮는다. 룩셈부르크 지사는 단순히 컨텍의 해외지사가 아니라 유럽에서 하는 모든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ESA 일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창업(2015년 1월) 후 비교적 쉽게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셈이다.

그렇지 않다. 창업 후 5년이 아니라 16년의 연구원 생활까지 포함해야 할 것 같다. 지금에서야 얘기하지만, 컨텍이란 이름을 알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2018년부터 해외에 한 해 200일 이상 체류하면서 각종 해외 우주 관련 박람회를 다 돌았다. 그땐 지상국도 없을 때였다. 아무도 동양에서 온 아시아 연구원을 믿지 않았다. 투자금을 받으러 강남과 여의도를 오갈 때도 회의적인 시선은 여전했다. 그렇게 6개월을 돌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딱 5분이었다. 발표 후 컨텍 부스에 에어버스 직원이 찾아왔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지상국을 세우면 이런 서비스를 하겠다는 우리 계획을 그제야 들어주기 시작했다.

이미 해외에 경쟁사가 있지 않았나.

그렇다. 노르웨이 KSAT, 이탈리아 립스페이스, 미국 RBC시그널 정도다. 아시아에선 일본에 안테나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스텔라가 있지만, 자체 지상국이 없어 다른 지상국에 부탁하는 식이었다. 마침 해외시장에 아시아 권역을 보는 기업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컨텍이 나타난 거다. 게다가 우린 위성 발사부터 관제·관리까지 일괄로 처리할 수 있고, 비용도 절반 가격에 맞출 수 있었다.

해외 기업이 바로 믿어주던가.

처음엔 관심도 없었다. 그나마 말이라도 꺼내볼 수 있었던 건 16년간 항우연 근무 경력 덕분이었다. 2010년 오타와에 있는 칼턴대(Carleton University) 항공우주공학과에 방문연구원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캐나다우주청(Canadian Space Agency·CSA),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와 함께 ‘JC2Sat’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때 위성 온보드(Onboard)의 통신 모듈 부분과 지상국 설계 부분을 맡았다.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의 소형 발사체(VEGA) 소유즈 발사 임무에 참여한 경력까지. 모두 해외 전문가들이 아는 프로젝트였다.

콘셉트 하나로 고객사와 투자사를 유치한 셈이다.

그렇게 다섯 군데서 투자의향서(LOI)를 받고 나서야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신한금융, 크립톤, 위벤처스 등 총 네 군데가 컨텍에 투자해줬다. 투자금 대부분이 지상국 건립에 쓰였다. 물론 시리즈A 투자 규모를 크게 키우진 않았다. 사업을 하면서 투자금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되고, 자체 매출을 일으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급하면 개발 용역 사업이라도 해서 돈을 벌었다.

우주산업 시장의 절반 이상이 위성 활용 서비스에 있다고 했다. 위성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나.

스마트시티가 그 예다. 한 도시의 영상을 분석하면 건축물의 변화를 알 수 있고, 차량 흐름도 보인다. 주차장 하나만 봐도 차량 대수나 주차장 이용률을 분석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을 보면서 농업 생산량을 예측하거나 농작물의 발육 상태를 알 수도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위성의 영상 정보를 분석하면 아주 작은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다. 세종시도 같은 맥락에서 컨텍과 위성영상 이미지 활용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벌써 미국에선 위성영상으로 해상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글로브, 원유값과 작물 수확량을 예측하는 오비탈 인사이트, 장소를 모니터링하는 블랙 스카이 등이 서비스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자체 지구관측위성, 발사장까지 보유할 생각이다. 지난해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스페이스 테크 엑스포에서 한 위성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위성을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외에 자체 상업용 소형 발사장을 구축해 노트북 크기만 한 큐브세트(네모 모양 인공위성)를 발사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혹자는 해외로 나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술 수준으로 보면 발사체 부분을 제외하고 위성과 지상국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컨텍이 한국에 상업용 소형 발사장을 구축하려는 이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성태 기자

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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