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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파워리더 | TECHFIN-DEEPTECH]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금융 정보의 ‘마이데이터’시대 주도 

정부가 데이터 3법을 개정하면서 금융사에만 있던 금융 정보 주권을 개인이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정보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마이데이터’ 시대다. 한국 금융시장도 이제 고객에게 잘 보여야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데이터 기반의 금융을 꿈꿨던 뱅크샐러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테크핀-핀테크 유망주로 꼽힌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 / 사진:뱅크샐러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를 향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아요. 개인이 자기 정보의 ‘결정권’을 쥐는 게 마이데이터의 핵심인데요. 금융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무궁무진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당장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개인 금융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1월 14일 중앙빌딩 9층 회의실에서 만난 김태훈(36) 뱅크샐러드 대표가 밝힌 소감이다. 김 대표는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테크핀-딥테크 부문 2030 유망주로 뽑혔다. 뱅크샐러드는 이제 연동관리금액 405조원, 누적 다운로드 수 840만 건, 임직원만 200명이 넘을 정도(2021년 1월 기준)로 사세가 커져 유망주라 하기에 다소 어색하다. 그래도 심사위원 대다수는 뱅크샐러드를 ‘테크핀(기술+금융)’ 기업의 모범 사례라는 점에서 유망주로 꼽았다. 뱅크샐러드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3년 전이다. 2017년 자산관리 서비스 앱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200만 건을 달성했고, 이듬해인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에 선정된 후 450억원 규모의 시리즈C급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김 대표가 꿈꿨던 세상은 한층 더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개인이 그간 내 것이라 말하지 못했던 금융 정보의 주권이 개인에게 있다고 확인한 것과 개인이 원하는 곳에 일괄로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 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개인이 통장과 신분증, 도장을 들고 은행에 가야 계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은행에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은행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를 받아 확인해야 했다. 뱅크샐러드는 기존에도 스크래핑(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서 정보를 모으긴 했지만, 불완전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말대로 데이터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면서 개인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모아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 데이터의 독점이 깨지고, 집약이 이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뱅크샐러드만 봐도 앱에 접속해 본인 인증만 하면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길이 열렸다. 김 대표는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면, 오픈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로 안전하고 빠른 방식으로 금융회사와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개인이 스마트폰에 은행 앱을 여러 개 설치해 자산을 관리하지는 않을 터. 뱅크샐러드에는 분명한 기회다. 실제 지난해 8월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 사전신청에 63개 기업이 몰렸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과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춘 증권사, 은행, 카드업계 등 기존 금융사도 데이터 금융 비즈니스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치열해질 경쟁에서 살아남을 비결로 ‘중립성’과 ‘개인화’를 꼽았다. 김 대표는 “개인의 금융데이터를 개인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라며 “오로지 개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개인 건강에 따른 ‘보험추천’ 서비스와 ‘카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금융사 상품을 총망라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보여준다. 기존 금융사가 계열사 상품만 소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했다. 실제 뱅크샐러드는 카드사들 사이에서 창업 초기부터 수천 종이 넘는 카드와 혜택을 정리해 1원 단위 혜택까지 계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남다른 데이터 분석 능력 덕분에 뱅크샐러드에서 추천받은 카드 사용자의 충성도도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결과로 이어졌다.

린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한 ‘데이터 공장’


김 대표가 항상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에도 데이터를 고도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데이터 조직에서 린 스타트업 개념을 차용해 조직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더 늘렸다”고 말했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은 시장에서 아이디어 검증을 위해 최소 조건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성과를 측정하며 성공률을 높여가는 경영 기법이다.

조직개편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김 대표는 “미션에 맞춰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스쿼드(Squad)’, 안정화를 담당하는 ‘파운데이션(Foundation)’, 운영체계를 만드는 ‘디비전(Division)’ 등 총 3가지 부서가 데이터 드리븐 전략을 지원한다”며 “특히 8명 이하의 소수로 구성된 카드, 보험, 자동차, 부동산 등 제품을 담당하는 각기 다른 분야의 15개의 스쿼드가 각자의 영역에서 데이터 분류에 전문성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데이터 라벨링’인 셈이다. 김 대표가 설명한 활용법을 풀어보면 이렇다. 전셋집을 구할 때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춰 매물을 구할 수도 있고, 공인중개사를 찾았을 때 대출이 필요하면 최저 금리 상품을 제안받을 수도 있다. 치료비를 병원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곧바로 실손보험료를 청구하거나 의료비 내역에 기재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식이다. 데이터는 다각도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하나의 마이데이터를 각 데이터팀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플랫폼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로 투영된다”며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 하나가 대출부터 의료비 자동청구까지 은행·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 영역에 걸쳐 있기에 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은행·증권·보험·페이까지 계열사를 늘려도 되지 않을까. 카카오나 비바리퍼블리카도 은행에 이어 증권업 인가, 페이 사업까지 별도 회사로 나누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김 대표는 “뱅크샐러드가 거대 금융업자’가 되기보단 금융자산을 하나의 앱에 모아 고객에게 더 밀접하게 다가가 삶을 윤택하게 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뱅크샐러드는 시중 금융사와도 ‘경쟁’보단 ‘협업’을 택했다. 지난해부터 신한카드,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교보생명,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현대캐피탈 등 국내 다수 금융사와 금융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함께 나선 것. 김 대표는 ‘협업’이 고객 삶의 가치를 더 빨리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윤택’과 ‘협업’이란 목표 아래 자연스레 마이데이터는 금융 영역을 넘어선다. 단순히 금융상품을 추천한 것만으로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를 금융 영역으로만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금융에 유통, 헬스케어, 엔터 등을 접목해 삶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본다”며 “금융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마이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했다.

김 대표가 큰 그림의 축에 ‘삶’을 둔 건 다양한 창업 경험에서 비롯됐다. 2005년 신촌 서강대 인근에 호떡집을 차렸고, 여기서 번 종잣돈으로 2012년 6월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자며 레이니스트를 차렸다. 먼저 크게 정치와 금융 두 가지 영역을 바라봤다. 레이니스트는 정치의사결정 서비스를 내놨다. 18대 대선 기간에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평가하고 유권자의 성향에 맞춘 후보자를 추천해주는 식. 100만 명 이상이 몰렸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되지 못했다.

금융 영역에서는 카드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 멤버 6명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숙소를 마련해 2500여 종에 달하는 국내 신용카드 혜택을 수작업으로 모았다. 김 대표는 “카드 명칭, 혜택, 연회비, 카드 디자인까지 거의 모든 정보를 직접 모으는 데 1년 정도 걸렸다”며 “나름 시장 반응은 좋았지만, 이듬해 소비정보를 일일이 입력하기 귀찮아하는 소비자가 늘어 고생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경험으로 지문 인식과 터치 몇 번으로 모든 자산 현황을 확인하고 카드, 보험, 대출 상품을 추천하도록 앱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상품 추천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이제 사명과 서비스명이 통일될 때”라고 생각했다. 올해 1월 12일 기존 회사 서비스명이었던 ‘뱅크샐러드’를 사명과 통합해 전면에 내세운 것. 그는 “금융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지 8년 만에 회사와 서비스의 비전이 같아졌다”며 “개인 데이터를 기업 중심으로 쓰는 게 아니라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안내할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검색이 정보의 격차를 줄여주었다면, 마이데이터가 삶의 격차를 줄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지난 5년간 눈에 띄게 달라진 금융 환경에 대한 소회로 인터뷰를 마쳤다.

“8년 전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해보자며 무작정 금융 관계자를 만나러 다녔죠. 아침부터 새벽까지 한 달에 수백 명은 족히 만났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뱅킹조차 흔해졌고, 데이터 금융에 공감하는 관계자도 많아졌습니다. ‘마이데이터’는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될 겁니다.”

※ 파워리더 선정 이렇게 했습니다

테크핀-딥테크 부문 2030 유망주는 2020년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심사위원 10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IT업계 CEO와 관계자, 벤처캐피털(VC) 대표와 운용사 VC 담당자 등으로 구성했다. 각 심사위원이 최대 5명의 유망주를 추천했고, 이 과정을 거쳐 총 40여 명이 후보자로 올랐다. 이 중 중복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순으로 올해 유망주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강성지 웰트 대표, 강준열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파트너, 김서준 해시드 대표, 김영일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VC 부문장, 신현성 티몬 의장, 이경륜 해시코스 상임고문,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정승원 넷킨 대표,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나다순)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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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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