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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파워리더 | TECHFIN-DEEPTECH] 정지성, 박별터, 김성준, 김동호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 라이다 센서의 퍼스트무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라이다 전문기업 에스오에스랩(SOS LAB)이 개발한 차량용 고정형 라이다 ML이 혁신상을 받았다. CES 혁신상은 전문심사위원 50여 명이 CES 28개 부문 출품 제품 중 가장 혁신적이라고 본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차량 인텔리전스&트랜스포테이션(VIT) 부문’ 혁신상을 받은 이 제품은 360도 회전하며 주위를 인식하는 기존 기계식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지성(35) 에스오에스랩 대표는 “아이폰의 얼굴 인식에도 사용되는 ‘빅셀(VCSEL)’이라는 레이저광학 기술을 활용해 200m까지 인식 거리를 늘렸다”며 “기존 모터 회전 방식과 달리 회로기판에 반도체를 올리는 방식이라 값싸면서 손바닥에 올릴 정도로 작고, 내구성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혁신상 수상에도 양산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수상 이전에도 에스오에스랩은 글로벌 4대 라이다 기업으로 꼽혔다. 동아리방에 모여 있던 라이다 기술 박사들이 창업 4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실제 지난해 CES 2020에서 만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온세미컨덕터와는 자동차·스마트팩토리용 라이다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업무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지난해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온세미컨덕터와 손잡으면서 차량의 전조등, 범퍼에 내장할 차랑용 라이다를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할 기회를 맞았다”고 한 바 있다.

에스오에스랩은 올해 라이다 센서 양산을 본격화할 참이다. 라이다 분야에선 세계 표준 기술이 없기에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다면 표준을 선도할 수 있다. 에스오에스랩이 글로벌 제조사와 양산 프로젝트까지 성공한다면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 | 선박 자율운항의 꿈


씨드로닉스(Seadronix)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선박 자율운항 연구개발 기업이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도 2019년쯤에야 자율운항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카이스트 대학원 동기 4명이 모여 2015년 12월 창업한 씨드로닉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반자율운항(운항보조)과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로 나온 게 ‘선박 어라운드뷰 시스템’이다. 선박과 항구 곳곳에 씨드로닉스가 만든 선박 접안보조 시스템(AVISS, Around View Intelligence System)의 센서 모듈을 설치해 항만에 접안하는 것을 돕는 식이다. 그간 도선사와 부두 작업자의 육안에만 의지하던 선박 간 간격, 선박과 부두 간 거리, 속도, 주변 장애물 등 다양한 정보를 영상과 수치로 각종 IT기기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박별터(35) 씨드로닉스 대표는 “차량은 사방을 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어라운드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주차가 편하다”며 “길이만 200m가 넘고, 수천억원이 넘는 선박에 이런 시스템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 위험이 도사리는 변화무쌍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선박에 더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관도 씨드로닉스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지난해 울산항만공사가 개최한 해양산업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됐고, 해양수산부의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도 획득했다. 인천항만공사도 항만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AVISS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카이스트 학부 졸업 후 로보틱스를 연구하던 박 대표는 대형 선박을 완전 무인화하는 자율운항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그 토대가 되는 AVISS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충돌 경보 시스템, 독립형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김성준 렌딧 대표 | 서민 품는 디지털 금융


렌딧(LENDIT)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금융) 업체다. 쉽게 말해 온라인상에서 투자자와 대출자를 이어주는 테크핀 기업이다. 제도권 밖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계대부업’ 형태인데, 정부가 지난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온투법)을 시행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렌딧은 단순 핀테크 서비스에서 2003년 대부업법 시행 이후 18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자로 부각됐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렌딧을 이끄는 김성준(35)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산업디자이너 출신이다.

김 대표는 “렌딧이 추구하는 ‘기술로 금융의 비효율을 혁신한다’는 철학과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로고 하나를 만들어도 눈에 드러나는 색이나 디자인보다 사용자에게 이 서비스나 제품이 왜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창업도 같은 배경에서다.

시장에 그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 사업 규모는 창업 후 5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2021년 1월 18일 기준으로 누적 분산투자 건수는 1600만 건에 육박하고 누적 대출액도 2200억원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에 금리 격차를 기술로 풀어 정교한 중금리대출을 취급해야 P2P 금융의 본질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자와 대출자를 단순히 ‘잇기’보다는 ‘어떻게’ 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렌딧은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분산투자 추천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이 안 했거나 못 했던 부분이다. 김성준 대표는 “올해는 온투법 시행과 더불어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 소상공인 위한 데이터 조력자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코로나19 덕(?)에 더 유명해진 데이터 회사다. ‘서울 소상공인 지난주 매출, 작년보다 30% 감소’, ‘PC방·노래방 매출은 90% 폭락, 음식 배달은 100% 증가.’ 한국신용데이터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매주 제공한 정보 중 일부다. 특히 소상공인 매출 비율 데이터가 정부와 전국 주요 지자체장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는 한국신용데이터의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에서 나온다. 김동호(34) 한국신용테이터 대표는 “현재 전국 180만여 개 외식 업소, 소매점을 비롯한 소상공인 중 절반이 캐시노트를 쓰고 있다”며 “2017년부터 쌓인 매출 데이터 덕분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했다. 평소 한국신용데이터가 통신·카드사에 파는 자료지만, 소상공인을 돕는 일이라 생각해 정부기관에 무료로 제공한 이유였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에 집중했다. 지난해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은행이나 신용평가사에서 개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면 90% 이상 확인이 가능하지만,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조회율이 5%에 불과하다”며 “지금도 소상공인이 은행과 금융거래를 하려면 종이서류를 7개씩 싸 들고 가야 하는데, 이걸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시노트는 단순히 매출관리를 넘어 ‘매출확대’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김동호 대표는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유통시장이 활성화하고, 개인을 식별하는 데이터에 대한 안정성과 보안 수준이 높아졌다”며 “한국에서도 ‘데이터 비즈니스’가 본격화될 것”이라 기대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2호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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