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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AI를 입다 

 


기록적인 유동성 파티가 이어지고 있다. 양적완화로 금융위기 파도를 넘었던 미국 중앙은행(Fed)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꾸라진 경제에 산소호흡기를 단다는 명목으로 당분간 금리인상의 ‘金’자도 꺼내지 않을 기세다. 갈 곳 잃은 돈이 자산시장에 쏠리고, 이들이 버블을 키워내는 악순환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내일은 없다’는 듯 금융투자 시장도 호황을 맞았다. 맹렬한 기세로 투자에 뛰어든 ‘주린이’ 덕이다. 지난 5월 18일 3173.05을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정확히 1년 전 종가 1937.11 대비 63.8% 폭등했다. ‘박스피’ 오명을 벗어나려 애썼던 과거를 떠올리면 상상할 수 없는 전개다. 하지만 ‘주식 투자로 돈 좀 만졌다’는 개미를 만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금융사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도 10억원 정도는 여유롭게 던질 수 있는 고액자산가들에게만 눈을 돌린다. 하루에 1만원, 한 달에 10만원이라도 꾸준히 투자하려는 주린이들에게는 자산관리라는 말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한편 기술의 발전은 금융투자 패턴에도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2~3년간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개미들을 위한 투자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면서다. 로봇(robot)과 자문 전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능력을 무기로 전통 금융사를 위협하는 뉴커머(new comer)로 떠올랐다. AI가 수십만, 수천만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시장 지표와 리스크를 분석해 펀드에 담길 종목을 매일 리밸런싱한다는 건 어떤 펀드매니저에게도 불가능한 영역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저마다 ‘최초’임을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저조한 투자 실적에 발목을 잡혔고, 자산운용 자문이나 보조 역할에 그치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상황이 급변한 건 2019년 초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의 펀드·일임재산 위탁 운용이 허용되면서다. 이후 급격한 성장세에 접어든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해 금융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가 2020년 1조 달러에 육박했다며, 2025년에는 2조8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운용하는 펀드와 ETF가 내 자산관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포브스코리아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리더들을 만나 답을 물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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