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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피터슨 AWS 월드와이드 공공사업부문 부사장 

더 나은 세상 만드는 클라우드 

김영문 기자
팬데믹 이후 공공부문에서 클라우드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백신 개발은 물론 예약, 접종, 보급까지 클라우드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AWS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학생, 공무원, 스타트업 등에 클라우드 자원을 나누고자 한다.

▎맥스 피터슨 AWS 월드와이드 공공사업부문 부사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공공부문 서밋에서 “각국 정부기관은 팬데믹으로 중단된 공공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전환해 재개했다”며 “특히 원격의료, 디지털헬스, 의료연구 등 의료분야에서 데이터 공유를 가속화해 몇 년이 걸리던 작업을 며칠에서 몇 주 만에 처리하는 등 수많은 혁신 사례가 보고됐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클라우드 도입 열풍이 거세졌다. 특히 의료분야가 그렇다. 기존 의료 데이터 관리 체계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곳곳에서 결과물이 나온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보건당국은 AWS 클라우드로 코로나19 검사 신청을 받거나 결과를 통보한다. 3주 만에 클라우드에 구축한 시스템으로 지난해부터 1억400만 건 넘는 문자메시지를 처리했다.

인도 정부도 백신 예약 플랫폼 코윈(CoWIN)을 AWS 클라우드에 올렸다. 최근까지 이 플랫폼에서 9억 건에 달하는 백신 접종 예약이 이뤄졌다. 미국 32개 주도 AWS 클라우드로 백신관리·면역관리 시스템, 전자실험실 보고, 접촉자 추적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보건 당국은 단 몇 주 만에 클라우드상에서 주민 2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백신 개발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통상 백신 개발은 10년 넘게 걸리는데, 모더나는 백신 구조를 예측하고 다양한 개발 시뮬레이션을 AWS 머신러닝 클라우드에서 돌려 수개월 만에 백신 개발을 마쳤다. 6년 전부터 AWS 클라우드 연구개발 플랫폼에 쌓아온 데이터가 빛을 발한 덕분이다. 백신이 개발된 뒤 AWS는 보폭을 더 넓혔다. 세계 26개국 정부와 협력해 백신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도 본인 인증, 예약 대기 시스템 등 예약 처리 시스템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옮겨 폭증하는 접속자를 감당해낼 수 있었다.

의료분야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방부에서도 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3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계획’을 세워 클라우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모든 사례는 지난 9월 28일부터 29일(현지시각)까지 양일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공공부문 서밋(이하 DC 서밋)’에 소개됐다. 2009년 미국 버지니아 작은 호텔에서 시작한 공공부문 서밋은 워싱턴 DC로 자리를 옮겨 세계 각국의 정부, 기업 관계자 1만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성장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이번 행사에는 150개 이상의 세션이 열렸고 교육·시민 서비스·공중보건 부문에 사회적 영향을 미친 다양한 혁신 사례가 소개됐다. 이제는 각국 정부나 정부기관을 넘어 의료, 연구, 교육, 항공우주, 방위산업, 비영리기관 등이 이 행사에 주목할 정도로 영향력도 커졌다. 지난달 서울시 강남구 GS타워 AWS 코리아 사무실에서 언택트 인터뷰를 진행한 맥스 피터슨 AWS 월드와이드 공공사업부문 부사장은 행사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줬다. 그는 30여 년간 공공부문에 종사해온 베테랑으로 현재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및 캐나다 전역의 모든 AWS 공공부문 세일즈, 비즈니스 운영·전략을 맡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번 DC 서밋에서 발표한 내용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건강형평성 증진을 위해 3년간 4000만 달러(약 470억원)를 투자하고, AWS 고객과 파트너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크레디트와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건강형평성 증진 프로그램이란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돕고, 정부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 의료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각국 정부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아마존도 전 세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대응 요원, 지역사회와 환자 등에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Echo), 파이어태블릿 등 IT 기기 6만5000대를 기부한 바 있다.

교육분야에도 투자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아마존 ‘업스킬링 2025 이니셔티브(Amazon’s Upskilling 2025 Initiatve)’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7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직원 10만 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격증이나 학위를 딸 수 있도록 학비도 95%를 지원하는 ‘아마존 커리어 초이스’도 마련했다. 더불어 2025년까지 전 세계 2900만 명이 무료로 클라우드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얘기도 나왔다.

AWS가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다. 올해 한국과 동남아시아에 공공부문 스타트업 전용 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램프’를 출시하는 이유다. 이 프로그램은 공공부문에서 까다로운 규제와 보안 문제를 다루는 기술 설계, 멘토링, 시장 진출 등을 지원해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다. 주로 공중보건(의료), 디지털정부, 스마트시티, 농업, 우주항공 등의 분야에 뛰어든 초기 스타트업이 지원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미국 비영리기관 ‘핼시온(Halcyon)’ 같은 사회적기업을 돕는 곳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변론을 돕거나 난민에게 음식을 지원하는 등 돈은 못 벌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스타트업을 도와준다. AWS는 2014년부터 ‘핼시온 인큐베이터(Halcyon Incubator)’ 프로그램에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 중이다.

공공부문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클라우드 도입을 늘리고 있다.

그렇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사람이 경제적·의료적 트라우마를 겪었다. 하지만 공공부문은 예기치 못한 팬데믹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기술혁신을 꾀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각국 정부도 팬데믹 확산을 우려해 문을 걸어 잠갔지만, 공공서비스를 재개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제한적인 인력과 인프라로 폭증하는 공공서비스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이 많았다. 디지털 전환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사례를 들 수 있다. 기존 상담 시스템에 아마존 커넥트(Amazon Connect)를 활용하자 재택근무 중인 상담원도 서비스에 복귀할 수 있었다. 몇몇 정부는 코로나19 검사부터 백신 예약, 실업급여 신청 등 물밀듯 쏟아지는 요청에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백신 개발 이후 클라우드 활용이 더 확대됐다.

맞다. 백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게 공급과 접종이다. AWS는 전 세계 26개국, 미국 내 32개 주와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의 백신관리·예약 시스템을 구축했다. DC 서밋에서는 인도에서 구축된 코윈(CoWIN) 사례를 소개했다. 처음에 코윈은 190만 명의 신청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오류 없이 8억5000만 건에 달하는 접종 예약을 소화해냈다. 9월 인도에서 이 시스템으로 하루 만에 22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했다. 단 하루 만에 뉴욕 주민 전체가 백신을 접종한 셈이다.

한국 의료부문 소개도 눈길을 끈다.

한국은 놀라운 나라다. 한국의 많은 의료 전문가가 클라우드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걸 지켜봤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클라우드를 활용해 지난해부터 진단영상 데이터를 저장해 한 달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냈다. 두 달 정도 걸리던 진단영상 자료 공유도 2일 만에 끝냈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코로나19 폐렴 측정 솔루션을 공급하는 의료스타트업 메디컬아이피(Medical IP)는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티셉(TiSepX)’을 AWS 기반 인프라에 올리면서 엑스레이 영상 진단 기간을 한 달에서 일주일로 줄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X선 이미지에서 연조직, 엽, 종양, 뼈 등을 색상으로 구별하고 병변을 정량화한다. 의료AI 회사 루닛(Lunit)도 AWS로 AI 기반 딥러닝 기술로 폐암, 유방암 등 흉부 이상을 96~99%의 정확도로 식별해낸다.

헬스케어 외에 다른 분야도 소개해달라.

원격학습 분야다. 기존 온라인 학습 시스템으로는 대면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AWS는 이 대학의 23개 캠퍼스에 흩어져 있는 학생 5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수업 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용 소프트웨어를 써야만 하는 공대나 기술 전문과정은 AWS가 앱스트립 기술을 활용해 집에서도 연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클라우드가 활용되는 분야가 점차 확장되겠다.

그렇다. 우리가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 빠르고 참신한 스타트업이 클라우드를 활용하면서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헬스케어, 교육, 비영리 분야뿐만 아니라 금융, 자율주행, 항공우주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에 클라우드를 지원할 생각이다.

공공부문 진출은 사실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라 쉽지 않을 텐데.

정책의 변화는 원래 더디다. 정부 관계자들이 클라우드 기술이 무엇인지, 이를 도입하면 정부 업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좀 더 쉽게 도입할 수 없는지 등 고려할 사항이 많고, 그 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전 세계 각국 정부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만나 설득하고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 정부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혁신적인 스타트업도 포진한 나라다. 실제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처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놀란다. 그래서 한국에 더 많은 기회를 지원할 생각이다. 한국에 MBA 스타일로 공공서비스 리더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숙명여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 교육기관과 중요한 파트너로서 인재 양성을 위해 협력하고자 한다. 이미 글로벌에서 가동 중인 클라우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AWS 에듀케이트’도 도입해 한국의 미래 클라우드 인재를 키우는데 기여하고 싶다.

공공부문은 ‘보안’도 걱정한다.

보안을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을 망설이는 정부가 꽤 있다. AWS 클라우드가 보안 면에서 더 안전하다는 이해와 설득이 부족한 탓이다.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과는 아예 보안 개념 자체가 다르다. AWS 글로벌 네트워크는 전 세계 25개 지역의 데이터센터들을 연결하고, 이 네트워크를 거치는 데이터(IDC)는 자동으로 암호화된다. 넷플릭스도 AWS의 높은 보안 능력을 인정해 2015년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데이터센터를 모두 폐쇄하고, 자사 데이터베이스(DB)를 전부 AWS 클라우드로 이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 국가안보국 국방부까지 AWS 클라우드를 이용할 정도로 최상급 보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부문과 겹치는 부분도 있겠다.

실제 그런(?)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분야는 각국 금융당국이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의 키를 쥐는 일이 많다. 규제 변화는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지만, 한번 일어나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민간부문으로 퍼진다. 정책과 산업은 사실 따로 놓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반대로 민간부문이 주도해 공공부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반도체, 모빌리티, 통신, 교육, 에너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책과 시장의 수요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30여 년간 공공부문에서 일한 비결이 뭔가.

헌신이다. 헌신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로운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위해서 ‘거꾸로 일하기(working backwards)’를 실천한다. 기존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사고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배우는 학생 같지만, 정부에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시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시민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AWS에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사명감을 느끼는 이유다. 아마존, AWS가 비영리기관을 돕고, 재교육을 지원해 고용을 창출하는 일, 204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렇듯. DC 서밋은 우리가 역경을 이겨낸 사례를 공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래서 내년에도, 아니 계속해서 건강형평성 프로그램을 추진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이를 도울 수 있다고 설득한다. 더불어 인재 양성, 혁신 촉진, 연구개발, 스타트업 지원 등을 강화하면 제2, 3의 모더나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공공부문이 리인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며, 우리는 클라우드 기반의 머신러닝, 양자컴퓨팅 등의 기술 토대를 구축하겠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111호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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