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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슬기로운 노후생활’ 준비하는 법 

김영문 기자
은퇴 후 노후생활.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기에 단순히 연금을 준비하는 것 외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저성장·고령화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조급함을 버리고 미래를 믿으라고 조언한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투자에 나선 이에게 ‘조급증은 금물’, ‘미래를 공부할 것’ 이 두 가지는 꼭 강조하고 싶다”며 “항상 소득의 일정 부분을 적립하면서 시대 흐름을 읽고자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 시스템은 80세 인생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태어나서 20년 정도 교육을 받은 후 30~40년간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그리고 60세 전후에 퇴직한 후 20여 년간 노후생활을 하는 패턴이다. 우리 수명이 80세 내외를 유지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년기만 40여 년으로 두 배나 늘었다. ‘80세’에 맞춘 시스템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소비시간이 소득창출 기간을 넘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구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국민연금 같은 공적부조 기금의 고갈, 세대 간 갈등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당장 100세 시대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도 100세 시대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인 준비에 한창이고, 최근에서야 몇몇 일본 기업이 80세 고용 상한을 폐지하면서 고령 인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갈 길이 더 멀어 보인다. 실제 한국에서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기대하는 은퇴와 현실에는 온도차가 있다. 은퇴하면 한 달에 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부부 기준 월 268만원, 개인 기준 월 165만원.’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연구원이 전국 50대 이상 가구원이 있는 4531가구(개인 7343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노후보 장패널’ 8차 조사에서 나온 기대치다. 은퇴 후 3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노후자금으로 9억6500만원(부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현재 국민연금이 55만원 정도(2021년 7월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차이가 꽤 크다. 은퇴가 임박한 시점에 있는 사람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은퇴 시점이 4~5년 정도 남은 상당수 예비 은퇴자는 10억원이란 액수 앞에 당황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이 줄어 돈을 덜 쓰게 되기에 노후자산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실제 각종 데이터로 따져보니 노후에는 10년 단위로 소비 규모가 60%씩 줄었습니다. 은퇴 직후인 60대에 왕성한 기력으로 해외여행과 잦은 모임으로 월 300만원을 쓰던 사람도 10년이 지나면 활동력이 그만큼 줄어 월 12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다들 은퇴 준비가 늦었다고 하죠? 인생 100세 시대입니다. 인생이 길어진 만큼 지금 노후 준비를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MZ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만난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이 한 조언이다. 그는 “금융사들이 한동안 은퇴자금 굴리기에 공포 마케팅을 활용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은퇴 준비는 긴 시간에 걸쳐 쌓고 모으고 투자해서 불려나가야 한다. 평균수명도 계속 늘고 있어 비재무적인 관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도 2011년 9월 이런 고민에서 100세시대연구소를 열었다. 보험계리사인 김 소장도 100세시대연구소 초창기에 발령받아 올해 소장직을 맡게 됐다. 그는 1998년 삼성화재에서 시작해 2006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연구소에서는 노후설계와 금융투자 트렌드 분석 등을 총괄해왔다. 김 소장은 “노후생활을 이어가려면 연금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후에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지 또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등을 일찍이 고민해본 사람은 드물다”며 “100세시대연구소는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은퇴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3040대부터 은퇴가 임박한 50대, 은퇴생활자인 60대를 위한 생활 방법을 제안해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다.

어떤 방법을 제안하는가.

100세시대연구소의 역할부터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삶을 좀 더 정확하게 조명하려면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하는 법이다. 연구소란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연구자료를 발간하고 공유하는 이유다. 2015년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 2018년 ‘대한민국 농촌경제보고서’, 2020년 ‘100세시대 연금백서’ 등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다음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은퇴했다고 해서 사회와 연을 끊는 게 아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VIP 고객 대상으로 서울대학교 노년·은퇴 설계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한 특화 교육 프로그램인 ‘100세시대 인생대학’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픈형 교육 프로그램 ‘100세시대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와 서울대학교 노년·은퇴 설계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은퇴 시점 전후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앞서 말했듯 노년의 삶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적 화두와 문화적·사회적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강의 내용도 50~60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관절 건강, 운동 방법, 치매 예방 등을 주제로 진행하고, 4차 산업혁명과 중국 시장 전략 등 시대적 화두를 다루기도 한다. 종강으로 서울대 조용태 교수의 ‘미래를 읽어주는 인구학’이 예정돼 있다. 이전 기수에서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강의가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중장년층의 열망이 뜨거웠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진행이 가능했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열지 못했다. 지금도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입한 게 온라인 강의다. 인생대학의 경우 코로나19 전에는 수도권 고객을 중심으로 70여 명 정도만 수강했으나 온라인 강의를 도입하면서 정원을 160명으로 늘릴 수 있었다. 300여 명 정도를 받았던 아카데미도 온라인 강의 도입 후 최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지난번 라이브로 일반에 공개했던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강의도 동시에 1만 명 넘게 들을 수 있었다. 온라인 덕분에 지방 고객들과의 소통도 훨씬 수월해졌다.

재무적인 자문이 급한 사람도 많지 않나.

일반인의 경우 그렇다. 사실 10년 전부터 은퇴 후 노후자금을 따져보고 관심 갖는 이가 크게 늘었다. 실제 당사 50~65세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98% 이상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평균 3억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고 있었다. ‘안정’보다 ‘수익’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그렇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고 보는 기준으로 흔히 ‘4% 법칙’을 얘기하는데, 각종 연금을 포함해 은퇴 예상 시점에 만들어지는 노후자산 총액의 4% 정도가 연간 은퇴생활비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은퇴 시점에 예상되는 총노후자산이 10억원이라면 이 중 4%는 4000만원이므로, 본인이 희망하는 생활비가 연 3600만원 정도라면 안정권에 들어온 거다.

MZ세대의 경우 노후 대비보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시대와 상관없이 젊을 때는 누구나 조기 은퇴를 꿈꾸지 않나. 나도 젊었을 때 그런 걸 꿈꿨다. 그나마 내가 보험사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덕에 뭐든 장기로 보는 습관이 몸에 뱄다. 생명보험 관련 상품만 해도 30년은 기본이다. 사실 여의도 금융권은 투자만 보면 성공과 실패, 그로 인한 영욕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곳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에게 성공보다 실패가 굉장히 더 가깝게 느껴진다. 실패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시나 ‘조급증’이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 40만~50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던 펀드매니저조차 확신이 없었다. 일반 투자자들은 사실 패닉 상태였다. 지금은 어떤가. 최근 주가가 7만원대이니까 50:1 액면분할 이전 기준으로 따져보면 현재 350만원짜리 주식이 됐다.

빨리 돈 버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극소수다. MZ세대의 조기 은퇴, 이른바 ‘파이어(FIRE)족’ 얘기가 화제가 된 것도 급변하는 시장에서 벼락부자가 이슈화됐기 때문이다. 원래 극소수 사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쉽게 일반화된 사례인 양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벼락부자가 될 운을 누릴 수 없고, 초 단위로 능수능란하게 투자하면서 시장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 고수가 될 수는 없다. 매일매일 주식 창을 들여다보고 거래하는 건 올바른 투자라고 할 수 없다. 3·5·10년 뒤 성장할 분야의 기업 주식을 사서 진득하게 기다려야 한다. 금융투자상품을 활용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대환영이다. 고금리 시대처럼 저축으로 재산 형성이 가능했던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다.

부자와 일반인의 노후 준비도 다를 텐데.

다르다. 고액 자산가는 자산소득만으로도 이미 일반 소비 수준을 뛰어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다.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보다는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를 남겨줘야 할지에 더 관심이 많다. 일반 직장인 입장에서는 부자들의 노후 관리를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연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노후에는 대규모 자산보다 매월 쓸 수 있는 현금흐름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치솟는 부동산값, 높은 실업률, 날로 커지는 빈부격차 등 사회가 불안하다.

MZ세대의 불안함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때도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증’이다. 분명 MZ세대들에게도 기회는 온다. 시장은 돌고 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단기적인 공포 심리가 시장을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다. 노후설계 관점에서 조언한다면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을 추천한다. 분명 부동산은 필수재가 맞다. 하지만 폭등한 부동산값도 결국 잡힌다. 삶의 질을 따져본다면 단기간에 치솟은 부동산에 매달리기보다는 금융자산에서 기회를 찾는 게 현명한 일이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공부해라”

어떤 금융자산과 주식에 투자하냐가 문제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 주식매매만 봐도 투자기법보다 기술과 산업, 미래 트렌드를 공부해야 한다. 인생대학에서도 미래와 현재, 시장과 산업 트렌드를 공부하는 과정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자산이 있는 VIP 고객도 끊임없이 세상 변화를 읽고자 한다. 투자에 나선 이에게 ‘조급증은 금물’, ‘미래를 공부할 것’ 이 두 가지만큼은 꼭 강조하고 싶다.

정말 장기투자 하면 노후생활비를 모을 수 있나.

그렇다. 30년 전을 기점으로 해서 코스피 지수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매년 한 번씩 사는데 연중 가장 비쌀 때 샀다고 쳐도 지금까지 꾸준히 모았다면 연 5.5% 수익률을 거둘 수 있더라. 투자 기간을 길게 잡으면 실패하기 쉽지 않다. 앞서 예로 든 노후자금 10억원도 많다. 60대 이후 10년 단위로 소비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6억~7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미국은 ‘401K’라는 퇴직연금 제도 덕에 은퇴 후 연금 백만장자가 26만 명이나 된다. ‘401K’는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한다는 점에서 한국 퇴직연금의 확정기여형(DC)과 비슷하다. 한국 MZ세대들이 일찌감치 건전한 투자문화를 토대로 노후 자산을 축적하면 미국보다 더 많은 연금 백만장자가 나올 수 있다.

좋은 투자 습관을 길러야겠다.

맞다. 당연히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투자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하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불성실한 사람으로 보는 이가 많았다. 이제는 다르다. 펀드도 좋고, 주식도 좋고 다 좋다. MZ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분명 또 다른 기회가 있다.

시장이 급변하면서 연구소도 많이 변했겠다.

증권사 고객이 크게 늘었다. 이제 시장의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NH투자증권의 고객 풀도 대폭 확대됐다. 소장으로서 욕심도 생긴다. 수천 명이 넘는 고객에게 설문을 돌려 다양한 시장 목소리를 듣고 싶다. 코로나19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인 교육과 상담에만 치중했던 금융권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도 인생대학과 각종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의 힘을 실감했다. 고객과의 접점도 점점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흔들리는 나 자신을 다잡는 말이 있다. ‘조급해하지 말자’, ‘길게 보자.’ 아무리 보험사에서 일했다 한들 나도 인간인지라 단기 정보에 혹할 때가 있다. 왜 안 그렇겠나. 하지만 시장을 좀 더 크고 넓게 봐야 한다. 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회가 있다. 항상 소득의 일정 부분을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 적립해가면서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면 재벌까지는 몰라도,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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