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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나면 누구 탓인가 

 

사고가 생기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누구 탓인지 따지며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문제 푸는 태도는 나쁘지 않지만 나에게 해가 되거나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투쟁-도피 반응(Flight or Fight response)을 느끼면서 남 탓을 하게 된다.

▎알래스카 항공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가 2024년 1월 10일 워싱턴주 시택의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 항공사 격납고 밖에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1월 5일 알래스카 항공기는 출구 문이 공중에서 열려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회항했다. / 사진:AP/LINDSEY WASSON
얼마 전에 크게 차 사고가 날 뻔했는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런 상황들을 리더로서 부딪치는지 돌아보게 됐다. 잘못은 나에게 있을 수도 있고,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벌어진 사건일 수도 있으며, 그 사람은 그저 안 좋은 소식만 전달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고 논리적으로 이해되었던 내 심리가 투쟁-도피 반응도 잊어버리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채 남 탓을 하기 바쁜 상황들을 마주 하게 된다.

버스 앞쪽에 앉아 있던 나와 다른 고객들은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 승용차 탓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그 승용차가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와서 우리 앞을 가로막았고 놀란 버스 기사가 버스를 급히 멈춘 것이었다. 피곤해서 자고 있던 나도 확 잠이 깼지만 깬 순간 그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버스 앞을 ‘끼익’ 스치면서 지나가는 승용차를. 당연히 버스 앞쪽에 앉아 있던 우리 모두는 누가 잘못했는지 볼 수 있었기에 그 승용차 운전자가 무어라 하나 보자 하는 생각을 공유했다. 그러나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하고 화를 내는 사람은 바로 승용차 운전자였다. 버스 문 사이로 크게 소리치며 버스 기사에게 화를 내는 승용차 운전자가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사고는 누가 잘못해도 양쪽 입장을 당연히 봐야 하는데, 이 사람은 사과 한마디 없이 다짜고짜 버스 기사에게 어떻게 자기 새 차를 물어줄 건지, 미팅에 늦은 문제를 해결할 거냐며 하소연했다.

버스에 탄 30여 명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아니 이 사람은 어떻게 사과 한마디 없이 이처럼 당당하게 화를 낼 수 있는가, 정말 미안한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인가? 버스는 계속 운행해야 하니 기사는 연락처만 교환하고 다시 버스를 탔다. 앞에 앉은 사람들은 기사에게 ‘어떻게 그 사람은 한마디 사과도 안 해요’ 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그러나 순간 차 뒤에 탄 사람들의 뒤숭숭한 반응을 보게 되었다. 차 디자인상 앞쪽에 앉아 있지 않으면 앞 상황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뒤에 있던 사람들은 큰 소리로 말하던 승용차 운전자 목소리만 듣고 순간 버스 기사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서 마음이 찜찜했다. 잘못은 그 승용차가 했는데. 버스 기사만 상처받고 심지어 버스에 탄 다른 손님들도 버스 기사가 잘못이라고 오해를 한 것이다. 아, 순간 이런 오해가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승용차 운전자처럼 우리는 당연히 다른 사람 탓이라고, 버스 뒤에 있어 상황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은 버스 기사 탓이라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무조건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 탓을 하는 이 모습. 나는 혹시 리더로서 이렇게 한 적은 없는가.

2024년 초에 우리는 이런 상황을 접한 회사들을 벌써 많이 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비행기를 만들고 수출하는 보잉(Boeing)은 2024년 1월 5일,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트 국제 공항을 이륙하던 알래스카 항공 1282편 여객기에서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 비행기를 탄 많은 이가 큰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당시 사고가 난 보잉 737 맥스 9기종의 여객기는 보잉이 가장 많이 파는 기종 중 하나로, 215여 대가 전 세계 다양한 항공사 사이에 쓰이고 있다. 미 연방항공국(FAA)은 1월 13일 보잉 737 맥스 9 운행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고 1월 6일부터 1월 13일 사이 무려 2000여 개의 비행 일정이 취소되면서 많은 사람의 출장과 여행 일정에 큰 변동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결책을 알려주는 업데이트보다는 아직도 누구 잘못인가 하는 기사들이 수두룩하다.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왜 이렇게 사고가 날 때까지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질문의 답은 언젠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또 연말연시에 선물을 많이 산 고객들이 환불이나 반품을 요청하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으로서는 아마존이든 좋아하는 옷 가게든 쉽게 물건을 사고 마음에 안 들면 환불, 교환, 반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편한 서비스다. 고객으로서 이렇게 쉽게 써보고 교환이 가능해서 부담 없이 한번 트라이해보고 결정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 좋은 서비스가 기업들에는 점점 해가 되고 있고 이 좋은 의도를 악용하는 고객이 늘어나 많은 회사가 마음고생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전미소매업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2023년에만 무려 100억 달러에 달하는 물건들이 부정하게 반품됐다. 다시 말해 반품된 물건 중 13.7%는 사실 다른 사람들의 물건들을 훔쳐서 자기 물건이라고 반품하고 돈을 받은 것이다. 어떻게 남의 물건을 훔쳐서 당당하게 반품할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만 고객 만족을 위해 만든 서비스라 계산대에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자신이 산 물건을 반품하는 모습들도 사실은 의도치 않게 환경오염과 국제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사실 반품 과정에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온라인 반품 때문에 무려 160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무려 1년 동안 자동차 350만여 대가 도로를 달리면서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다. 반품된 물건이 왜 돌아왔나 꼼꼼히 살펴보고 다시 팔기보다는 그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럼 이 상황에 놓인 건 누구 탓인가. 아마존처럼 우리의 구매 욕구를 더 쉽게 충족해주어 필요하지 않던 물건까지 사게 만든 회사들 탓인가? 돌려받은 물건을 재활용하려 하지 않은 중간 판매회사 탓인가. 아니면 애초에 물건을 사고 반품한 고객 탓인가? 누구 탓만 찾으려면 탓할 사람은 많지만 이런 상황들은 누구를 탓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답을 찾고 싶다면 여러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나의 구매 습관을 돌아봐야 하고, 기업들은 반품을 정말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나 생각해봐야 하고, 모두가 좀 더 신경 쓰고 내가 어떻게 해야 그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도움을 주고자 해야 한다. 리더로서 우리는 이런 문제점들과 매일 부딪치게 되는데 이제는 어려운 순간이 나를 투쟁-도피 반응에 몰아쳐도 한 발 물러서서 질문하고자 한다. 내가 문제 요인이 되는 건 아닌지,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남 탓만 하는 것은 언제든지 답이 아니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스박스 대표는… -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했다.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402호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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