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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한국형 뉴스페이스의 서막 

장진원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용 위성을 쏘아 올리는 민간 발사체 기업은 스페이스엑스와 로켓랩 두 곳뿐이다. 모두 미국 기업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INNOSPACE)가 민간 발사체 시장에 뉴 플레이어로 등장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를 창업한 김수종 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오롯이 하이브리드 로켓 개발에 몰두해온 ‘로켓맨’이다.

귀를 찢을 듯한 굉음,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거대한 화염과 연기. 카운트다운을 마친 로켓이 육중한 덩치를 밀어내며 하늘로 우주로 날아오른다. TV에서 보던 우주발사체의 이륙 장면은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뻘건 화염과 굉음으로 기억된다. 좀 더 기억을 더듬어보자. 우주로 날아오르는 발사체 몸통, 혹은 암흑 속을 유영하는 우주인의 가슴팍에는 으레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가 로고처럼 그려져 있기 마련이다. 우주탐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와 누리호에는 국가적 자긍심을 한껏 담아낸 태극 문양이 선명하다.

위성과 우주선, 이를 우주로 실어 나르기 위한 발사체(로켓) 연구는 철저히 국가 주도도 이뤄져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가 기관이 위성과 발사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 드는 막대한 비용, 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 통신·국방 등 안보에 직결된 사업 성격 등은 우주산업 개발이 국가 주도로 이뤄진 결정적 배경이다.

한편 기술의 진화는 특정 국가나 기관이 독점했던 구조를 깨뜨리며 상향평준화를 이루곤 한다. 항공우주산업도 그렇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스페이스엑스(SpaceX)를 비롯한 민간기업들이 등장하며 금단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도래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테슬라를 창업하기 1년 전인 2002년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발사체 연구에 뛰어들었다. 6년 후인 2008년 들어선 민간기업 최초로 ‘팰컨 1(Falcon 1)’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나사의 독점체제가 깨진 순간이었다.

스페이스엑스는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을 열어젖힌 상징이자 사건이 됐다.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국가 주도의 항공우주산업 개발과는 별개로 발사체와 위성 등에서 민간기업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의 항공우주산업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는 중이다.

국가 주도에서 민간으로 중심 옮기는 우주산업


▎김수종 대표가 재사용 연구용 발사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오는 2027년까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선 추력 15톤급의 소형위성 발사체가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노스페이스(INNOSPACE)’란 사명을 선명하게 새긴 로켓은 고고도 비행시험을 무사히 마치며 엔진 성능의 기술적 검증을 성공리에 끝냈다. 이노스페이스라는 사명, ‘한빛-TLV’라는 발사체 이름에서 짐작되듯, 이 로켓은 순수 국내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엔진을 달고 날아올랐다. 이날 시험비행 성공은 한국이 민간 영역에서 소형위성 발사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지난 2017년 김수종 대표가 창업한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이로써 한국 민간기업 중 최초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주인공이 됐다. 한국형 뉴스페이스의 서막이다.

한빛-TLV는 시험발사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공군 산하 항공과학기술부(DCTA)가 개발한 실제 탑재체인 ‘SISNAV(시스나브)’를 싣고 올라갔다. 관성항법시스템인 시스나브는 로켓의 비행 위치, 속도, 자세 등을 측정하는 장치다. 비행 준비 단계부터 종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 충격, 고온 등 로켓이 특정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는지를 점검했다. 브라질은 항법시스템의 운용 검증을, 이노스페이스는 시스나브를 통한 시험발사 성공을 교차 검증한 셈이다. 특히 이노스페이스는 첫 시험발사에서 70% 이상의 성능 테스트를 완벽히 치러내며, 2025년 상반기 예정된 2차 시험에 대한 전망을 크게 밝혔다. 김 대표는 “2차 발사에선 실제 브라질 위성을 탑재할 예정”이라면서 “최종 시험발사와 첫 상업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유례 없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연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엑스도 창업 초기에는 무수한 비아냥과 우려를 감내해야 했다. 2003년 내에 1·2단 로켓, 동체, 부품 조립, 발사대 설치와 발사까지 마치겠다는 비전은 그야말로 웃음거리였다. 실제로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팰컨 1’은 3차 시도까지 모두 실패했고, 2008년 금융위기 후 4차 발사에 겨우 성공하며 나사에서 첫 수주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세간의 조롱과 자금난, 기술적 실패 등 무수한 시행착오가 당연시되는 민간 우주개발 풍토에서 이노스페이스의 등장은 다소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2017년 창업 후 불과 6년 만에 첫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다. 더욱이 2020년 무렵까지 이노스페이스라는 이름은 일반은 물론 업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초기 스타트업이었다. 최근 기술 발전의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김 대표는 “지난 시험발사 성공의 관건은 국내 유일의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이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이브리드(Hybrid)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이종기술을 혼합한다는 뜻입니다. 자동차가 엔진과 모터를 섞어 쓰듯, 로켓에선 고체와 액체 연료를 함께 쓰는 방식을 말해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로켓엔진 기술을 보유한 곳은 이노스페이스가 유일합니다.”

비행기는 대기권을 비행한다. 연료만 실으면 이를 태울 산화제, 즉 산소를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에선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일단 연소를 위한 산화제, 즉 공기가 없다. 로켓 내부에 연료와 이를 태울 산화제를 함께 탑재해야만 한다. 연료와 산화제를 합쳐 추진체라 부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이때 추진체가 고체면 고체연료 로켓, 탱크에 충전한 액상이면 액체연료 로켓으로 구분한다. 이노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하이브리드 로켓은 연료는 고체(파라핀), 산화제는 영하 183도 이하의 액화산소를 쓴다. 고체와 액체가 섞인 추진체니 하이브리드 로켓으로 구분한다.

하이브리드라는 말에는 단순한 이종 결합을 넘어, 서로의 강점을 더해 더 강하고 효율적인 성능을 낸다는 뜻도 있다.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는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을까. 고체연료의 최대 강점은 빠른 발사 속도다. 발사에 앞서 미리 연료를 생산한 후 점화만 하면 즉시 발사가 가능하다. 주로 군사용 미사일 개발에 많이 쓰인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미사일 시험에 나섰다”는 보도가 이런 연유다. 반면 안정성 면에선 매우 취약하다. 고체연료와 산화제를 미리 성형해 굳혀놓으면 거의 화약과 같다. 사람이 만지다 작은 정전기만 나도 폭발할 수 있다. 그러니 제조와 생산설비 모두 엄격히 제한받는다. 방폭설비도 필수라 일반 제조설비에 비해 많게는 10배 넘는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국내에서 고체연료 로켓 사업을 영위하는 민간기업은 한화 정도뿐이다.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강점 모은 하이브리드 로켓


▎‘한빛-TLV’ 앞에 선 김수종 대표. 국내 민간기업이 최초로 시험발사에 성공한 하이브리드 로켓이다.
이와 달리 액체연료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가 모두 액체다. 산화제 밸브를 열고 닫는 정도에 따라 추력 조절이 쉽다. 반면 충전 시간이 길다. 연료를 극저온 상태로 유지하려니 완벽한 밀폐가 필수고, 배관 등 설계도 매우 복잡하다. 부품 수도 고체 방식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발사체 자체의 개발·제조 단가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구성품이 복잡하니 실패 가능성도 크다. 작은 부품 결함이 곧 발사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체연료 로켓이 주로 군사용, 액체연료 로켓이 위성용으로 양분되는 배경이다.

이에 비해 이노스페이스의 하이브리드 로켓은 연료는 고체, 산화제는 액체다. 액체연료 로켓과 비교해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액상 산화제를 사용하니 추력 조절도 쉽다. 부품이 적게 들고, 원료가 폭발할 위험도 없다. 비용과 안정성, 스피드 면에서 기존 로켓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방식이다. 이노스페이스의 하이브리드 로켓 시험발사 성공은 국내 최초 사례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린 사례는 흔치 않다.

이노스페이스 창업을 주도한 김 대표는 국내에 몇 안 되는 하이브리드 로켓 전문가다. 한국항공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항공우주학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명문인 테크니온공대 로켓추진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유도무기 연구를 진행했다. 귀국 후엔 한화 방산 부문에서 로켓 추진기관 개발을 담당하다가 2017년 독립했다. 창업에 뛰어든 계기를 묻자 김 대표는 학부 시절 경험했다는 ‘로켓뽕’ 이야기부터 꺼냈다.

“어릴 때 꿈이 파일럿이었어요. 시력이 나빠 공군사관학교 진학은 포기했죠. 대신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항공대에 진학했습니다. 3학년 때 우연찮은 기회에 로켓엔진 테스트를 직관했는데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가 어렵더군요. 화염과 굉음이 주는 강렬함을 잊을 수 없었어요. 학부생이지만 연구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교수님께 매달렸죠. 이 바닥에선 그걸 ‘로켓뽕’이라 부릅니다. 대학원에선 더 큰 엔진 실험에 참여했어요. 당시 함께했던 후배들이 지금 회사의 주축 멤버들입니다. 지금도 충남 금산에 마련한 엔진 시험장에서 주기적으로 로켓뽕을 맞고 있죠.(웃음)”

김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이브리드 로켓만 연구해왔다. 대학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하이브리드 엔진이 제격이었다. 수시로 이착륙하는 항공기 소음에 익숙한 교내 환경 덕에 2톤급에 달하는 엔진 시험도 교내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고성능 고체연료와 전기모터 펌프 자체 개발


▎2023년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한 ‘한빛-TLV’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
박사과정을 마친 김 대표는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로 향했다. 그곳 로켓추진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미사일 발사체 연구를 이어갔다. 1912년 설립된 테크니온공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최고 명문 공대로 꼽힌다.

“로켓은 기술 보안이 가장 엄격한 분야입니다. 엔진 설계나 테스트는 더더욱 접근이 어렵죠. 선진 기술을 익히기 위해 세계 각국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유일하게 이스라엘만 오케이 사인을 줬어요. 이스라엘은 지정학적 특성상 미사일 기술이 뛰어난 나라입니다. 그곳에서 하이브리드 엔진과 공대공 미사일용 램제트(REMJET) 엔진 연구 등에 참여했어요.”

3년여 연구원 생활을 마친 건 지난 2015년이다. 귀국 후 한화 방산 부문에 입사한 김 대표는 유도체계추진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로켓 전문가가 창업을 결심한 건 하이브리드 엔진에 대한 미련, 또 기술 발전에 따른 가능성을 확신하면서다.

한빛-TLV 시험발사로 실증을 마친 이노스페이스의 기술력은 ‘전기모터식 산화제 공급 펌프’와 ‘파라핀 기반 고체연료’가 핵심이다. 모든 로켓은 연료를 태우기 위해 산화제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때 펌프를 쓴다. 기존 로켓은 거의 대부분 발전소 등에서 사용하는 가스 터빈 펌프를 채택한다. 이른바 터보펌프다. 액체연료 로켓의 구성이 복잡하고 비싼 이유도 바로 이 펌프 때문이다. 당연히 기술적 난도도 높다. 반면 김 대표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모터를 하이브리드 로켓에 적용했다. 모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이다.

“낮은 곳에서 물을 긷는 농업용 펌프 같은 전기모터 펌프입니다. 하이브리드 엔진과 모터가 모두 단순한 구조죠. 비용과 효율, 안정성 모두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전기차 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배터리와 모터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충전량과 추력이 로켓엔진에 적용할 만큼 강해진 거죠. 이 정도면 충분히 로켓 추진체로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파라핀 소재 고체연료도 이노스페이스가 처음 선보인 신기술이다. 기존 고체연료는 폴리머계 연료, 쉽게 말해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한다. 연소 속도가 느리니 그만큼 큰 힘을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이노스페이스는 파라핀 소재 고체연료를 자체 개발했다. 폴리머계 연료 대비 최대 10배까지 추력 성능을 향상한 혁신 소재다. 폭발 위험도 없어 개발·제조 과정에 별도의 안전장치와 방폭 설비가 필요 없다. “경제성과 안정성을 모두 잡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연소 메커니즘이 간단하니 만들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설계와 계획대로 실제 성능을 내기란 결코 쉽지 않아요. 설계치와 실제 성능 오차가 30% 이상 벌어지기 쉽죠. 그래서 하이브리드 로켓은 방대한 데이터로 오차를 줄이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대학원 시절부터 20여 년간 수천 번 넘게 쌓아온 실험 데이터가 있어요. 그 덕분에 성능 설계가 가능하죠. 고성능 연료와 펌프,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서 하이브리드 로켓의 기술적 허들을 비로소 넘게 됐어요.”

폭증하는 민간 위성 수요 잡는다

1990년대까지 인공위성은 국가적 인프라였다. 민간기업이 자체 상업용 위성을 쏘아 올리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사업이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기존 지상 통신망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 수천 기를 쏘아 올렸다. 위성의 고도가 낮으면 위성 한 개가 커버할 수 있는 지구 표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기 위해 막대한 수의 위성을 발사하는 개념이다. 지구 전역을 커버하려면 약 1만2000기의 위성이 필요한데, 이미 6000기 정도가 운용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올린 위성 수보다 월등히 많은 양이다. 스타링크의 효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생히 증명됐다. 우크라이나는 파괴된 지상통신망 대신 스타링크를 이용해 전쟁을 치러내고 있다.

김 대표는 “통신사 등 일반 기업의 위성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발사체 기업이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통신망의 효능이 확인되면서, 이미 많은 나라에서 스타링크와 비슷한 수준의 위성통신망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저궤도 위성의 수명은 대개 5년 정도에 불과하다. 수명을 다한 위성을 대신할 새 위성을 끊임없이 올려야 한다.

“이노스페이스 같은 발사체 기업이 ‘위성 로지스틱스’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일종의 ‘우주 쿠팡’ 같은 개념이죠. 현재 민간기업 중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스페이스엑스와 로켓랩뿐이에요. 둘 다 미국 회사입니다. 여기에 이노스페이스가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한 거죠. 민간과 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입니다. 스페이스엑스와 로켓랩은 엄청 싸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김 대표는 특히 소형 발사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스페이스엑스의 주요 발사체인 팰컨 9은 수 톤의 무게를 나르는 대형 발사체다. 탑재 공간이 버스가 들어갈 만큼 크다. 하지만 위성 수십 개를 모아 한 번에 나르는 방식이라 기동성과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 위성 모집에만 1~2년이 걸릴 때도 많다. 반면 이노스페이스 발사체는 탑재 공간이 170㎏이다. 50㎏급 소형위성 3개만 실으면 기동할 수 있다. 고객이 자신의 위성만 싣기를 원한다면 전세기 운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 대표는 “스페이스엑스가 버스라면 우리는 택시”라고 비유했다.

발사체 사업 성공의 또 다른 관건은 ‘발사장’ 확보다. 김 대표는 창업 직후인 2018년부터 브라질 알칸타라를 비롯해 발사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 발사장은 민간이 상업적 용도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사체 개발을 완료해도 발사할 장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현재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과 호주에 발사장 사용 계약을 마쳤고, 노르웨이와도 MOU를 체결했다. 아랍에미리트, 국내 발사장과도 협약을 논의 중이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브라질 공군 산하 발사장과 계약을 맺은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브라질은 발사체 개발 기술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었다. 하지만 발사체 개발 중 대형 폭발사고가 터졌고, 주요 연구진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애꿎은 발사장만 남긴 채 발사체 개발 사업도 완전히 중단됐다.

“브라질이 발사장을 외부에 개방해 수익이라도 올리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브라질 공군, 우주청 등과 접촉에 나섰죠. 하지만 이름 없는 외국 회사를 어떻게 믿겠어요. 그들이 우리 국방부에 문의했는데, 국방부도 모르니 과기부로 넘겼답니다. 과기부라고 우리를 알리 만무했죠. 그러던 중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께 연락이 왔어요. ‘너 브라질에 무슨 사고를 쳤느냐’면서요.”

급기야 과기부 우주기술과에서 “좀 보자”는 연락이 왔다. 잔뜩 긴장한 채 만난 과기부 담당자 앞에서 김 대표는 그간의 사업 과정을 있는 그대로 브리핑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담당자는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위로했다. 이후 2020년까지 김 대표와 과기부 모두 극비 모드를 이어갔다. 대신 과기부에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제출하며 지원을 받았다. 과기부의 협조 공문, 브라질 대사관의 동행 등에 힘입어 알칸타라 발사장 계약이 완료됐다.

“발사체 사업은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사업이 가능한 보수적인 구조입니다. 인증된 논문, 기술특허, 영상자료 등을 갖추지 않은 채 로켓 개발에 나섰다고 하면 사기꾼 취급 받기 딱 좋죠. 2019년 첫 엔진 시험에 성공했는데, 당시는 누리호도 개발되기 전이었어요. 창업 후 3년간은 극소수 투자자를 제외하곤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자체 엔진 시험장을 구축하며 잠행했습니다.”

이노스페이스가 지금까지 받은 누적 투자액은 706억원이다. 지난 7월 2일에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업공개를 마쳤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570억원은 2025년 첫 상업 발사를 앞두고 기술 고도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계약을 완료한 발사장 두 곳에서 2025년 7회 발사, 2026년 10회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발사장이 더 확보되는 만큼 발사 횟수도 늘려 갈 전망이다. 스페이스엑스가 성공한 재사용 발사체 기술도 고도화 중이다. 현재 수직이착륙 시험에 성공했고, 2027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노스페이스의 장기 비전을 ‘우주 플랫폼 프로바이더’라고 밝혔다. 인류를 위한 새로운 우주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이다.

“현재 우리의 정체성은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인류가 우주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위성 운송에서 시작해 우주에서 활용하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조하고 쏘아 올리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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