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또 다른 절망
우리는 인천 부두에서 줄지어 미군 상륙수송선(LST)의 배 밑창으로 내려간다. 1953년 8월18일 불 같은 햇빛에 눈이 부셔 어두운 배 밑창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어두움이 눈에 익어 배 안을 둘러 본다. 상륙수송선은 전차·대포·자동차 등을 실어 해안에 접안하여 이를 상륙시키는 배이기 때문에, 배 밑창에서 갑판까지는 2층 건물의 높이나 된다. 나는 배 밑창에 누워 앞으로 다가올 나의 운명에 대해 깊은 시름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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