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곳에 가고싶다]진분홍 넘실대는 불꽃의 바다 바래봉 철쭉버덩 

 

글 이항복 사진 권태균 booong@joongang.co.kr
바랜 기억 몇 쪽을 들춰보면 철쭉은 도무지 좋은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다. 우선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둥이에 얽힌 꽃그림자 때문이다. 벌을 꿀샘까지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분홍빛 위에 묻어 있는 자주색 반점도 꺼림칙하기만 했다.

꽃샘바람이 가시면 산에는 지천으로 ‘먹을 것’이 널렸다. 진달래였다. 한 움큼 따 입에 물면 시금하면서도 텁텁한 맛이 전쟁놀이의 끝이나 하교길의 주린 배를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다. 그 입맛은 지금도 봄 산에 오르면 거침없이 자연을 훼손하는 못된 손버릇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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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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