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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池肉林은 디오니소스 축제, 이태백·도연명은 술고래 

김종미 교수의 베이징워치 | 중국의 술
명주는 향기가 다르다… 수천 년 역사 지닌 황주는 쌀 발효주 

연말이다. 동창회다 망년회다 모임이 잦은 시기가 돌아왔다. 모임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한국 대중에게도 인기 있는 중국 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술은 입으로도 마시고 눈으로도 마시고 마음으로도 마신다. 마시기도 전에 마음으로 먼저 취하는 술,중국 바이주(白酒)는 향이 강하여 마시기도 전에 후각으로 먼저 취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미음주심이취(人未饮酒心已醉)’라고 할 때에 마음이 먼저 취한다는 의미는 신체적인 취함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어에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이젠중칭(一见锺情)’이라고 한다. 남녀 사이건 사람과 사물 사이건 한 번 보자마자 정이 깊어졌다는 말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을 보면 궁리(巩俐)와 장원(姜文)이 만나는 장면이 ‘이젠중칭’의 대표적 장면이다. 궁리가 늙은 주조장 주인에게 팔려 시집가는 길, 장원은 신부를 지고 가는 가마꾼이다. 궁리의 도도한 눈길을 느낀 장원이 가마 사이로 끝만 내밀어진 궁리의 발을 살짝 쥐어보는데, 궁리가 발을 피하지 않았다. 순간 둘은 이미 정이 통한 것이다. 의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사람 키보다 높은 붉은 수수가 끝없이 펼쳐진 벌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주조장에서 고량주를 만드는 장면이다. 탱크만 한 커다란 나무 통에 붉은 수수를 넣고 장작으로 불을 때는 데 화력을 한껏 높였다가 찬물을 붓고 다시 화력을 힘껏 돋우었다가 또 찬물을 붓는 과정을 반복하면 증류된 술이흘러 나오고, 그것을 토기에 넣고 일정 기간 숙성시키고 다시 증류하기를 반복하면 바이주가 완성된다. 그런데 술이 그냥 술이 아니고 명주가 되려면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 법.장원이 궁리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술통에 방뇨를 함으로써 그는 궁리의 사내로 낙점되고, 고량주는 ‘주조장이 생긴 이래 이렇게 좋은 술맛이 난 적이 없는’ 명주로 명성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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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호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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