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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바람둥이 왕족을 꿰차다 

이상국의 미인별곡 | 황진이 뺨치는 송도기생 자동선(紫洞仙)
'傾城之色' 중국이 탄복한 그녀 

“일등 송도기생, 이리 오너라.” 이렇게 부르면 당연히 황진이가 쪼르르 달려올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황진이보다 훨씬 언니면서 중국 사신들이 조선의 경국지색이라고 불렀던 여인이 있다. 송도(개성) 자하동의 선녀라고 해서 이름이 ‘자동선(紫洞仙)’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미인이지만 황진이처럼 튀는 행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살짝 감춰져 있던 기생이다. 연말에 송도에서 망년회를 열어 ‘미스 조선’을 뽑으면, 황진이 대신 이 여인이 월계관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번 ‘미인별곡’에서 이 여인을 필자의 옆자리에 앉히려고 했더니, 그녀가 선약이 새끼줄처럼 엮여 있다면서 내뺀다. 세한 속에서 피어날 러브스토리가 잡힐 듯 달아나서 애간장이 타는 중이다. 송도기생 향우회라도 하면 슬쩍 끼어드는 수밖에 없겠다.



‘미인별곡’은 옛사람을 만나는 일이지만 반드시 옛날 이야기는 아니다. 옛사람이 오늘의 감성에 스며들어 함께 호흡하는 또 하나의 현실이다. 필자로서 내가 하는 일은 이미 여러 겹으로 쌓여 변별력이 없어진 어떤 시간을 불러와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그 시대를 호흡하게 하는 것이다. 문을 여는 것, 이것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이다. 타임캡슐의 뚜껑을 열고 순간이동을 하지만, 굳이 우리가 그때의 모습을 흉내 내서 갖추고 잠입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생각과 기분을 가지고 그 풍경과 사건들을 음미하고 즐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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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호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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