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라(15·가명) 양은 평범한 여중생이다. 공부를 썩 잘하진 않지만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로 가정형편도 넉넉한 편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에 푹 빠져 산다. 그런 김양이 얼마 전 사고를 쳤다. 지난 7월 어느 날, 김양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하다가 20대 남성을 알게 됐다. 자신을 21세라고 밝힌 남성과 김양은 대화를 주고받다가 가까워졌고, 급기야 만남을 덜컥 약속해준 것이다. 이날 그 남성은 김양에게 성관계를 제안했고, 모텔로 그를 데리고 갔다.그러나 김양의 나이가 너무 어려 모텔에서 거부당하자, 두 사람은 감시가 허술한 술집에 들어가 결국 성관계를 가졌다.며칠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양의 어머니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울화통이 터져 경찰서에 신고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망신만 당할 것 같아 아이를 혼내고 입단속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더 기가 막힌것은 딸의 친구 중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성인과 만나 과도한 성적행위를 하는 이가 여럿이라는 사실이었다. 김양의 어머니는 “당장 스마트폰을 뺏긴 했지만 아이를 어떻게 감시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스마트폰 채팅 앱이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스마트폰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심톡’ ‘살랑살랑 돛단배’ ‘부엉이 쪽지’ ‘두근두근 우체통’‘1km’ 등 수십 개에 이른다. 이러한 앱은 지역, 주제, 위치등에 따라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이성에게 쪽지를 보내 대화를 신청하는 앱부터 주변에 있는 이성을 연결해주는 앱, 랜덤으로 대화 상대를 연결해주는 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음란물 유포는 예삿일한때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행하던 성매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기승을 부린다.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기획부장은 “자녀가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성적 희롱을 당하고, 음란물을 전송받았다며 상담하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컴퓨터로 채팅을 했다면 요새는 스마트폰을 통해 채팅을 하기 편해졌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러한 위협에 노출되기쉬워졌다”며 “실제로 자녀가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과도한 성적 행위를 하게 됐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상담해온 엄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지난 8월 1일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0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스마트폰 채팅 어플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거나 유인한 사례가 6건 적발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15세 여중생을 상대로 다섯 차례 성매수를 한 혐의를 잡고 문모(44)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방법으로 성매수를 시도한(청소년 성매수 유인) 혐의로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인 황모(24) 씨는 여고생(17)에게 10만원을 주겠다며 성관계를 요구한 사실을 대화방 글에 남겼다가 경찰에 붙들렸다. 황씨는 ‘서울 어디 살아? 조건해요’라는 비밀 댓글을 보내 성관계를 유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이 수사한 문제의 앱은 ‘1대1 친구 맺기’로 가입자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형태가 아니라 회원 모두에게 내용이 공개되는 블로그 형태로 운영돼 누구나 접속이 용이하다. 하지만 비밀 댓글을 통해 글을 쓰거나 사진·동영상을 주고받으면서 즉석에서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성매매뿐 아니라 음란물 유포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에 적발된 김모(32)씨는 앱에 대화방을 만들어 아동음란물 5개와 성인 음란물 1137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아동 음란물 중에는 5세로 추정되는 여자 아이가 언니로 보이는 10대 청소년의 음란 행위를 돕는가 하면 직접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담아 충격을 주었다. 이 밖에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촬영하거나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음란한 사진, 동영상을 댓글에 올리는가 하면 판매목적으로 게시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앱의 또 다른 대화방에는 ‘자위행위 영상 10분짜리 5000원’ ‘음란 사진물40장 5000원’등 각종 성 관련 사진과 영상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있었다.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고, 성매수를 시도한 성인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채팅 앱은 사용자 추적이 불가능해 미성년자가 신고를 해도 성매수자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지난 3월 서울 성동경찰서는 친구에게 수십 차례 성매매를 시키고 30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등학생 오모(16) 양 등 2명을 구속 하고, 이모(16)양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양 등은 중학교 동창인 박모(16) 양에게 서울시내 모텔을 돌며 3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켰다. 박모양은 건물 계단, 자동차, 모텔 등에서 성관계를 가졌다.성관계를 갖고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난 남성들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한 남성은 한 명도 붙잡지 못했다.이들이 사용했던 채팅 앱은 사용자추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채팅앱은 카카오톡과 같은 일반 채팅 앱과 달리 전화번호 등 자신의 신상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타인의 신상 역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경찰서 배혁 형사는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추적 불가능한 채팅 앱이 대부분상시적으로 경찰이 단속을 하기도 어렵다. 개인정보법에 따라 스마트폰 채팅은 개인 간 통신내역이라 둘만의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단속이란 이름으로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만들어진 앱의 경우는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전문가들은 채팅 앱을 통한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차단하기 위해선 업계 스스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제도권 내에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채팅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매매와 관련된 단어나 문장 자체를 차단하는 등 사전검열과 제한 장치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또한 “업체의 자정 노력을 뒷받침하려면 명확한 관련 규정을 만들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성매매가 불법이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