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감성 인터뷰 | JTBC 〈비정상회담〉 공동MC 전현무·유세윤·성시경 - 연예계 대표 입담꾼 삼총사 떴다!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rookie@joongang.co.kr
총알 같은 위트 날리는 30대 ‘스타 삼총사’들의 거침없는 입담 대결…매주 월요일 밤 외국인 젊은이들과 토론 벌이는 ‘청년판’ 〈미수다〉 출연 화제

▎외국인 훈남들의 난상토론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공동MC를 맡은 전현무·유세윤·성시경(왼쪽부터). 세 사람은 JTBC의 주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종횡무진한다.



방송가에서 소문난 재간둥이 입담꾼 세 명이 한데 모였다. 박식한 교양에 코믹한 개그감까지 겸비한 전현무(37), 개그맨인지 가수인지 본인도 헷갈리는 유세윤(34), 노래보다 〈마녀사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성시경(35)이 그 주인공들이다. 7월부터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국경 없는 청년회―비정상회담〉(이하 〈비정상회담〉)에서 공동MC로서 호흡을 맞추게 된 이들은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연예인들로 PD와 작가들의 러브콜이 쇄도한다.

20~30대 외국인 청춘들의 고민을 스타 진행자들과 함께 다양한 시선으로 녹여내는 〈비정상회담〉에서 세 사람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와 난상토론을 벌인다. 연출을 맡은 임정아 PD는 “생각과 문화가 다른 외국인 젊은이들의 진지하고 거침없는 발언과 유쾌한 웃음을 만날 수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전현무·유세윤·성시경 세 사람은 방송가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밴드다. 세 사람 모두 JTBC의 간판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현무는 〈히든싱어〉 시즌1, 2를 성공시키며 7월부터 방송되는 〈히든싱어〉 시즌3의 단독 MC까지 꿰찼다. 추리 예능 〈크라임씬〉에서는 연기력과 추리력까지 갖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며 방송인으로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성시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JTBC 인기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숨겨진 입담을 과시하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가수 겸 개그맨인 유세윤도 〈뜨거운 네모〉 〈마녀사냥〉에서 재치 있는 진행으로 열성 팬이 많다.

7월 7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첫 회 분을 촬영하기 위해 6월 15일에 스튜디오에 모인 세 사람을 어렵게 만났다. 다섯 시간에 이르는 긴 촬영을 마친 직후였지만 세 MC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얼굴이 상기돼 보였다.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 궁금하시죠”

첫 방송 녹화를 마친 소감이 궁금하네요.

전현무_ “사실은 첫 녹화라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촬영시간 대비 꽤 ‘효율’적이었고요.(웃음) 외국인 출연진들이 말을 정말 잘해서 재밌었어요.”

유세윤_ “맞아요. 첫 녹화에서 이렇게 많이 웃으면서 한 건 처음이에요. 불안할 정도로 재밌네요.”(웃음)

성시경_ “각 나라를 대표하는 청년들의 다양한 생각이 제대로 전달돼서 즐거웠어요. 저희보다 외국인 출연진이 정말 매력 있는 분들이네요!”

외국 사람과 토론하거나 같이 일해본 경험 있으세요? 그때 받은 인상적인 기억도 말해주세요.

_ “중국 방송에 출연할 때였어요. 같은 동양권이라서 우리와 감성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웃음 포인트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저는 막 웃는데 그 사람들은 멀쩡하게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토크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죠. 대신 활동적이고 몸을 쓰는 ‘예능’을 선호하더라고요.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TV 프로그램이 많이 수출돼서 방송문화 교류가 잘되는데도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느꼈죠.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를 알아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_ “제 매형이 독일 사람이라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어요. 독일인들이 유태인 학살 등 자신들의 과거 잘못에 대해 많이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과거 역사 문제에 쉬쉬하는 일본과는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다양한 생각을 접하면서 생각이 트이는 건 굉장히 즐거운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다 보니까 다양한 문화가 섞일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면 경계하잖아요. 영어 사용하는 것도 여전히 두려워하고요. 그래서 〈비정상회담〉처럼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항상 재밌는 것 같아요. 다양한 생각을 들으면서 ‘어, 너네는 그래?’라고 새로 알게 되는 문화도 있고 ‘우리는 이래서 그런 거야’라고 설명할 기회도 되고요.”

〈비정상회담〉에서 외국 젊은이들과 토론해보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요?

_ “음, 연애와 동거문화죠. 프랑스에서는 동거가 라이프스타일의 한 방식이라던데 실제로 그런지 궁금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동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어요. 또 외국인이 바라본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듣고 싶고요.”

_ “전 직업에 따른 행복과 만족감에 대해 묻고 싶어요. 뉴욕에서 SNL(Saturday Night Live, 할리우드 스타와 유명인사들의 코믹한 변신과 정치풍자가 있는 NBC방송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프롬프트(방송 현장에서 출연진에게 대사나 동작 따위를 일러주는 일) 담당만 30년 넘게 하신 분이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방송가에 갓 입문한 분들이 담당하는 프롬프트 업무가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어요. ‘3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는데 안 지겨울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런 직업 문화에 대해 묻고 싶네요.”

_ “외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토론해보고 싶어요. ‘한국사람 이런 건 멋진 것 같다’, ‘너네, 이건 왜 이러냐?’ 하는 얘기들을 가감 없이 다양하게 듣고자 해요.”

제작진에 따르면, 세 방송인은 각기 매력이 다양하고 장점도 다르다. 유세윤은 방송 스태프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빗대어 ‘유기문’·‘반세윤’이라고 부르는데, 회의를 중재하는 역할에 적임자라서 〈비정상회담〉에서 사무총장 역을 맡고 있다. 개그맨으로서의 끼와 재치를 제대로 발휘해낸다고 한다. 성시경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멘트가 장점이라서 한국과 외국의 문화를 비교해줄 수 있는 ‘분석가’ 역할이 주어졌다고.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현무는 방송의 초반부터 끝까지 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노련함을 갖췄다고 한다.

세 분 모두 방송가를 대표할 입담꾼인데 재치 있는 멘트의 비결은 뭔죠?

_ “입담꾼이라고 불러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우리 세 사람의 토크 스타일은 전혀 달라요. 성시경 씨는 논리적인데 저는 뇌를 안 거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거든요.(웃음) 개그맨 박명수 씨 같은 느낌이랄까. 솔직한 게 장점이긴 한데 내용이 부정확한게 흠이에요. ‘필터링’ 안하고 생각나는 대로 툭툭 내뱉으니까요.”

_ “저는 예전에도 진지했고, 지금도 진지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남을 웃기는 게 좋아지더라고요.(웃음) 스무 살 초반에는 술자리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술만 마시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농담하는 게 재밌어요. 제 자신이 진지하고 논리적인 대화만 좋아하던 과거의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_ “저는 성시경 씨와 반대에요. 예전엔 술자리나 어떤 자리에서든 진지한 얘기를 잘 못 듣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말하기보다 남의 얘기를 잘 듣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듣기만 하고 굳이 제가 농담을 안 해도 재밌더라고요. 성시경 씨 말대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인가 봐요.(웃음) 진지하지 못하고 어떤 자리에서든 농담만 하다 보니 그 전에는 방송에서도 가벼운 얘기만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말이죠.”

인생에서 성숙기라고 할 30대 중·후반기를 살아가는 세 분의 요즘 고민이 뭔지 듣고 싶어요.

_ “너무 늙었다는 점이요.(웃음) 같이 일하는 방송 스태프들이 모두 다 저보다 나이가 어려요. 제가 언제 이렇게 늙었나 싶네요.”

_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방송 스태프 중에서 꽤 나이 들어 보이는 친구가 저한테 ‘형님, 옆으로 조금만 움직여주세요!’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어요,”

_ “다들 느끼는구나! 저도 특정 전문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이 저보다 나이가 어릴 때, 제가 많이 늙었구나 하고 느껴요.”(웃음)


▎전현무는 JTBC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히든싱어>를 성공시킨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지만, 그 또한 <히든싱어>를 통해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저보고 전현무 JTBC아나운서 아니냐 물어요”

세 방송인을 개별적으로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먼저 전현무 MC다. 세 사람 중에서 맏형이다. KBS 아나운서였던 그는 2012년 프리랜서 선언 이후 특유의 ‘깐족’거리는 캐릭터로 승승장구 중이다. “대한민국 대표 예능 MC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증명하듯 JTBC 외에도 MBC TV 〈나 혼자 산다〉와 MBC라디오 〈굿모닝 FM〉, 스토리온 〈트루 라이브쇼〉, tvN의 〈로맨스가 더 필요해〉, 〈렛츠고 시간 탐험대2〉 등에 겹치기로 출연하고 있다. 낮과 밤, TV와 라디오 어느 채널을 틀어도 전현무의 얼굴과 목소리가 나오는 세상이다. 전현무의 매력은 재기발랄하면서도 매끄러운 진행 솜씨에 있다. 아이돌 가수의 어려운 춤을 능수능란하게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어느 출연진과도 능청스럽게 호흡을 맞춘다.

〈히든싱어〉 시즌1 때는 ‘전현무의 깐족거리는 진행이 신경 쓰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지만 시즌3에 이른 지금 그의 진행은 이미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출연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JTBC 〈크라임씬〉에서는 상황극을 하며 ‘깐족거리는 연기’까지 선보이고 있다. 〈크라임씬〉은 실제 범죄사건을 모티프로 6명의 출연자가 롤플레잉을 하며 범인을 밝혀내는 프로그램이다.

전현무는 운전기사, 10대의 미남 킹카, 50대 무역회사 이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방송 초반에는 ‘추리 바보’ 역할을 하다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다른 출연진이 발견하지 못한 증거를 찾아내는 ‘추리 천재’로 자연스럽게 분하기도 했다. 전현무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단서를 찾아야 하는데 현장검증할 시간을 10분밖에 안 주니 형사처럼 낱낱이 밝혀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JTBC 간판 MC’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그 비결을 뭐라 생각하나요?

“음~ 다른 MC를 섭외하는 게 잘 안 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전 ‘보급형’ MC니까요.(웃음) JTBC의 모든 프로그램이 참 흐름이 좋아요. 다른 방송 포맷을 베끼려고 하지 않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니까 콘텐트 경쟁력이 있잖아요. 진행자이면서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응원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저보고 ‘JTBC 아나운서 아니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 정도이니 모든 프로그램에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죠.”

〈히든싱어〉의 성공에 전현무 씨의 공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히든싱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점점 높아져서 부담감이 적잖게 있어요. 기존의 익숙한 포맷으로 진행하면 시청자들이 만족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스타일을 확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말이죠. 시즌을 거듭해갈수록 ‘잘 해야겠다’, ‘기대에 부응 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어요.”

현재 출연 중인 방송만 6개에 이르던데, 몸이 남아나나요?

“그런가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방송에서 한 세 개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다작(多作)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한 번에 2주치 방송을 촬영해요. 시청자가 보기에는 매주 나오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나름 쉬는 날이 다 있거든요.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아로마 마사지를 받으면서 충전하고 있답니다“

함께 출연하는 여성 출연자에게 친절한 것 같지 않다는 말이 있던데요? 그건 방송에서 설정한 콘셉트인가요, 아니면 실제 여성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편인가요?

“제가 연애하는 데는 좀 하자가 있어요. 여자를 잘 모르거든요. 지난번 〈크라임씬〉에서도 프로그램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NS윤지(김윤지) 씨를 취조하면서 강하게 추궁하고 했는데, 막 울더라고요. 실제로 여자를 울려보긴 처음이라 저도 당황했죠. 다른 여성 출연자들이 ‘저 눈물을 믿느냐? 여자의 눈물은 믿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도 심각하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방송을 하면서 세상의 절반인 여자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방송인 전현무’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개그맨 겸 가수 유세윤은 방송과 음악 무대에서 그의 끼를 다재다능하게 펼쳐 보인다. 유세윤(오른쪽)이 보컬을 맡고 있는 그룹 ‘유브이’의 공연 모습.
“미국의 〈래리킹 라이브〉와 같은 시사 토크쇼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아마 저 말고도 모든 방송인의 꿈이 아닐까 싶은데,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토크쇼를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경험이 더 쌓이고 나이가 들어 경험과 통찰력이 생기면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뼈그맨’ 유세윤, “스케치북으로 팬과 소통”

방송가에서 개그맨 유세윤을 가리켜 ‘뼈그맨’이라고 한다. ‘뼛속 깊이 개그맨’이라는 뜻이다. KBS 19기 공채 개그맨인 유세윤은 특유의 재치와 남다른 재능을 가진 방송인이다. 가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2010년에 2인조 그룹 ‘유브이’를 결성해 음악인으로서의 재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 싱글 ‘쿨하지 못해 미안해’(No Cool I’m Sorry)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공개하며 단번에 ‘유브이’라는 그룹을 알렸다. 과장돼 보이는 레게머리 가발을 쓰고 B급 감성을 노래하는 유브이에게 젊은 팬들은 열광했다. 유세윤은 2011년, 가수 박진영이 피처링한 ‘이태원 프리덤’으로 가수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가수 ‘듀스 20주년 헌정앨범’과 영화 〈플랜맨〉 OST에 참여하는 등 각종 앨범과 무대에서 ‘유브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다.

〈비정상회담〉에서 사무총장 역을 맡았네요?

“토론장에서 그냥 망치만 두드리는 것 같은데도 굉장한 보람이 있어요. 괜히 권력을 얻은 것 같고 말이죠. 사무총장 역할이 외국인 출연자 토론이 거세질 때 중재시키는 역할인데, 감투를 쓰니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네요. 공동 MC를 하면서 정중앙에 앉아 보기는 처음이네요.”(웃음)

JTBC 〈뜨거운 네모〉에서 보여지는 유세윤 씨는 진중하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제가 일부러 진지해지려 한 것보다는 방송하는 주제가 무겁다 보니까 깐족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조금 자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살인, 가정폭력 등 심각한 주제를 다루니까 농담 한마디하고 싶어도 ‘가벼운 말을 하면 위험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진지해지는 거죠.”

고양시 일산에서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을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찾아오는 손님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해준다면서요?

“손님들이 카페에 비치된 스케치북에 글을 남기면 제가 보고 코멘트를 달아주는데,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우리 직원들이 낸 거예요. 스케치북에 써주신 모든 글에 댓글을 남기죠. 팬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무슨 엄청난 글을 남기는 건 아니고 팬들도 다 한두 줄씩 적어놓으시니까 저도 간단하게 재치 있는 코멘트를 써드리고 있어요.”

개그맨 장동민·유상무 씨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해 오고 있는데, 요즘 세 명이 함께 활동하던 ‘옹달샘’의 활약이 저조한 것 같아요.

“세 명이 함께 방송할 수 있는 장르가 코미디인데, 같이 할 수 있는 방송사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요. tvN의 〈코미디 빅리그〉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는데 제 스케줄상 그 방송까지 맡기에는 무리가 있더라고요. 지금은 셋이 팟캐스트에서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라는 방송을 함께하고 있어요. 장동민 씨는 얼마 전부터 제가 하는 〈뜨거운 네모〉에 합류했는데, 아무래도 같이 방송하면 든든하죠.”

지금처럼 방송에 적극 출연하면서 계속 가수활동을 병행할 생각인가요?

“곡은 계속 만들고 있는데 예전처럼 음원을 발매하고 유통하는 게 그리 쉽지 않더라고요. 데뷔 때처럼 B급 감성의 뮤직 비디오를 하나 찍고, 그게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보니 곡 하나 발표하는 데도 꽤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그래도 올해 안에 한 곡 정도는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수 활동은 계속할 것 같아요. 앨범을 정기적으로 발매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콘텐트가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만요.”


▎가수 성시경은 <마녀사냥>에서 여심을 녹이는 멘트로 방송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잘 자요”로 여심 녹인 성시경

가수 성시경은 JTBC 〈마녀사냥〉 출연 전까지 감성적인 목소리로 청취자들을 매료시키는 ‘라디오의 황제’로 유명했다. MBC 라디오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에 출연하며 특유의 편안한 목소리로 “잘 자요”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다. 〈마녀사냥〉으로 인기가 폭발한 이후에는 KBS 〈1박 2일〉에 출연하는 등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마녀사냥〉에 함께 출연하는 영화평론가 허지웅과는 어학원 CF까지 찍었다. “성시경 때문에 〈마녀사냥〉을 본다”는 팬이 있을 정도로 성시경은 여심을 녹이는 멘트와 진행으로 〈마녀사냥〉을 JTBC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쿨한 건 구린 거다. 연애에서는 ‘쿨’보다 진심이다”, “여자가 만취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주위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늑대 같은 사람들이 나쁜 거다” 등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방송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간다. 〈마녀사냥〉의 인기 코너인 ‘그린라이트를 켜줘’에서는 시청자 사연을 읽으며 여성 역할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등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그렇다고 가수 활동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OST ‘너의 모든 순간’을 열창해 인기를 얻었다.

〈마녀사냥〉에서 했던 성시경 씨의 말을 ‘어록’으로 정리한 팬들도 있던데, 방송작가가 써준 대본인가요, 아니면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말한 건가요?

“작가가 써준 건 아니고요, 그냥 그 상황에서 얘기하다 보니까 저절로 나온 거예요. 제가 말한 게 어록으로까지 정리되어 있는 줄은 몰랐네요.”(웃음)

시청자가 보내온 사연을 읽으면서 상황극 연기를 잘하던데요!

“라디오에서 사연을 읽어줄 때 많이 했었죠. 〈마녀사냥〉 초반에는 제가 여자 역할을 많이 연기했는데 요즘엔 (신)동엽이형이 더 많이 해요. 웃기는 연기나 여자 역할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어요. 망가져서 웃길 수만 있다면 좋다고 생각하고요.”

성시경은 방송계에서 손꼽히는 ‘엄친아 연예인’이다. 서울대에 진학하려고 고려대에 합격해놓고 두 번이나 포기했다가 삼수 끝에 결국 고려대에 간 사연은 데뷔 초부터 성시경을 주목받게 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의 영어실력도 매번 화제가 되고 있다. 토익 공부 한 번 안 하고 시험을 봤는데 900점 이상을 받은 이야기며 방송 간간이 외국인과 프리토킹을 하는 모습은 성시경에게 ‘브레인’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아줬다.

방송에서 영어를 할 때마다 화제가 되곤 하는데요.

“제가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단지 영어가 재밌어서 중학교 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제가 영어할 때마다 화제가 되나요? 확실히 10여 년 전이랑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긴 해요. 예전에는 영어 실력을 뽐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영어를 쓰면 욕먹는 분위기였으니까요. 지금은 영어를 써도 그냥 ‘성시경 영어 잘하는구나’ 하고 넘어가니까 저야 좋죠. 〈비정상회담〉에서 영어를 쓸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출연진이 모두 다 한국어를 정말 잘해서 제가 영어를 할 일은 별로 많지 않을 거 같네요.”

‘엄친아 연예인’으로 꼽히는데, 이렇게 불리는데 대한 부담은 없나요?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요. 엄친아 이미지에 대한 큰 부담은 없어요. 제가 특별히 엄친아라고 생각하며 살지도 않고요. 방송에서 항상 제 학력이 언급되고 영어 실력이 거론되면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늘 그런 것도 아니니까요.”

저녁식사도 미뤄가며 인터뷰에 응해준 세 방송인에게 〈비정상회담〉 MC로서의 각오를 물었다.

_ “외국인 출연진이 대거 나오는 방송 포맷 때문인지 〈비정상회담〉이 KBS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와 비교가 되곤 하는데, 공교롭게 방송시간도 비슷하더라고요. 〈미수다〉가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됐는데 그 당시 시청률 1위였거든요. 제가 패널로 출연했는데 제 전성기이기도 했고요.(웃음) 그때의 붐을 〈비정상회담〉에서 다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미수다〉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토론, 그때와는 달라진 한국 사회의 생각을 녹인 ‘글로벌 토크쇼’를 해 보고 싶어요.”

_ “〈비정상회담〉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하는 방송을 해보고 싶어요. 방송의 영향력이 큰 시대잖아요. SBS 〈심장이 뛴다〉에서 ‘소방차, 구급차가 지나갈 때 길을 양보해주자’고 방송하자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말이에요. 〈비정상회담〉이 그런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로벌 시대에 맞는 균형 잡힌 관점과 유연한 생각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_ “출연자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요. 젊은 그들과 친해져서 외국인 출연자들로 하여금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죠.”

201407호 (2014.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