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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중국인물& 인문지리지 21 톈진(天津) - 화려한 입담 ‘ 바깥’보다 ‘안’을 중시하는 기질 

화베이 대평원 자락에 자리 잡은, 긴 운하와 넓은 바다를 가진 상업의 중심지… ‘의화단 사건’의 최종 집결지로 북양의 군벌 리훙장과 위안스카이가 실력을 키운 곳 

유광종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이곳에는 아주 유명한 만두 가게가 있다. 이름 그대로 풀자면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뜻의 ‘狗不理(구불리)’다. 이 만두 가게는 중국의 여러 곳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외국 여러 지역에도 분점을 내고 성업 중이다. 진짜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 또는 그만두? 모두 아니다. 개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게라면 사람이 찾을 리 없다. 아울러 그런 가게가 세계 각지에 분점을 내고 성업 중일 이유도 없을 테다. 오히려 너무 맛나고 유명한 곳이다. 이 만두 가게의 창업자는 고귀우(高貴友)라는 사람이다. 청 나라 말에 톈진에서 태어나 갖은 노력 끝에 만두 빚는 기술을 배우고 익혀 중국 북부 지역에서 가장 유 명한 만두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는 나 이 마흔이 넘어서야 그를 얻었다. 귀한 자식이니 소중하게 키워야 했다. 그래서 과거 동양사회의 관행대로 아이에게 ‘막이름’을 붙였다.

아이들이 각종 질병에 걸려 일찍 죽는 것은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신령의 횡포라고 봤다. 따라서 막이름을 지어줘 아이로 하여금 그런 신령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런 속신(俗信)에 따라 늦둥이를 본 아버지는 아들에게 ‘강아지’라는 뜻의 ‘狗子(구자)’ 라는 막이름을 지어줬다. 그런 ‘강아지’는 다행스럽게도 곧고 바르게 컸다. 성년에 접어들 무렵 그는 만두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커다란 것, 거창한 것, 대단한 것보다는 작고 소중한 것, 보람이 있는 것에 주목할 줄 알았던 ‘강아지’는 그만두 가게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나름대로 독특한 기법을 배워 독립했던 ‘강아지’는 제가 기울인 진지한 노력 덕분에 금세 주변 사람들에게 이름이 났다. 사람들은 그의 가게를 열심히 찾아갔다. 돈도 제법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강아지’는 일에만 열심이었다. 아는 사람이 가게를 찾아가 “어이, 강아지야(狗子)~”라 고 불러도 그는 만두 빚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강아지는 불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뜻의 ‘狗不理’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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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호 (20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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