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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카지노 이상열풍 어쩌나! - ‘오픈(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 반쯤 열렸다 

정부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증설 방침에 일부 지자체·재계 내국인 출입 허용 목소리 고조… 국내 기업 대주주 지분 투자 가능하나 야당은 기업의 사내 유보금 카지노 투자에 반대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포커 투어(APPT·Asia Pacific poker Tour) 경기에서 딜러가 참가자들에게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2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복합리조트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올 초 한국 정부가 국내외 관광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자 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 사업자 2곳 추가 선정 방침을 밝힌 이래 처음으로 열린 정부 주관의 공개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정부가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복합리조트 참여 의사를 확인하는 한편, 개당 사업비 1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개발 방안에 대한 콘셉트 제안 요청(Request for Concepts·RFC)을 하는 자리였다.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란 숙박시설과 레저·스포츠 시설, 국제회의 시설, 테마파크, 카지노가 한데 어울린 대규모 위락시설이다. 복합리조트에는 카지노가 꼭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이날 행사에는 마카오 카지노 재벌인 갤럭시 그룹, 영종도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투자자인 초우타이푹(周大福)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 그룹, 국내 카지노 공기업인 GKL을 비롯해 파라다이스·강원랜드 등 국내·외 카지노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나아가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인천도시공사, 전라북도, 국내 여행사 등 카지노 및 복합리조트 유관 기관의 관계자 등 300여 명이 몰리는 등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인천시 영종도 운북동에서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중인 ㈜미단시티개발의 김용주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다”면서 “카지노 산업에 쏠리는 국내외의 관심이 이 정도로 뜨거울 줄은 미처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복합리조트 찬성 42.9%, 반대 16.8%

이날 행사에서는 문체부의 제안 설명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답변(Q&A)에서 정부와 잠재적 투자자들간 본격적인 탐색전이 시작됐다.

정부 차원의 행정지원 외에 재정지원도 가능한가?

“재정지원은 검토한 바 없다.”

중국과의 합작을 고려하는 국내 사업자다. 지금까지는 카지노 최대주주는 외국자본으로 한정됐다. 이제는 내국인이 최대 주주가 되는 것도 무방하나?

“내외국인이 합쳐서 1조원 이상 투자하면 가능하다.”

복합리조트 투자규모 하한선을 기존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수익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갖고 있나?

“복합리조트 운영과 관련해 수익성 문제를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과 연결짓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복합리조트 내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이며, 내국인 출입 문제는 전혀 검토된 바 없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국내자본의 참여 가능성과 동향,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 여부, 각종 세제지원 등으로 압축됐다. 행사를 주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정현욱 사무관(관광진흥팀)은 “구체적인 건 밝힐 수 없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진다”고 말했다.

투자설명회 행사가 말해주듯 2015년은 한국 카지노 산업의 전환점으로 불릴 만하다. 카지노를 아우르는 복합리조트 조성에 신중을 기해왔던 한국 정부가 올 초 복합리조트 산업 육성방안을 밝혔기 때문이다. 1월 19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관광인프라 및 기업 혁신투자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올해 안에 2개 내외의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추가 선정키로 했다. 또 복합리조트 사업에 국내 투자자도 최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서 5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외국자본에는 카지노 허가를 내줄 수 있다(문체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 지침). 이 지침은 카지노 최대 출자자가 외국인이어야 하며, 카지노 지분도 51% 이상을 투자토록 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최대 49%까지는 국내자본의 지분 참여는 가능하다. 하지만 카지노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던 까닭에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국내 투자자가 역차별받는 사안을 수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6월 관련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로써 국내자본에 대한 진입장벽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정부가 이런 전향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국내외 관광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국민 여론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 2013년 12월 19세 이상 국민 1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내 복합리조트 조성에 찬성하는 의견이 42.9%로, 반대 의견 16.8%를 앞질렀다. 물론 모르겠다는 응답도 40.3%에 이르기는 했지만 국내 투자 진작과 일자리 창출의 명분을 내세워 신규 복합리조트 건설을 공식화하게 됐다.

중앙정부의 방침이 서자 국내외 기업은 물론 지자체까지 들썩인다. 홍콩의 보석 전문 기업인 초우타이푹(周大福)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 그룹은 2월 12일 인천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영종도 미단시티에 2조6250억원을 투자해 복합리조트를 건설키로 했다. 초우타이푹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계획서를 완성하는 대로 문체부에 사전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 카지노 기업인 블룸베리 리조트와 미국 하드록인터내셔널 등 외국기업도 사업 진출 후보로 거론된다. 이미 서울과 부산에 3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 역시 영종도 복합리조트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전언이다.

오픈 카지노 찬성 44.7%, 반대 43.2%


▎지난해 9월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쇼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600만 명 시대를 맞아 카지노와 레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정부의 복합리조트 육성 방침에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목말라 하는 전국 지자체들도 신발 끈을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부산과 경남·인천·경기·전북·제주 등 대략 6곳 정도다. 그중에서 가장 발빠른 모습을 보이는 곳이 부산시다. 부산시는 수년 전부터 샌즈그룹과 ‘복합리조트형 카지노’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샌즈그룹의 투자에는 ‘오픈(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라는 전제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 실세’인 서병수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서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복합리조트의 필요성을 수차례 역설하며 ‘오픈 카지노’ 허가를 줄기차게 외쳐왔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와 샌즈그룹이 오픈 카지노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난 2월 13일 샌즈그룹이 부산 북항 재개발지 내 글로벌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투자를 공식 선언한 것. 부산시 등에 따르면 샌즈그룹 계열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조지 타나시제비치(George Tanasijevich) 사장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카지노를 포함해 비즈니스, 컨벤션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부산 북항에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샌즈그룹은 복합리조트 건립 부지로 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해양문화지구) 11만4천㎡를 희망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는 최대 5조원으로 알려졌다.

타나시제비치 사장은 “우리는 그동안 부산을 찾아와 투자 기회와 함께 적절한 서비스 모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며 “부산은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며, 복합리조트 투자의 적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기 단계지만 부산에 어울리는 리조트 디자인까지 구상했다”며 “우리의 계획이 실행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투자를 위한 법제화(오픈 카지노 허용 문제 등) 과정을 차분히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즈그룹이 부산시와 함께 투자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부지확보 방식 등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알려진 오픈 카지노를 위해서는 카지노 관련 법 개정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타나시제비치 사장은 “싱가포르처럼 범죄자나 파산자 등 특정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형태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며 “우리는 카지노의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샌즈그룹의 투자는 부산 관광시대와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부산이 글로벌 관광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시민 공감대 형성과 카지노 관련 입법이 선행된다면 카지노 설립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샌즈그룹에 북항 재개발 지역의 부지를 제공해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고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올 초 부산시가 실시한 ‘오픈 카지노 유치’ 관련 시민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44.7%, 반대 43.2%로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샌즈그룹이 부산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면 생산유발 효과 7조6천억원, 소득유발 효과 1조1천억원, 세수효과 3893억원, 고용유발효과는 5만3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1월 관광인프라와 기업혁신 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전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두 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인천 영종도와 함께 부산에 유치해 관광시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부가 올해 승인키로 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두 곳은 외국인 전용이다. 부산시는 이와 별도로 오픈 카지노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신규 카지노 두 곳 후보지 수도권 가능성


▎2월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복합리조트 투자설명회’에는 300명이 넘게 몰려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경남도 역시 복합리조트와 카지노에 열렬한 반응을 보인다. 경남도는 2014년 7월 청와대 시도지사 초청 행사장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진해에 유치하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진해 글로벌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홍준표 지사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이 해외자본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경남도는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확실한 아이템과 투자자를 물색해 정부가 정한 6월 30일까지 RFC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청사진에 따르면 폭스사 테마파크(Fox World Korea), 호텔, 컨벤션센터, 아울렛, 골프장 등과 카지노가 어우러지는 복합리조트 단지를 조성, ‘21세기 동북아 엔터테인먼트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홍 지사는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2개소 중 하나는 경남으로 가져온다는 확신을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복합리조트 유치에 가장 앞서 가는 인천시는 영종도 미단시티 내에 MICE산업(국제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를 아우르는 산업)형 복합리조트와 테마파크형 복합리조트를 추가 유치, 복합리조트 직접화를 구현하는 의지를 다진다. 영종도에는 이미 2개의 복합리조트 설립이 확정된 상태다. 파라다이스 복합리조트는 지난해 11월 국제업무지구에 착공, 2017년 3월 1단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한 시저스·리포 컨소시엄이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18년 3월 문을 연다. 인천시는 복합리조트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자면 카지노 2~3곳이 추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화성은 ‘친박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복합리조트형 카지노 추진을 밝혔다. 화성 송산그린시티 내 들어서게 될 USKR(유니버셜스튜디오코리아)와 함께 카지노도 추진하겠다는 게 서 의원의 복안이다. 이 지역 관계자는 서 의원의 카지노 구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USKR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부지는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의 땅이라는 점에서 토지무상임대를 통한 복합리조트 사업이 가장 사업성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당장 속도가 붙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카지노는 고사하고 대선 공약인 USKR 건립도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첫삽을 뜰 수 있을지 미지수라서 그렇다. 화성시 관계자는 “USKR에 대한 논의도 없는 실정”이라며 “복합리조트형 카지노는 거론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카지노 사업에 대한 권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갖고 있다. 일반론이지만 송산그린시티에 대해서는 카지노를 포함한 모든 사업이 열려 있다. 해외투자자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타당성을 인정받는다면 카지노 사업도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입지 선정 결과에 따라 지자체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일단 정부는 2020년쯤 완공 예정인 신규 카지노 2곳 허가 지역과 관련해 “카지노 허가 권한이 도지사에게 있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라고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관심을 가진 모든 지자체에게 기회가 주어져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카지노 2곳의 후보지가 공항 등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으로 압축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부도 이와 관련된 여론과 정황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투자자들이 수도권 외 특정 지역에 월등한 투자계획을 제안하는 경우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수도권 입지가 비교우위를 갖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복합 리조트 입지 선정이 자칫 영남권 신공항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 지자체간 반목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차라리 대기업에 복합리조트 맡기자”


▎해외 관광객 유치와 관광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의 야간 레이저쇼.
정부의 복합리조트 육성 정책은 국내 기업들에도 신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관심 대상이다. 호텔·레저·유통·건설업계는 정부 정책의 향배와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전언이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문호가 개방된 복합리조트 사업에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라면서 “지금은 대외 이미지와 여론 등을 고려해 입장 표명에 신중을 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코오롱글로벌과 신세계, 부영 등의 기업이 사업 참여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이와 관련해 박선원 전 ㈜미단시티개발 대표는 신규로 추진될 복합리조트 조성에는 외국자본보다는 국내자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복합리조트는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MICE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차원에서 추진된다”면서 “그렇다면 중국 등 외국자본에 의존하기 보다는 국내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 한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금처럼 외국자본이 복합리조트 최대주주로 참여한다면 한국 자본은 복합리조트 관련 시설을 임대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카지노 복합리조트 운영 수익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고, 한국의 전통과 역사, 문화, 한류와 결부되는 MICE 산업 육성도 요원해진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기업 이미지 때문에 국내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면 국내 중소 자본이 펀드를 구성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의 국내 관광을 안내하는 인바운드 여행사의 한 관계자도 카지노업의 속성상 복합리조트를 외국자본이 장악하면 국내자본은 수수료를 챙기는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고용을 창출한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만 수익은 해외로 나가게 된다”면서 “정부가 복합리조트 투자 규모를 기존의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린 것은 메이저 카지노 자본을 유치하려는 의도겠지만 국내자본 입장에서는 진입장벽만 높아진 격”이라고 아쉬워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외국인 출입만 허용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국한돼왔다. 정부도 복합리조트 투자설명회나 정부 정책 발표 과정에서 이 점을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복합 리조트 육성정책은 필연적으로 오픈 카지노 논쟁을 야기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3월 12일 펴낸 ‘복합리조트의 전략적 유치를 위한 제언’ 보고서가 그 신호탄이라는 반응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국내 복합리조트 사업 성공을 위해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복합리조트의 수익 창출과 투자를 촉진하는 방편으로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카지노 관련 외국자본의 줄기찬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 산하 기관이 이런 입장을 밝힘으로써 ‘오픈 카지노’의 도입 문제가 복합리조트 조성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등장했다.

논리는 다음과 같다. 외국인의 한국 방문자 수가 9년 새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관광수지는 2013년 2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즉 한국 관광정책과 실체가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다. 복합리조트 수익 상당부분이 카지노에서 발생하고 MICE산업 육성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카지노를 수익 창출원으로 적극 이용해야 한다는 것. 또 MICE 참가자 대부분이 도시 도심에서 쇼핑, 관광을 선호하므로 도심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도시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고, 향후 동향에 따라 오픈 카지노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오픈 카지노 ‘판도라 상자’를 연 전경련


▎세븐럭(Seven Luck)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1477억62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2.7% 감소한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오픈 카지노 개설의 장애물을 언급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모색했다. 현행법은 2025년까지 오픈 카지노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2025년까지는 강원랜드만이 독점적으로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게 된다. 폐광지역의 경제회생과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예외적으로 허가한 것이다. 연구원의 정승영 선임연구원은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상의 내국인 입장 카지노 설치 제한 요건 개정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2개 이상의 오픈 카지노가 운영될 경우 카지노 출입관리 지침 등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도박중독 관련 대응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에서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강원도의회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추가 허용하는 것은 폐광카지노 설립 취지·정책 배경과 배치된다”며 오픈 카지노 추가 설립 주장을 반박했다. 내국인 출입 허용 문제는 지지체 반발 등 정치·사회적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정현욱 사무관도 “추가되는 2곳의 복합리조트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현행법이 유지되더라도 강원랜드의 내국인카지노 독점 운영이 종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오픈 카지노 증설 요구가 드세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오픈 카지노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이는 국제 카지노 자본의 일관된 요구이기도 하다. 정부의 연구용역을 받은 관계자들은 2013년 말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3개국을 돌며 아시아지역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두루 접촉했다. 면담 기업은 멜코크라운 그룹과 윈 리조트그룹(이상 마카오),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월드 센토사(이상 싱가포르), 겐팅 하이랜드(말레이시아) 등이다. 이들은 한국 카지노 시장의 잠재력을 평가하면서 투자 의향을 비쳤다고 한다. 입지와 관련해 멜코크라운 그룹은 김포, 윈 리조트는 인천, 겐팅 그룹은 부산과 제주도를 지목했다고 한다. 이들은 공히 한국 진출의 주요 고려 요인으로 오픈 카지노를 제시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복합리조트 개발 방안’ 요약본에 따르면 멜코 크라운은 카지노 허가 수량 및 기간과 함께 오픈 카지노 여부를 주요 고려사항으로 삼았다. 윈 리조트 역시 카지노의 접근성을 중시하면서 오픈 카지노 관련 제도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 겐팅 그룹의 경우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도 투자 의향이 있지만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면 투자규모를 확대할 의향도 있음을 강조했다.

“카지노가 신성장동력 산업인가”

외국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1조원이라는 거대 자본을 투자한 복합리조트 카지노의 수익률을 따지게 마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복합리조트 카지노(외국인 전용) 증설 결정에 앞서 나름 관광객 수요를 분석했다. 두 곳의 카지노가 문을 여는 2021년 내국인 관광객 7800만 명, 외국인 관광객 870만 명이 복합리조트를 찾게 된다고 ‘복합리조트 개발 방안’ 용역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일본·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4.6%가 해외 복합리조트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8%가 한국의 복합리조트를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복합리조트 개발 방안’에 따르면 세계 카지노 시장도 2015년까지 연평균 9.2% 성장할 전망이며, 아시아·태평양지역은 18%의 성장이 예고된다. 이런 수요에 기초해 두 곳 정도의 복합리조트를 증설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기대대로 시장이 굴러갈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복합리조트 개장 이후 관광객과 관광수입이 급증한 싱가포르의 성공에 자극받아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이 복합리조트 카지노 조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관련 법안이 제출된 중의원 해산으로 법안 심의가 늦춰지면서 2020년 전 개장이 다소 불투명해졌지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 개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간다. 필리핀은 마닐라만 부지에 4개의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카지노 기업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자국이나 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복합리조트 추가 건설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고 신중론을 개진했다.

야당에서는 카지노 산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정부의 복합리조트 육성 방침에 반기를 든다. 국내자본의 최대주주 참여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기업들이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쏟아부을 신성장동력 산업이 고작 카지노라면 국가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경영적인 측면에서의 리스크도 충분히 검토됐는지 의문이라고 야당은 지적한다. 한국에는 모두 17개의 카지노가 영업 중이다. 그중 강원랜드를 제외하고는 16개가 외국인 전용이다. 국내 카지노 산업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해외관광 관리정책과 경제상황 변동은 예측이 불가한 반면 동북아 지역의 카지노는 확대 추세에 있다”면서 “카지노 산업은 공급이 증가하면서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손실은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국내자본도 떠안게 된다. 그 구멍을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로 채워달라고 국내외 자본이 동시에 목청을 높이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유 의원은 말한다. 동일한 자료를 놓고서도 해석이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게 카지노 복합리조트 산업인 까닭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최재필 기자

201504호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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