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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인물] ‘조림(造林) 전도사’ 27년 김명전 숲사랑소년단 이사장 

“몸 가눌 수 있을 때까지 나무심기 계속할 것”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KBS 기자 시절 독일 출장 중 문득 숲 조성의 중요성과 필요성 깨달아… 나무 심는 것은 나 아닌 남을, 오늘 아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

▎김명전 숲사랑소년단 그린레인저 이사장은 올해로 28년째 ‘조림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기자 시절 독일 취재 도중 조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 이사장은 “몸을 가눌 수 있는 날까지는 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전(61) (사)숲사랑소년단 그린레인저(이하 숲사랑소년단) 이사장의 ‘나무사랑 30년’이 화제다.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비서관, EBS 한국교육방송 부사장을 역임한 그는 2013년부터는 Ernst&Young 한영회계법인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1989년, 지금의 숲사랑소년단의 전신인 ‘한그루녹색회’를 설립해 ‘조림(造林)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이사장이지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2번 출입구로 나와 15분쯤 걸으면 국립산림과학원이 나온다. 정문에서 두 팔을 벌린 채 크게 심호흡하며 3분쯤 가면 2층짜리 단출한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1989년 창립 이후 70여 만 명의 ‘숲 지킴이’를 배출한 숲사랑소년단이다.

<월간중앙>은 대한민국 숲 지킴이들을 양성하고 있는 김명전 이사장을 3월 10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숲사랑소년단에서 만났다. 김 이사장은 “이 활동을 시작한 지 30년이 다 돼가지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김 이사장은 ▷KBS 기자·PD ▷청와대 언론비서관 ▷삼정투자자문 대표이사 겸 삼정KPMG그룹 부회장 ▷성균관대 법대·로스쿨 초빙교수 등 다채로운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해온 일, 그리고 맡고 있는 일 가운데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숲사랑소년단 이사장직”이라며 “89년이 단체를 설립한 이후 개인적으로 1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 같다. 몸을 가눌 수 있을 때까지 나무 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께서 걸어오신 길을 보면 숲사랑소년단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듭니다. 어떤 계기로 이 단체를 만들게 됐는지요?

“KBS 기자 시절이던 80년대 후반에 독일 취재를 자주 가게 됐습니다. 갈 때마다 독일은 숲이 참 잘 가꿔졌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당시 서울은 숨쉬기조차 불편할 만큼 매연이 온통 하늘을 뒤덮던 시절이 아니었습니까? 흰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면 점심때 벌써 목덜미가 새카매질 정도였으니까요. 또 베를린 시내의 공원에 가면 편한 옷차림의 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보호 같은데 관심이 별로 없었던 시기였고요. 그때 경험으로 ‘나부터 실천해보자’는 의미에서 ‘한그루녹색회’라는 단체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한그루녹색회’라는 이름은 5000만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그만큼 국토가 푸르러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숲사랑소년단은 어떤 단체입니까?

“숲사랑소년단은 1989년 창립된 ‘한그루녹색회’가 모태입니다. ‘한그루녹색회’의 정신을 이어받은 숲사랑소년단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실천운동을 통해 산업화로 황폐해진 자연환경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로 바꿔나가고자 합니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입니다.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생명의 가치를 알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때 미래의 희망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숲사랑소년단은 청소년에게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한편 실천적인 녹색운동을 전개해나가기 위해 창립된 순수 민간봉사단체입니다.”

지금까지 숲사랑소년단이 펼쳐온 활동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숲사랑소년단은 1991년부터 25년간 ‘푸른숲선도원’, ‘그린 레인저’, ‘숲사랑소년단’ 등의 이름으로 약 70만 명의 단원을 배출했습니다. 지난해에도 503개 학교에서 1000여 명의 지도교사와 1만여 명의 단원이 푸른 지구를 위한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교육·문화·환경·봉사활동 통해 인성함양 추구


▎지도교사와 함께 숲의 부산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대원들. 어린이들의 표정들이 자못 진지하기만 하다. / 사진제공·숲사랑소년단 그린레인저
숲사랑소년단은 인성함양 활동을 추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숲사랑소년단은 배움과 나눔이 함께하는 교육활동, 숲을 통해 이루는 문화활동, 숲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활동, 청소년에 의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봉사활동 등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인성함양 활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습니까?

“크게 체험학습·리더십·자원봉사·국제교류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는 교실 밖, 자연 속에서 진행되는 체험학습을 통해 숲과 직접 만나고 숲에 대해 배우는 숲사랑학교, 소외계층(다문화·장애인·탈북) 청소년과 일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눔과 배려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어울림 숲속캠프, 교내 특성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학교별 활동지원 프로그램, 청소년의 감수성으로 느낀 숲을 표현하는 전국 청소년 숲사랑 작품 공모전 등이 있습니다.

리더십 프로그램으로는 푸른 세상,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나무심기 체험, 숲 관련 인재를 만드는 어린이 숲리더, 자유학기제 전면실시와 인성교육법 제정에 따라 청소년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그린리더십 아카데미, 전국의 대표단원이 숲사랑소년단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획된 그린 리더스 캠프, 전국의 단원이 한자리에 모여 숲을 가꾸고 지켜가자는 다짐을 하는 리더십 트레이닝 전국대회 등이 있습니다. 자원봉사프로그램으로는 숲 가꾸기 부산물을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에 전달하는 사랑의 땔감 나누기, 학교에 묘목을 지원해 교내 나무심기 및 화단을 가꾸는 학교숲 가꾸기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 해외의 자연환경을 배우고 국제교류를 통해 지구 환경을 보전하는 데 앞장서는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지도교사 프로그램으로는 교육청에서 특수분야 직무연수기관으로 지정받아 교원 특수분야 직무연수, 숲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전문성을 높이는 교사 아카데미, 전국 숲사랑소년단 지도교사가 한자리에 모여 지역별·학교별 활동을 공유하는 전국교사 워크숍, 해외 산림환경체험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역량을 가진 지도교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도교사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청소년단체가 있습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숲사랑소년단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청소년단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건너온 것들입니다. 반면 숲사랑소년단 활동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단체입니다. 숲사랑 소년단은 조림국가의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자랑과 긍지, 자부심을 세계에 전파하는 민간외교관이자 실천적인 행동가입니다.”

숲사랑소년단의 궁극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숲사랑소년단의 활동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6·25 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황폐화된 땅 위에서 녹색의 기적을 일궈낸 성공적인 조림국가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 대한민국이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를 세계에 전파하는 메신저·행동가·활동가로 발돋움하는 데 숲사랑소년단이 앞장설 것입니다. 그래서 숲사랑소년단의 활동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전파되고, 지구온난화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또 산업화의 과정에서 공해로 고통받는 나라들에 생명의 희망과 가치를 전하게 될 것입니다.”

2020년까지 숲 자원봉사자 100만 명 양성 목표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막대기를 귀에 대고 숲 소리를 듣고 있다. / 사진제공·숲사랑소년단 그린레인저
숲사랑소년단을 거쳐간 청소년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원이 있습니까?

“이 활동을 통해 조림과 관련한 진로를 택한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출신의 한 여학생이 생각나는군요.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숲사랑소년단에 가입하게 됐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곳에서 조림의 중요성, 숲 지킴이로서의 자부심 같은 걸을 깨닫게 됐고, 결국 서울대 산림과학부에 진학했습니다. 지금은 산림청 사무관으로 일하기 위해 행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산림의 가치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숲의 기능은 단순한 쉼터에 머물지 않고 삶의 터전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추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종(種)의 절반 이상이 숲에 살고 있을 만큼 숲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숲을 건강하게 가꾸면서 경제적으로 영속적인 이익과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세계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벌목으로 지구상의 숲이 1300만 헥타르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숲이 파괴되면서 지구 온난화는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낮은 섬나라들이 바닷속에 잠길 위기에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조림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산림을 가꾸기 위해 60년 이상 일관되게 나무심기에 매진해온 성과입니다. 우리나라의 숲이 주는 공익적 기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 약 109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매년 국민 1인당 216만원씩 숲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산림녹화사업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렇지만 관심을 조금만 돌리면 우리나라 국토 절반, 북녘은 벌거숭이입니다. 그로 인해 자연재해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북녘을 녹화(綠化)해 삼천리 금수강산을 되살리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 생태계 복원도 경제협력 이상으로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2020년까지 100만 명의 숲 자원봉사자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요?

“지금까지 70만 명 정도의 대원을 배출했습니다. 또 매년 1만여 명의 새로운 대원을 받아들이고 1만여 명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은퇴한 교사들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숲사랑소년단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도 굉장히 열성적으로 자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의 한 가정은 부모와 자녀 5명이 모두 숲사랑소년단에 가입했습니다. 어른들의 경우 서포터스의 개념으로 숲사랑소년단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이 되기 전이라도 100만 명의 숲 자원봉사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잿빛 도시에서 그린라인운동 펼치는 게 목표”


나무심기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다림입니다. 또 나무를 심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오늘이 아닌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나무를 심으면 당장 얻는 이익은 없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매우 풍요로워집니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오셨는데 개인적인 소신이나 신념이 궁금합니다.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의 미래 행복을 기약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운동도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안하게 된 것입니다. ‘세상과 사회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고민하던 중 제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나무를 남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몸을 가눌 수 있는 그날까지 나무를 싶고 숲을 가꾸고 청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30년 가까이 이 활동을 계속해왔는데 어떤 목표가 있습니까?

“제가 만들어낸 용어인데 ‘그린라인(Green Line) 운동’을 전개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콘크리트 투성이입니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의 경우 굳이 필요없는 부분까지도 죄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습니다. 인도의 한편에 키 작은 나무들을 심어 전국 모든 도로를 띠처럼 연결하는 게 ‘그린라인운동’입니다. 이런 식으로 도시 조성이 잘돼 있는 나라가 독일이나 일본입니다. 작은 공터라도 놀리지 않고 그곳에 꽃과 나무를 심어 시민들이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국민들도 그처럼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그린라인운동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박스기사] 함께 만들어요! 푸른 세상, 건강한 지구 - 숲사랑소년단 그린레인저, 4월 15일까지 제26기 대원모집… 지도교사, 홈페이지 접속해 학교코드 부여받은 뒤 등록하면 ‘OK’

(사)숲사랑소년단 그린레인저는 산림청과 함께 미래의 주역인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제26기 대원을 모집한다. 숲사랑소년단은 자연환경과 생태보호를 위해 자연과 숲 생태 탐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단체다.

숲사랑소년단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연과 산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한편 숲 지킴이를 육성할 목적으로 1991년 설립됐다. 지난 25년간 70여 만 명의 청소년 대원이 숲 사랑 생태탐구활동을 통해 나라사랑과 자연보호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숲사랑소년단은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의거, 육성되고 있으며 교육부가 인증하는 초·중·고 생활기록부 등록 청소년단체다.

숲사랑소년단으로 선발된 지도교사와 대원에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연휴양림 무료입장, 각종 산림문화체험 프로그램 참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제26기 대원 모집기간은 2016년 4월 15일까지며 자격은 초등학교 3~6학년, 중·고교 전 학년으로 만 9~18세 청소년이다. 가입신청은 위촉된 지도교사가 숲사랑소년단그린레인저 홈페이지(www.greenranger.or.kr)에서 학교코드를 부여받아 등록하면 된다.

김명전 이사장은 “청소년 숲 교육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보다 미래의 건강한 인재를 육성하는 사회공헌활동”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미래목(木)인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숲 교육 체험활동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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