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동행취재] 조국에서 더부살이 인생? 3만~4만 카레이스키들이 운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같은 한민족이잖아요” 

글 박지현 기자·김준석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외국인 노동자보다 못한 삶” 할아버지 나라에서 힘겨운 하루살이…“한국 체류하는 외국 국적 동포 위한 귀환동포법 제정이 필요하다”

2017년은 연해주에 살던 카레이스키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엔 하나둘씩 고국에 들어와 체류하는 고려인이 최근에 급격히 늘어 3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타향살이의 설움은 할아버지대나 고려인4세가 등장한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안산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고단한 하루를 월간중앙이 동행취재했다.

지난 10월 초 금요일인 어느 날,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앞.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 주택가는 고요했다. 오전 5시, 큰 가방을 하나씩 멘 남성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 나타났다. 낡은 점퍼에 해진 바지를 입은 행색이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서로 악수를 하더니 약속이나 한 듯 골목 한쪽에 모여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잠시 후 낡은 중형 승용차들이 전조등을 켠 채 다가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자동차에 올라탔다. 속칭 ‘나라시’라고 불리는 자동차들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실어 나르는 카풀용 차들이다. 자동차 몇 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한 방향으로 달렸다.

30여 분쯤을 달렸을까? 점점 동이 트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멈춰선 곳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인력시장. 파견노동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돼 있는 곳이다. 인력사무소 간판이 100m가 넘게 늘어서 있다. 사무소 앞에는 이들과 행색이 비슷한 사람이 러시아의 전통 빵과 홍차를 팔고 있다.

인력사무소 문이 하나둘 열리더니 한 사내가 나와 종이 한 장을 찢어 머리 위로 흔들며 소리쳤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사람들이 달려가 종이 쪽지를 받아 들었다. 그 외침은 기다리던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701호 (2016.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