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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최순실표’ 국책사업의 희생양들 

우리도 억울한 피해자, 누구한테 하소연하나…!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연루 의혹 낙인에 줄줄이 타격… 매출 급감, 법안 보류, 기업 지원 끊겨 ‘발만 동동’

최근 줄줄이 제기되는 ‘최순실표’ 국책사업들의 연결고리를 보면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킨다. 박근혜 정부의 모든 국책사업은 ‘최순실’로 이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순실사단이 개입했다는 오해를 받고 사업 자체가 올스톱돼버린 선의의 피해자도 속출한다. ‘최순실 관련 사업’으로 낙인 찍혀 존폐 위기나 벼랑끝으로 내몰린 사업들과 사업주체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았다.

1. 좋은 일 하자고 원조했는데 왠 날벼락? | 2개월 새 10억 매출 뚝, ‘코리아에이드’ G용역업체


▎해외 개발원조 사업의 일환인 ‘코리아에이드’에 쌀가공 스낵과 파우더를 공급해온 G업체는 된서리를 맞았다. 2016년 5월 30일 우간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G업체의 식품을 제공하는 푸드트럭에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흠.” 제안서를 받아 들고 고민하던 투자자는 어렵사리 입을 떼더니 딱 잘라 거절했다. “추후에 고민하죠. 휘말려 들기 싫습니다.” 이미 약속된 투자였음에도 발을 빼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16년 역사의 특허기술 등 최상의 기술을 가졌다는 자부심마저 허물어졌다. G업체 관계자는 “프로젝트 발주 취소 혹은 연기 요청이 줄을 잇는다. 이미 10억원 정도의 매출이 날아갔다”며 한숨을 쉬었다.

G업체는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위탁을 받아 쌀크래커·쌀파우더 등 쌀 가공식품 2종을 개발해 ‘코리아에이드’에 납품했다. 코리아에이드는 지난 5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맞춰 야심차게 시작한 ‘한국형 개발원조(ODA)사업’이다. 순방국에 음식(K-Meal)·의료(K-Medic)·문화(K-Cuture)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 가운데 G업체는 K-Meal 사업에 참여해 쌀 가공식품 2종(쌀파우더·쌀크래커) 1만8000 봉지를 공급했다. 지난 9월에는 2차분으로 다시 2만8000봉지를 생산했다.

그런 G업체는 요즘 벼랑끝에서 불안에 떤다. 최순실 씨가 개입된 미르재단 관련 업체로 낙인 찍힌 탓이다. 이 회사 김 모 본부장은 “우리는 공개입찰로 국가 사업에 참여한 용역 계약업체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르재단 때문에 ‘최순실 예산’ 명단에 오르내린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다녔다는 이화여대마저 엮이자 줄줄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더라고요. 하지만 식품영양학과는 이화여대가 가장 오래 됐고, 우리 회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일이 꼬이게 된 것은 한때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다는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코리아에이드’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게다가 차은택(47)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인터PG)가 ‘코리아에이드’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을 받았다.

2015년 중반에 설립된 G업체는 헬스케어 분야에 특허권을 가진 16년 역사의 생애주기 영양연구소다. 산모, 영유아, 모유 등의 영양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예방의학에 목표를 두고 성장하는 업체다. 2016년 2월께 이화여대는 10여 군데 쌀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스낵 분야의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와 오랜 인연이 있던 G 업체도 당연히 입찰에 뛰어들었다.

김 본부장은 “업체 특성상 대학 식품영양학과와 꾸준히 유기적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이화여대가 미르재단으로부터 제품 개발을 의뢰받았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4월께 우리가 만든 스낵 디자인에 K자가 붙어 있어 국책사업이란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가 아프리카 3개국에 공급된 쌀과자에 대한 현지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기술 이전과 관련해 현지 정부의 제안이 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2017년 다시 공개입찰이 있을 때는 재도전도 고려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남아도는 쌀을 활용하자는 원조사업의 취지에도 맞고, 중소기업으로서 정부 조달사업 경력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G업체가 수년간 연구해온 ‘당뇨 특화 스낵’ ‘고단백 고칼슘 맞춤형 이유식’ 등의 프로젝트 제안서는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고 있는 신세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의 손해를 어림잡기도 힘들 정도”라며 “회사의 존립 자체를 걱정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더 큰 걱정은 인력 충원 문제다. 김 본부장은 “신규채용을 한다 해도 누가 오겠느냐? 3년 내에 10종 정도의 상품을 개발해야 해서 연구인력과 분석, 가공을 위한 추가 충원도 필요한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2. “4차산업 동력이 규제받는 것 같아요” | 최순실 모녀 부동산에 발목 잡힌 ‘규제프리존’ 14개 도시


시작도 못해보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20대 국회 새누리당 제1호 법안인 ‘규제프리존법’은 답보 상태다. “만나서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 소속 규제프리존 TF팀의 관계자 신모 씨는 마치 기자의 연락을 기다렸다는 듯 “도입 취지부터 정확히 설명해야겠다”며 세종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입법안으로 규제프리존이란 정부가 27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14개 도시를 말한다. 지역별로 진흥형 기계, 에너지 신산업, 드론, 유전자 의약 등 미래 성장동력인 4차산업들이 자리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핵심 콘텐트로 내세운 사업이다.

하지만 규제프리존법 역시 ‘최순실-대기업 유착’ 법안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쳤다. 12월 1일에는 ‘박근혜-최순실 재벌특혜 규제프리존법 추진 철회 촉구’ 기자회견까지 열렸다. 시민사회단체는 규제프리존 사업에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그리고 대기업 총수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규제프리존법의 ‘정경유착’ 의혹 이유는 이렇다. 2015년 10월 26일 대기업들의 미르재단 후원금이 입금된 다음 날 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특별 주문했다. 규제프리존법은 앞선 2015년 10월 7일 개최된 대통령직속자문회의에서 처음 제기됐고, 전경련은 그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규제 없는 지역특구’를 제안했다.

특히 규제프리존의 14개 지역 중 한 곳이자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 최순실 모녀가 보유한 땅이 7만 평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루 의혹은 증폭됐다. 최순실 모녀가 공동 소유한 땅은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에 위치해 있다. 10개 필지 23만431㎡(6만9705평)에 이르는 이 땅은 임야 11만410㎡(약 3만3399평), 목장용지 6만8589㎡(약 2만748평) 등이다.

규제프리존 TF팀 관계자인 신모 씨는 “우리 팀 직원이 최근 의원까지 데려가 강원도 현장이 최순실 의혹과 전혀 무관함을 증명하고 돌아왔다. 요즘은 법안을 설득하는 설명회보다 의혹을 해명하러 다니는 설명이 더 길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세종시의 기재부 직원들은 요즘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로 올라온다. 규제프리존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법 통과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정상적이었다면 2017년 내에 국회통과를 기대한 법안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려나 요원해진 상태다.

신씨는 “2013년 일본에서 국가전략특구를 만들며 가시적 효과를 거둔 것을 벤치마킹한 사업이다. 과도한 규제를 풀어 달라는 건 기업 전반의 속성으로 야당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 재생’을 목표로 2013년 ‘국가전략특구사업’을 선보인 바 있다.

규제프리존은 고용효과도 높아 전국 해당 지자체들에서도 적극적으로 TF팀을 구성한 상태다. 한국경제원은 2016년 3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20대 국회 정책과제’ 건의서에서 “규제프리존 도입 시 2020년까지 21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빠를수록 좋은 신산업의 기반을 다지려면 시작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프리존법은 앞으로 조세특례제한법처럼 법안이 수시로 개정되면서 누더기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물꼬를 트려면 일단 시작부터 해야겠지요. 경제활성화에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순간 경제 전체의 규제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3. “청년창업자들이 지원을 회피할까 걱정” | ‘창조’ 붙은 죄, 풍전등화 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싼 의혹으로 기업들이 센터 입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지 않을까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최근 시비가 전액 삭감 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 사진·중앙포토
도대체 ‘창조’가 뭐길래? 명칭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은 국책사업은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정책을 실현하겠다며 창업벤처와 중소기업 육성, 지역특화사업 기반의 창업 및 신산업 창출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정부 역점사업인 만큼 논란도 의혹도 많았다. 앞선 규제프리존법과도 무관하지 않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규제프리존의 ‘전담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전략산업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육성산업과 중복될 수도 있다.

문제는 차은택 씨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창조경제추진단 단장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위원회는 대기업과 함께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의혹은 당장 지원이 필요한 일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한 관계자는 “국비 예산 외에 40%에 달하는 지방비는 17개 지역 중 3군데(서울·전남·대전)에서 시비가 단 한푼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유모 씨는 “입주한 지 얼마 안됐는데 내년도 시비가 삭감됐다고 해서 당황스럽다. 이런 상태라면 과연 투자자와 연결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비 삭감에는 정치적 이유도 없지 않다는 게 한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의 시각이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초반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국비 예산 편성을 제대로 보지 않고 서둘러 결정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상당한 성과를 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인색한 평가를 받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측은 향후 벤처기업들이 센터 입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인용한 것인데, 명칭 때문에 국민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은 청년창업자들의 고민이 생겨났다.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에게도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은 이모 씨는 “한 투자자가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비선과 연관돼 있느냐’고 물었다”며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고 난처할 때가 많다”고 했다.

4. 시민들의 정부 문화사업 ‘보이콧’ | 문화융성 관련한 ‘문화가 있는 날’도 개점 휴업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건 아무래도 각종 국책사업이다. 특히 문화융성 참여행사에는 시민들의 ‘보이콧’이 이어진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CJ에서 지원하는 영화관 CGV. / 사진·중앙포토
“현 정부의 혜택은 별로 받고 싶지 않아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직장인 김선영(가명·29) 씨가 볼멘소리로 답했다. 김씨는 “내가 이용하면 그만큼 행사 실적도 올라가 예산도 더 늘릴 것 아닌가? 통신사 할인을 받든 돈을 더 내든, 영화도 그냥 제 값 주고 보는 게 마음 편하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정부 사업분야는 아무래도 정부가 주관하는 문화관련 사업들이다. ‘문화융성’과 관련된 행사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보이콧’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정농단의 진원지로 지목되며 심판대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정책이 논란이 되면서 참여 기관과 행사들이 2017년부터 줄줄이 축소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 콘텐트 참여 의지도 전반적으로 위축된 데다 국책 핵심 행사 중 하나로 떠올랐던 ‘문화융성’의 이미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태다.

그동안 문화가 있는 날에는 ▷전국 국·공립 도서관의 야간 개방 확대 및 문화 프로그램 운영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조선 4대 궁궐과 종묘·조선왕릉 무료 개방 ▷전국 주요 영화 상영관의 영화 관람료 특별할인 ▷자녀(초등학생 이하)와 부모 동반 입장 시 프로농구·프로배구 관람료 특별할인 ▷전국 주요 전시 관람 문화시설 무료 또는 할인 등의 혜택이 이뤄졌다.

사실 2016년 한 해 ‘문화융성’의 성과는 점진적으로 늘어왔다.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전국 문화시설 및 단체의 프로그램은 11월 말 2만3709개로 전년(1만9544개)보다 21.3% 증가했다. 월별 참여 프로그램은 2657개(11월)로 정부 목표인 2300개를 넘기기도 했다. 시민들의 인지도도 57.8%(10월)로 전년(45.2%)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국민 참여율도 43.3%(10월)로 2015년 대비(37.2%) 상승했지만 아직은 절반 수준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국민들의 참여율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실무진들은 울상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후원도 급감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문화융성 관련단체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날’과 연관이 있는 기업들마저 그 의도를 의심받는 지경이 됐다. 앞으로 과연 어떤 기업들이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지원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기업은 CJ·삼성·현대·금호아시아나·신한은행·인터파크 등이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의 화살이 박근혜 정부의 국책사업들로 향한다. 새해는 이들 국책사업은 더 큰 먹구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국책사업의 관계자들은 “부분으로 전체를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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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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