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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독도의 본디 주인은 강치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독도강치 멸종사 | 주강현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
환(環)동해 복판에 솟은 화산섬에서 서식하던 강치는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에도(江戶)시대 이후 강치는 그물에 갇히고 총칼에 죽임을 당했다. 가죽은 벗겨지고 살은 짓눌려 기름의 원료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강치가 학살됐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강치의 멸종은 어쩌면 독도문제의 또 다른 본질일지 모른다.

해양문명사 주강현 박사는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태사관으로의 시각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고카이촌(小貝村)에서 강치잡이 계보를 잇는 야하타(八幡) 가문의 후손을 만났다. 대뜸 녹슨 총을 들고 나온 그 후손은 자신의 선조들이 그 총으로 독도에서 강치를 사냥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원래 세이난(西南)전쟁(1877) 때 썼던 총인데, 나중에 독도에서 강치를 잡을 때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카이촌 사람들은 여전히 독도 출어(出漁)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 고카이촌 출신 화가가 그린 강치 그림책은 일본 어린이들 사이에서 널리 읽힌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도 일본에서 이들이 독도 어장에 관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내법상으로 독도 어장은 여전히 고카이촌 사람들이 점유하고 있다. 고카이촌의 ‘다케시마(竹島)자료관’에는 ‘헤이세이(平成) 28년’(2016) 직인이 선명한 독도 채광권 지도가 전시돼 있다.

독도의 본디 주인인 강치의 연대기를 추적하는 이 책은 일본이 ‘다케시마 영토론’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는 독도 강치잡이를 정반대로 해석한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강치잡이를 통한 독도 경영은 명백한 반문명적 범죄행위였다고.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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