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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다윈주의 지도 그리기 

 

한도형 인턴기자

▎개미와 공작 / 헬레나 크로닌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만5000원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그 이래로 150여 년 동안 이타주의와 성 선택은 진화론의 결정적인 두 난제로 꼽혀 왔다.

초기 진화론의 핵심에는 자연선택 이론이 있었다. 이 이론은 생존에 유리한 특징을 가진 종만이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대물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자연에는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테면 일개미의 자기희생과 수컷 공작의 아름다운 깃털이 ‘생존’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것이다. 거듭되는 논쟁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기존 다윈주의의 틀을 넘어서 신(新)다윈주의로 발전해가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개미와 공작>은 진화론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토론의 과정과 그 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인 저자 헬레나 크로닌은 다윈에서 리처드 도킨스에 이르는 역사를 관통하며, 다윈주의가 영역을 확장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나아가 논의를 인간의 도덕성과 미적 감각의 발달로 확장해 진화 생물학과 과학 철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이끈다.

이 책은 친절하다. 과학책이자 역사책인 동시에 철학책이기도 하지만, 쉽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150년 동안 숙성된 다윈주의의 과실을 정갈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독자는 간편하게 다윈주의를 흡수하고 진화 생물학과 과학 철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지적 향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신(新)다윈주의 세계의 지도를 제작하는 일이 출발점이었다고 고백한다. 리처드 도킨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 등 최고의 진화 생물학자들과 유수 언론들이 이 책에 쏟아낸 찬사들은 그가 성공적으로 지도를 그려냈음을 말해주고 있다.

- 한도형 인턴기자

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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