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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역천자(逆天者)여, 천지에 순명(順命)하라! 

 

신승민 인턴기자, 시인

각축의 시절이다. 정국에 운무가 짙다. 한 시대를 접고 새 세상을 여는 논의가 분분하다. 극단으로 치닫는 분노와 상쟁(相爭)의 튀는 불꽃에서 피로감이 몰려온다. 사방 각처에서 일어난 군웅들이 너도나도 메시아를 참칭한다. 이상향과 세계관만 보면 그럴 듯하다. 문제는 다만 시대정신이다. 깊은 소신과 품은 혜안이 없다면 다시 환멸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책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상가 이달의 생애와 학설을 조명한다. 그는 동양고전의 정수 ‘주역(周易)’ 연구를 통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간파했다. 일평생 사문(斯文)의 도를 닦고 풍전등화 나라의 명운(命運)과 광대무변 우주의 약동(躍動)을 통찰하면서 도저한 내공을 수양했다. 개벽하는 천지와 대자연의 순리를 읽어 미래를 예비했던 것이다.

이달은 ‘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쳤다. 이를테면 선천과 후천이 교차하는 소용돌이 변혁기를 절망과 좌절의 난세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우주와 천하가 변화하는 역동적 계기로 삼는 것이다. 혼돈의 구한말, 포악한 일제강점기, 비극적인 한국전쟁의 파고를 정면으로 헤쳐나가며 숭고한 의지를 다졌던 그는 대동사회(大同社會), 즉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

홍역학회를 창립해 108명의 제자를 길러냈고, 삼일학원을 세워 한민족의 개조(開祖) 단군을 받들었으며, 인명구제와 구휼사업에 앞장섰던 야산 이달 선생. 그가 소리쳤던 통절한 의분과 대명은 요즘 시대에도 울림이 크다. 책은 말한다. 이달이 예지한 후천개벽은 천시받던 미물과 음(陰)의 대지(大地)가 승하는 세상이라고. 약한 백성이 이기는 때라고. 그에 앞서 맹자는 논했나니,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 누가 천명을 따를 것인가!

- 신승민 인턴기자, 시인

201704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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